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서 강길자 전몰군경미망인회장의 건배제의에 따라 건배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서 강길자 전몰군경미망인회장의 건배제의에 따라 건배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최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대외 활동이 점차 늘어나면서 해체한 제2부속실을 부활시켜야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전임정부와 다름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없앤 제2부속실을 부활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1일(현지시각) ‘2030 엑스포 개최 경쟁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제2부속실 설치 문제에 대한 질문에 “대통령이 그렇게 쉽게 부활시킬까. 대통령 고집이 좀 세시지 않나”라며 공약을 쉽게 뒤집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제2부속실 부활론이 계속 제기된다’는 질문에는 “그건 정말 내가 모르겠다”며 “언제 한 번 뵐 기회가 있으면 여쭤보겠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제2부속실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김 여사가 영부인이라는 직책 없이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한 ‘조용한 내조'를 하겠다던 당초 약속과 달리 지난 13일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 예방을 시작으로 연일 단독 행보를 이어가면서 공식 일정과 비공식 일정의 경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김여사가 전 영부인 예방이나 국민의힘 중진의원 부인 오찬 회동 등 정치 내조를 하는 자리에 지인, 코바니콘텐츠 출신 직원 등의 수행을 받으면서 ‘비선 논란’까지 더해졌다.

◇ 공식‧비공식 일정 모호해 논란 가중

민주당은 대통령실을 김여사가 사유화하고 있다고 맹공했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16일 정책조정회의에서 “공무에 사인이 함께하고, 김여사와 사적으로 얽힌 코바나컨텐츠 출신 인사들이 대통령실에 채용돼 있다고 한다. 대통령실을 슬림화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슬림화’가 아닌 사유화가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가중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까지 지난 15일 용산 청사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봉하 (일정)도 비공개인데 보도된 걸로 안다. 저도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라 공식·비공식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모르겠다”며 “지금 뭐 공식적인 수행, 비서팀이 전혀 없기 때문에 혼자다닐 수도 없다. 방법을 알려주라”고 모호한 태도를 보여 더 불을 지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를 수행한 지인에 대해서도 "오래된 친구"라며 “여사님 만나러 갈 때 좋아하시는 빵이나 이런 걸 많이 들고 간 모양이다. 부산에서 그런 거 잘하는 집을 안내해준 것 같다. 그래서 들게 많아서 같이 간 모양인데 봉하마을은 국민 누구나 갈 수 있는 데 아닌가”라고 가볍게 반문했다.

이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나서 “아침마다 출근길에 기자들과 얘기를 하면 거기에서 그냥 별로 생각하지 않고 툭툭 뱉는 그런 답변들을 하고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별로 세련되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내가 대통령 처음해 봐서 잘 모르겠다’ 이런 얘기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얘기다. 대통령은 다 처음해 보는 것이지, 어떤 사람은 대통령을 경험해 보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 관저팀, 제2부속실과 다르지 않아

그럼에도 김 여사의 행보는 전직 영부인 예방 등에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고(故) 심정민 소령 추모 음악회에 참석해 추모연설도 하는 등 대통령과 별개의 단독 일정을 이어갔다. 김 여사의 일정을 보좌하기 위해 코바나컨텐츠 출신 2명이 대통령실 직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에만 7건의 외부 일정을 소화한 김 여사는 앞으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도 윤 대통령과 함께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는 공식적인 배우자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가급적 참여하는 방안으로 검토 중이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 김 여사는 언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를 확장하는 작업과 함께 소외 계층에도 꾸준히 관심을 쏟을 것”이라며 향후 계획도 밝힌 만큼 관련 행보도 기대된다.

민주당에서는 대통령실에서 더 이상 김 여사를 감당할 수 없고, 이미 부속실에 김 여사 전담 직원이 있다면 차라리 제2부속실을 부활시켜 제대로 공식 일정을 소화하도록 보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22일 브리핑을 통해 “이미 약속은 깨졌다. 김건희 여사는 광폭행보로 ‘조용한 내조’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고, 관저팀도 이름만 바꾼 제2부속실이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상 제2부속실 업무를 부활해 놓고서 ‘제2부속실 폐지’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우기는 것인지 묻겠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통령이 고집이 좀 세지 않나’는 발언을 언급하며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고집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중히 여겨야 할 것은 자신의 고집이 아니라 ‘국민 목소리’다. 절대다수 국민은 김건희 여사의 ‘조용한 내조’ 약속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며 국민을 기망하지 않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공약에 ‘제2부속실 폐지’가 있었던 만큼 이를 뒤집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윤 대통령 내외가 관저로 들어가면 관저팀이 제2부속실과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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