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공공기관을 행해 칼을 빼들었다. 윤 대통령은 21일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호화청사, 임직원의 고연봉 등을 지적하며 혁신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20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에서도 공공기관 개혁을 언급했고, 이날 출근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의지가 뚜렷하다는 의미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라는 말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공공기관들의 앞날이 예상되는 한마디라고 볼 수 있다. 

◇ 추경호 부총리의 강경 발언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공공기관 구조조정에 대해 논의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추 부총리가 공공기관 개혁을 주제로 발표하고, 국무위원들 간 토론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도 공공기관에서 혁신이 필요한 분야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추 부총리 발제에 따르면 현재 공공기관 수는 350만명, 인력 44만명, 예산은 국가 예산의 1.3배에 이르는 761조원 수준이다. 고강도 공공기관 혁신이 필요한 이유는 지난 5년간 공공기관 수는 29개, 인력은 11만6,000명이 늘어나면서 부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늘어난 부채는 84조원이라고 한다. 

추 부총리는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지적하며 “고비용 저효율 문제가 만연하고 이는 갈수록 심각해진다는데 문제의식이 있다”며 “(공공기관의) 직원 보수가 대기업보다 높은 상황인데, 생산성은 하락하고 수익으로 빌린 돈의 이자조차 지급 못하는 공기업은 2016년 5개에서 2021년 18개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기관이 출자한 회사의 절반은 당기순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은 이제 강도 높은 혁신을 해야 한다”며 “한마디로 정리하면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라고 했다. 

◇ 윤석열 대통령 “독일 공공기관, 근검절약하며 일해”

대통령실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10년만에 재임해보니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이 대폭 증가했다”면서 “(공공기관이) 늘어난만큼 서비스가 좋아졌나 조사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그런 의미에서 예산 낭비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서울시의 경우 10년 새 서울시 산하기관이 17개에서 26개로, 인력이 2만명에서 2만9,000명으로 늘었다고 전해진다. 부채는 9조원에서 12조원으로 증가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토부 산하 기관에 LH(한국주택토지공사) 등 공기업이 많이 있는데, 부처는 재취업 이해관계 때문에 개혁의 어려움이 있고 파급력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부터 누리호 발사 성공 결과를 보고 받은 후 밝은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올리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부터 누리호 발사 성공 결과를 보고 받은 후 밝은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올리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토론 후 마무리발언에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 느낀 것을 말하겠다면서 공공기관 사무실 규모, 호화 청사, 임원 고연봉 등이 방만 경영의 사례로 지목했다. 윤 대통령은 “독일에 가서 봤더니 공공기관이나 공기업들이 국민 세금을 정말 알뜰하게 잘 쓰고 있더라. 사무실이 그렇게 넓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근검절약하면서 일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렇게 절약해서 이는 국민들, 특히 어려운 사람들한테 돌아가야 한다”면서 “이런 비상 경제상황에서 공공기관이 절약하는 걸 보여주면 국민도 우호적 시각으로 보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이어 “서구 선진국의 공공기관은 검소하고 작은 모습으로 운영하는데 우리도 배웠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 공공기관 칼바람 앞둬… 민영화·현실성 문제 제기

실제로 기재부가 전날 발표한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과결과 및 후속조치’에 따르면 130개 공공기관 중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우체국물류지원단,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등 3곳이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 최하위인 ‘아주 미흡’(E등급)을 받았다. 

한국마사회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한석탄공사 등 15곳은 ‘미흡’(D등급)이었다. 최고등급인 ‘탁월’(S등급)을 받은 곳은 한국동서발전 뿐이었다. D등급 이하를 받은 이들 18개 기관은 성과급이 삭감되고, 내년도 경상경비도 0.5~1% 삭감될 예정이다. 그리고 해당 기관장은 해임 건의 1순위가 됐다. 

윤 대통령이 고강도 개혁을 주문했고, 기재부 등이 칼을 빼들면서 공공기관에 한 차례 태풍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전임 정부에서 임명돼 정권 교체 후에도 임기가 상당기간 남은 기관장들의 거취 문제가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는 해당 주제에 대해선 언급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아울러 혁신이라는 미명 하에 철도·전기·우편 등의 국가기간산업 분야 공공기관이 민영화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코레일과 우체국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민영화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며 “오늘(21일) 국무회의는 (공공기관) 방만경영의 현황을 짚어보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를 논의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또 윤 대통령이 거론한 공공기관 호화청사 매각은 현실성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은 2014년 서울 삼성동 부지를 매각하고 전남 나주로 본사를 이전했고, 한국수력원자력도 2016년 삼성동에서 경북 경주로 본사를 옮겼다. 문제는 지방의 공공기관 청사를 매입하려는 이들이 없다는 점이다. 수도권의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갈 수는 있으나 부지가 마땅찮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이에 대해서도 자세히 논의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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