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여야 원 구성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협상을 위한 회동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타결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거론했지만, 사실상 ‘7월 임시국회’ 단독 소집을 강행하는 민주당에 ‘독주 프레임’을 씌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권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상황에서는 만나는 것이 의미가 없다”며 “타결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만남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만난다고 해서 지금 상황에서 민주당이 원 구성 협상에 진지하게 임할 것인지는 회의적”이라며 “쇼하는 모습을 연출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개점휴업’ 상태인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7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다. 목소리를 내온 대로 국회 의장단을 우선 선출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국민의힘은 이에 반대하며 ‘국회의장단’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동시에 처리하자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치적 부담을 안고 법사위원장 자리를 양보하는 협상안을 제시했음에도 국민의힘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요구를 받을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및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헌법재판소 제소 취하 등 민주당의 요구가 무리하다는 지적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외상값을 갚을 테니 다른 물건을 내놓으라는 조건을 달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사실상 더 이상의 협상이 무의미하다고 보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자신들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만나자고 하면 저쪽에서 쇼하는 거라고 비판할 것이고 안 만나면 원내대표가 뭘 했냐 또 이렇게 비판이 나올 것”이라며 “어느 쪽이든 비판이 나오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만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 민주당, '배 째라 전략' 비판

이러한 국민의힘의 강경한 태도에 대해 야권에선 사실상 ‘의도적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이 거대 의석으로 이를 밀어붙일 시 또다시 ‘입법 독주’ 프레임 속에 빠질 수 있는 만큼, 국민의힘이 내심 이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여당의 협상 전략은 속되게 말해서 배 째라 전략”이라며 “원 구성이 안 되면 거대 야당이 몽니를 부리는 것이고, 조건을 다 받아들여서 되면 자기들이 정치적으로 승리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가 이날 ‘필리핀 특사’로 떠나는 것도 민주당의 의구심을 더하는 대목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협상의 상대를 무시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대화 자체를 포기한 무책임한 협상 농단”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이날 곧장 ‘입법 독재’ 프레임을 꺼내 들고 민주당을 겨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일방적으로 본회의를 소집한다면 이는 입법 독재 재시작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나아가 민주당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진행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남자를 여자로 바꾸는 것 외에는 민주당이 마음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국면이 장기화 될 경우 국민의힘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민주당이 여전히 ‘협상의 시그널’을 보내는 데다 국회 공전이 지속될 경우 집권 여당으로서의 부담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지금 상황으로선) 야당이 제시한 손을 뿌리친 형국이 됐는데 이 경우는 ‘야당의 발목잡기’ 프레임이 아닌 ‘여당의 오만·독선’ 프레임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돌아가지 않으면 국정도 안 굴러가는데, 국정을 책임지는 쪽은 국민의힘”이라며 “이렇다면 결국 국민의힘의 부담이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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