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정부가 행정안전부 산하에 경찰 관련 지원조직 신설을 담은 권고안 발표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가 경찰권을 통제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행정안전부 장관 자문기구인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부처 산하에 ‘경찰 관련 지원조직’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발표했다. 명분은 장관이 경찰의 효율적 운영을 도모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야권에서는 이러한 설명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사실상 장관이 인사권과 감찰‧징계 등 권한을 쥐는 만큼 경찰을 통제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것이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강하게 비판하며 쟁점화에 나선 모습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말로는 경찰의 ‘민주적 관리 운영’, ‘효율적 업무수행’을 운운하지만 경찰을 완벽하게 통제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며 정부의 계획을 맹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 정부가 지난 31년간 대한민국이 이뤄온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허무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취임 후 지금까지 한 달여만”이라고도 덧붙였다.

민주당의 반발은 지난 21일 행안부 산하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권고안을 정조준하고 있다. 자문위가 발표한 ‘경찰의 민주적 관리‧운영과 효율적 업무수행을 위한 권고안’에는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지원조직 신설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 규칙 제정 △고위직 경찰공무원에 대한 인사위원회 설치 △감찰 및 징계제도 개선을 담고 있다. 

특히 ‘경찰 지원 조직’은 야권이 가장 강하게 비판하는 대목이다. 사실상 경찰에 대한 인사와 예산, 감사 등 업무에 대해 장관의 개입이 강해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는 곧 경찰의 독립성과도 상충된다. 경찰 내부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강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독재정권 시절 회귀 의도”, “시대에 맞지 않는 구태”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 야권 반발에 여당서도 비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권은 ‘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단순히 사문화된 장관의 권한을 살리는 방안일 뿐 지나친 걱정이라는 반응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21일) 당 현안점검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경찰청법의 총경이상 인사에 대해선 청장의 추천과 행안부 장관의 제청, 국무총리 경유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네 단계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행안부 장관이 제청권을 거의 행사하지 않고 청와대에 넘겼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추천 인사에 대해 검증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수순이었다”며 “윤 정부 대통령실은 민정수석실이 폐지돼서 그 기능을 하는 부서가 없다”고 당위성을 설명했다.

책임의 소지를 야당에 넘기도 했다. 검찰 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 권한이 커진 상황에서 이를 통제할 방안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 검수완박 법안들이 처리되면서 검찰의 비대화 문제가 이미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며 “경찰권 비대화 문제를 입법을 통해서 견제하거나 감독할 방안을 만들었다면 지금과 같은 조치가 필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비판이 사방에서 새어 나오고 있는 만큼 정부·여당의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을 하지 않고 이를 밀어붙이는 것 자체가 ‘위법’이라는 점을 집중 공략했다. 현행 정부조직법에 행정안전부 소관 사무에 ‘치안 사무’를 규정하지 않고 있는 만큼 시행령으로 이를 강행하려는 시도 자체가 ‘위법’이라는 지적이다.

이를 토대로 민주당은 강행 시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도 진행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장관이 할 수 있는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보면 법에 위배되는 내용이기에 탄핵 사유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재호 민주당 의원 역시 이날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법률적 검토를 거친 뒤 위배된다면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는 데다가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경찰 출신인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시대를 역행해서 경찰 지휘 조직을 둔다면 행안부 장관이 곧 경찰청장”이라며 “행안부 장관을 상대로 탄핵소추를 진행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맹폭했다. 

한편 TBS의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7일부터 18일 실시한 현안 조사에 따르면 ‘행안부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비율은 46.4%로 찬성(39.7%)보다 높게 나타났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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