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뒤에 닥친 고유가·고환율, 항공권 가격↑… 수요 회복 주춤
한·일 무비자 여행 재개 시 수요 폭발 전망… 엔저 현상도 뒷받침

항공업계가 경자년 초부터 대외 악재에 휘말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고유가 및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면서 항공업계와 여행업계의 주가가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정부가 지난 3월말부터 코로나 백신 3차 접종을 완료한 해외 입국자에 대해 자가 격리 조치를 면제하는 등 입국 규제를 완화하면서 항공·여행업계에 활기가 도는 모습이 감지됐다. 이에 리오프닝 업종으로 항공·여행주가 주목을 받으면서 뚜렷한 상승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중순을 기해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후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고유가·고환율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오전 10시 50분 기준 항공업계 주가는 대한항공이 전일 종가 대비 1.0% 상승한 2만5,250원, 아시아나항공은 2.2% 상승해 1만6,150원, 제주항공은 2.2% 상승한 1만6,350원 등을 기록 중이다. 항공주 대부분이 지난 4월 중순 거래가격 대비 약 20∼30% 정도 감소한 상황이다.

이러한 항공주 약세는 고유가·고환율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항공업계는 유가와 환율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 항공기 리스 비용 및 항공유 비용을 달러로 지불해야 하는데, 최근 원·달러 환율은 1,290원 이상으로 상승했다. 지난 24일에는 1달러 환율이 1,306원까지 치솟아 최근 10년 최고점을 갈아치웠다.

여기에 WTI(서부텍사스유) 및 두바이유, 브렌트유 등 국제 유가도 일제히 우상향을 그리면서 역대 최고가 수준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27일 기준 국제 유가는 배럴(bbl) 당 △WTI 107.62달러 △두바이유 104.64달러 △브렌트유 109.10달러 등을 기록 중이다. WTI 선물 가격이 배럴 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4년 7월 이후 처음이다.

항공업계의 고정 운영비용 지출이 증가함에 따라 항공권에 유류할증료가 인상돼 소비자들의 부담 또한 커지게 됐다. 27일 기준 김포∼제주 노선 유류할증료는 편도 1만7,600원 수준이며, 인천∼괌 노선은 8만2,100원∼11만3,100원 정도의 유류할증료가 부과된다. 그 외에 일본 도쿄(하네다·나리타) 노선의 경우 유류할증료가 5만원 전후 수준이며, 베트남 다낭이나 태국 방콕 등 동남아시아 노선은 대체로 8만원대의 유류할증료가 붙는다.

유류할증료가 추가로 부과됨에 따라 항공권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느껴지고, 이는 해외여행 수요 증대를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항공사가 상승하는 국제유가로 인한 부담을 소비자에게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전가하는 것엔 한계가 있다. 결국 고유가와 고환율이 지속된다면 항공사들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커지게 되고, 수요 회복도 주춤하는 이중고로 인해 실적 회복에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도 항공업계는 국제유가나 달러 환율 등 대외 이벤트에 따른 변동성이 커 고유가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는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일 간 인적교류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코로나 직후 2020년 3월부터 제한된 무비자(무사증) 여행이 가능해지면 항공·여행주가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현재 항공주가 저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을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한 최근 엔화 환율은 100엔 기준 950원 내외로, 엔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일본 노선 정상 재개 시 여객수요 급증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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