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길 회장이 이끄는 쌍방울그룹이 쌍용자동차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양선길 회장이 이끄는 쌍방울그룹이 쌍용자동차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또 다시 고배를 마셨다. 쌍방울그룹이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던 쌍용자동차 인수전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이어 2년 연속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체면만 구기게 됐다. 가뜩이나 최근 횡령 및 주가조작 혐의로 뒤숭숭한 가운데,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의 수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 이스타항공 이어 쌍용차 인수도 ‘실패’

쌍용차는 지난 28일 최종 인수예정자로 KG그룹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우선 인수예정자를 선정한 상태에서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의 인수전에서 우선 인수예정자로 선정됐던 KG그룹이 이변 없이 최종 인수예정자가 된 것이다.

이로써 강력한 인수 의지를 표명하며 공개입찰에 유일하게 뛰어들었던 쌍방울그룹은 고배를 마시게 됐다. 쌍용차 측은 “쌍방울그룹 측이 제안한 인수조건을 평가한 결과, 우선 인수예정자 선정 당시 KG그룹이 획득한 점수보다 낮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쌍방울그룹은 KG그룹보다 높은 인수대금을 제시하고도 밀렸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크다. 쌍용차에 따르면, 쌍방울그룹은 인수대금으로 3,800억원을 제시했다. KG그룹이 제시한 인수대금은 3,355억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인수예정자가 되지 못한 핵심 이유는 자금조달의 확실성과 유입 형태에 있어 물음표를 떼지 못했기 때문이다.

쌍용차 측은 “쌍방울그룹은 인수 후 운영자금으로 7,500억원을 제시했으나 자금조달증빙으로 제시된 1,500억원을 제외하면 계열사의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와 해외 투자자 유치를 통한 CB 발행 등 단순 계획에 불과했고, 재무적 투자자도 확보하지 못했다. 반면 KG그룹은 운영자금 5,645억원을 자체 보유한 자금으로 전액 유상증자 방식으로 조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에디슨모터스의 자금조달 실패 사례가 있는데다, 인수 이후 과도한 부채에 따른 장기적 재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자금조달의 확실성과 유입 형태를 중요한 요소로 평가했다는 게 쌍용차 측 설명이다.

쌍방울그룹은 지난해에도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당시에도 인수전은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진행됐고, 쌍방울그룹은 우선 인수예정자 지위를 확보하지 못했다. 쌍방울그룹은 공개입찰에서 우선 인수예정자인 성정보다 높은 금액을 써내며 인수 의지를 다졌으나, 성정이 해당 금액을 수용하면서 끝내 이스타항공 인수에 실패했다.

사업 확장 및 미래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잇따라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쌍방울그룹 입장에선 이러한 연이은 실패가 뼈아플 수밖에 없다. 특히 이스타항공과 쌍용차는 모두 리스크를 지니고 있긴 해도 가성비와 미래 가능성 측면에선 충분히 매력적인 매물이었다. 무리한 지출을 하지 않고도 사세를 키우고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연거푸 놓친 셈이다.

인수전 과정에서 대외적인 체면을 거듭 구기게 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쌍방울그룹은 이스타항공 인수전에선 대중적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성정에 밀렸고, 쌍용차 인수전에선 자금조달의 확실성 등에 있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뿐만 아니다. 인수전에서의 연이은 실패가 더 큰 파문으로 이어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 등 경영진의 횡령 및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해 쌍방울그룹 본사와 계열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올해 초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자료를 전달받아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며, 특히 주가조작 혐의는 인수전 참여와도 연결된다.

광림과 쌍방울을 잇따라 인수한 이후 비비안, 미래산업, 인피니티엔티, 아이오케이 등을 품으며 외연을 키워온 양선길 회장이 연이은 인수 실패를 딛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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