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 상납 증거 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한 당 윤리위원회 징계 심의가 연기된 가운데 당에 후폭풍이 거세다. 당 안팎에선 이번 징계 심의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비판 여론도 적지 않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이 대표 역시 반격 자세를 취하며 당내 갈등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당 윤리위원회는 전날(22일)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심의를 내달 7일로 연기했다. 이 대표의 소명 과정을 거친 뒤 최종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는 곧 당내 혼란을 더하는 꼴이 됐다. 이번 사안이 표면에 드러난 명분과 달리 권력 투쟁적 성격이 짙다는 점은 당내 갈등을 가중시킬 것이란 전망과 맞닿아 있다. 

당내에서는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당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조속한 시일 내에 특히나 책임 있는 여당 입장인데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서야 되겠나. 그런 차원에서 빨리 연착륙할 방안을 찾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번 윤리위의 심의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흘러나오며 윤리위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눈초리는 강해지고 있다.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이 대표에 대한 징계를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이유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사실 윤리위가 결론 내릴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기가 불가능하다”며 “윤리위가 제가 볼 때는 자해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립성을 지닌 윤리위가 일종의 ‘정치적인 의도’에 휘둘리고 있다는 의구심도 더해지고 있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어떤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대표의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는 것이 윤리위가 왜 이렇게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이렇다 보니 윤리위 뒤에 배후가 있는 거 아니냐에 대한 의문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 ‘반격’ 나선 이준석

당장 윤리위가 명분을 깎아내린 꼴이 되자 이 대표 측도 ‘반격 태세’를 갖추는 모습이다. 이 대표 측은 직접 윤리위의 ‘절차적 하자’를 겨냥하며 날을 세웠다. 전날 윤리위가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한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리위원회의 결정이 원천 무효라고 강조했다. 당무감사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윤리위가 징계안건을 직접 회부했다는 점이 절차상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 대표 역시 이날 KBS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 인터뷰에서 “제 입장에선 이건 뭐 기우제식 징계(라고 본다)”며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비판으로만 멈추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출범한 혁신위에 힘을 싣는 데 이어 온라인 당원 모집도 적극 독려했다. 당원 모집은 ′100만 당원′을 목표로 내세운 구상이다. 사실상 이 대표가 ‘개혁’과 ‘청년’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정치적 입지 다지기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 대표에 대한 불편한 기류도 여전한 만큼 향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조짐이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국 수호로 상징되는 팬덤정치와 내로남불, 각종 성범죄에 대한 무분별한 용인이 더불어민주당의 패착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 역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사안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성범죄’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 대표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일각에선) 이 대표를 흠집내기 위한 주장‧주의를 계속할 것이고 이 대표 측도 방어하려고 할 것”이라며 “민생을 살피는 정당이라기보다는 내부 권력 다툼에 휩싸이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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