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늘리는 한편, 지분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국민연금이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늘리는 한편, 지분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민연금이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지속 확대하는 한편, 투자목적 또한 변경해 이목이 집중된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과 갈등을 빚은 끝에 백기를 들고 대대적인 개선을 약속했던 SM엔터테인먼트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 지분 다시 늘려나가는 국민연금, ‘주주 행동’ 문 열다

국민연금은 최근 보유 중인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이 6.16%에서 6.81%로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다시 꾸준히 늘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자본시장의 ‘큰손’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보유해온 것은 10년이 훌쩍 넘는다. 한때는 보유 지분이 11%를 넘기기도 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한류열풍’을 앞세워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대표하는 만큼, 국민연금의 이 같은 투자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2020년 10월~11월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대거 처분한 바 있다. 8.54%였던 지분이 4.81%로 낮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보유 지분에 대한 공시 의무도 모처럼 사라졌다. 다만, 그 기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6월, 보유 중인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이 다시 5%를 넘겼다.

이후 국민연금은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다시 높여나가고 있다. 지난해 말 6.16%로 끌어올린데 이어 지난달 말 6.81%로 재차 늘린 것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건 보유목적의 변화다. 국민연금은 최근 지분공시를 통해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국민연금의 지분 보유목적은 크게 단순투자와 일반투자, 경영참여로 나뉜다. 단순투자는 법률에 따라 보장되는 각종 권리만을 행사하겠다는 의미인 반면, 일반투자는 주주로서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연금이 향후 SM엔터테인먼트를 향해 배당 확대나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민연금이 일반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하는 것은 크게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다만, SM엔터테인먼트의 현 상황에 비춰보면 그 의미가 가볍지 않다.

SM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과 갈등 양상을 드러낸 바 있다.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엔터테인먼트 경영 전반에 문제를 제기하며 주주제안에 나선 것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전부터 논란을 빚어온 라이크기획과의 거래를 비롯해 기업가치 저평가, 무배당 등에 문제를 제기했을 뿐 아니라, 감사 후보를 추천하기도 했다.

하지만 SM엔터테인먼트는 이러한 주주 목소리를 외면한 채 오히려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기습적으로 추가했다. 또한 의결권 위임을 받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주주들의 민심은 더욱 악화됐고, SM엔터테인먼트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정관 변경 안건을 철회하고, 사측에서 추천한 이사 및 감사 후보자 후보자들도 자진사퇴한 것이다. 아울러 SM엔터테인먼트는 정기 주주총회 자리에서 주주들에게 변화와 개선을 약속하며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다.

SM엔터테인먼트가 주주의 불만을 마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에도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자산운용사들이 라이크기획과의 거래 및 무배당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SM엔터테인먼트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과 함께 특별한 개선책을 내놓지 않았다. 

당시 10% 안팎의 지분을 보유 중이던 국민연금은 이와 관련해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에 앞선 정기 주주총회에서 일부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는 했으나, 적극적인 ‘주주 행동’엔 나서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이번 보유목적 변경은 여러모로 눈길을 끄는 변화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개선을 약속한 SM엔터테인먼트에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SM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 이후 주주와 소통을 이어가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개선 방안은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이 향후 SM엔터테인먼트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