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축사를 하고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축사를 하고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신경전으로 좁혀지는 모양새다. 연일 당내 인사들과 접점을 만든 안 의원이 직접적으로 이 대표를 향해 화살을 겨냥하면서다.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안 의원이 사실상 ‘이준석 고립 작전’에 참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9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을 둘러싸고 감정싸움을 벌였던 이들의 신경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안 의원은 앞서 SNS를 통해 ‘간장(간보는 안철수+장제원) 한 사발’ 등 비판을 쏟아낸 이 대표에 대해 과거 ‘선거 패배’를 거론하며 맞불을 놨다.

안 의원은 전날(28일) MBC ‘뉴스외전’ 인터뷰에서 “저는 지금까지 한 번도 대표에 대해 어떤 공격을 하거나 그랬던 적이 없다”며 “저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데 서로 관계가 불편하다면 아마 본인이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에 대해 불편해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이 대표의 공세를 평가했다.

안 의원은 이러한 불편한 감정의 시작으로 지난 2016년 총선을 지목했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노원병에선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인 이 대표와 국민의당 후보인 안 의원이 맞붙었다. 안 의원은 “2016년 선거 때 이 대표가 처음 정치계에 출마를 했었던 때”라며 “저는 그때 국민의당을 창당해서 또 출마를 했었고 20%p 이상 이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인 나름대로 그때 패배에 대한 상처가 있다든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제가 다른 분의 마음을 어떻게 알겠나”라고 말했다. 사실상 선거 패배로 인한 사감(私感)이 자신을 향한 비난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본 셈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날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승전 20주년 기념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안 의원이 2016년에 살고계신가 보다”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그런 거 평생 즐기시라”고 말했다.

안 의원이 이 대표를 자극한 것은 이뿐만 아니다. 그는 전날 이 대표의 윤리위원회 징계 문제를 직접적으로 꺼내 들면서 사실상 이 대표의 징계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그는 앞선 인터뷰에서 “당 윤리위원회는 굉장히 독립적인 기구”라며 “사실을 근거해 판단하고 조치를 취하면 거기에 따르는 것이 순리”라고 강조했다. 

◇ 이준석-안철수, ‘주도권’ 싸움 본격화?

이 둘의 사이가 ‘구원(舊怨)’ 관계로 얽혀 있다지만, 이번 갈등 국면에서 더욱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안 대표의 적극적인 행보다. 합당을 통해 국민의힘 일원이 된 안 의원은 당내 인사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기반 다지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사실상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안 의원이 전날(28일) 저녁 서울 성동구에서 열린 이오회 정례 모임에 참석한 것이 대표적인 장면이다.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당협위원장이 참석한 이 모임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김기현‧윤상현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등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대거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인사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늘리며 당내 기반을 형성하겠다는 의도란 것이다.

당내 기반을 넓히는 과정에서 이른바 ‘윤핵관’과의 접점이 다각화되고 있다는 점은 이 대표와의 갈등 국면을 예사롭지 않게 만드는 이유다. 지난 27일 ‘윤핵관’으로 평가되는 장제원 의원의 공부모임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참석한 것은 이러한 기류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통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27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쉽게 말하면 장제원, 안철수 연대”라며 “이준석 대표가 딱 고립된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앞서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에 ‘친윤계’로 평가되는 정점식 의원을 추천한 것도 이러한 추측의 배경이 되고 있다. 

물론 안 의원은 이러한 시선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이날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이 이오회에 참석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맞수’로 자신을 차기 당권의 적임자라고 언급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즉각 안 의원 측은 “사실무근의 조작글”이라며 “당권, 대권, 특정인 거명 등의 내용은 안 의원은 물론이고 그 누구에게서도 전혀 언급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 측은 이러한 소문의 진원지에 ‘특정 세력’이 있다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특정 세력 자신들의 불순한 목적과 의도를 담은 음해의 글”이라며 소문을 일축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러한 안 의원의 행보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개개인 정치활동을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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