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 홍영표 의원이 24일 충남 예산군 덕산 리솜리조트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 홍영표 의원이 24일 충남 예산군 덕산 리솜리조트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155명이 모여 함께한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이재명 의원의 전당대회 당 대표 불출마 요구 목소리가 이어졌다. 직접적으로 이 후보에게 불출마를 요구하는 의원부터 지도부의 2선 후퇴론을 주장하는 의원들까지 다양한 방식의 요구에도 이 의원은 묵묵부답이었다.

민주당은 23일과 24일 충남 예산의 한 리조트에서 1박 2일간 워크숍을 개최하고 전체토론, 조별토론 등을 통해 지난 대선과 지선의 반성과 향후 민주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가운데 주요 의제는 오는 8월 28일로 예정된 전당대회 전까지 친문(친 문재인)과 친명(친 이재명)의 계파 갈등을 봉합하고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하자는 것이었다.

이번 워크숍에는 의원들과의 공개적인 만남을 자제해 온 이재명 의원도 참석했다. 다소 늦게 행사장에 도착해 기자들과 만난 이 의원은 “모두가 선배 의원들인 만큼 이야기를 잘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당 대표 불출마 요구에 대해서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 천천히 생각해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 워크숍 내내 불출마 요구 줄이어

의원들의 자유토론은 ‘할 말은 다 하지만 훈훈한 분위기였다'는 평가다. 토론에 참석한 한 의원에 따르면, 지난 지도부의 책임론을 거론하는 의원들도 대부분 직접적인 거명과 거친 말 보다는 “패배에 책임을 져야하는 사람들이 전당대회에 나와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다.

다만, 설훈 의원은 직접 자유 토론에서 이 의원을 향해 “전당대회에 나오지 말라”면서 “그냥 우리 같이 나오지 말자”고 말했고, 의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자유토론 이후 15개 조별로 나뉘어 이뤄진 개별 토론에 이 의원과 친문계에서 당권 유력 주자인 홍영표 의원이 한 조에 편성돼 주목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홍 의원은 이 의원에게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으면 자신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고민하고 있다”며 “내가 당 대표 된다고 한들 2년간 하면서 총선 지휘까지 하는 것 까지가 임기인데, 오히려 개인적으로 상처만 많이 남을 수 있어 여러 가지로 고민된다.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 했다”는 내용의 답변을 했다고 한다.

홍 의원은 24일 모든 워크숍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직접 불출마 요구를 했냐'는 질문에 “이재명 의원이나 나나 출마하는 것이 좋은지 아닌지,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 그런 것들을 판단해보자고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단, 이 의원은 불출마 관련 질문에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또 다른 유력 당권 후보였다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 의원에게 압박을 가한 전해철 의원도 이번 워크숍에 참석했다. 그는 24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고문 같은 경우에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였고 아주 중요한 자산이다”며 "이 의원의 역할을 등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전당대회만큼은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지켜보는 게 맞다’라는 것이 대체적인 생각이다”고 재차 불출마를 촉구했다.

또한 “변화와 혁신을 해야한다면 지난 패배의 원인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 전당대회에서 그것이 중요한 의제가 될텐데 그 논란의 중심에 있는 분이 한발 비켜서 당이 가야할 길을 만들어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뜻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전당대회를 한다면 또 하나의 갈등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지도부‧이재명 모두 고심

다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의하면, 현재 지도부에서도 개별적으로 이 의원에게 ‘때가 아니다’는 이유로 출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 의원이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여전히 지지층이 두터운 소중한 재원인만큼, 당 내홍이 일기 쉬운 이 시기에 당대표로 소모하기는 당에서도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연이은 선거 패배로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서 국민들에게 가장 손쉽게 달라진 점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지도부 개편인데,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대선에서 진 민주당의 이미지를 내려놓기 어렵다는 지도부의 평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결국 이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결단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친명계로 알려진 한 의원에 따르면, 이 의원이 직접 당을 이끌며 쇄신하는 방향으로 마음이 기울었다는 것이다.

지난 워크숍의 자유토론과 분임토론에서 이 의원에게 불출마를 요구한 의원들은 다음주 중 빠른 결단을 요구했지만, 이 의원은 8월까지 장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당에서도 이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했을 때 떠오르는 다음 당대표 후보가 없다는 점에서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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