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29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결정했다. /뉴시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29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결정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모처럼 법정 심의 기한 내에 결정됐다. 하지만 노사 양측 모두 반발하고, 졸속 심의라는 지적까지 제기되는 등 올해도 거센 후폭풍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올해보다 460원, 5% 오른 금액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5.1% 인상된 바 있는데, 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월 환산액은 201만580원이며, 2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특히 모처럼 법정 심의 기한을 넘기지 않고 결정된 점이 눈길을 끈다. 2014년 이후 8년 만에 기한을 넘기지 않았다.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후 이번까지 총 36차례 심의가 이뤄지면서 기한을 넘기지 않은 것은 9번뿐이다. 법정 심의 기한을 넘어 고시 기한에 임박해 정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거센 후폭풍은 올해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노사 양측 모두 반발하는 가운데, 심의 자체가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우선, 노동계는 최근 물가 인상률 등에 비쳐봤을 때 내년도 최저임금은 사실상 동결을 넘어 삭감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만큼 감당하기 힘든 인상 수준이라고 반발하며 이의제기를 준비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의결 과정 또한 매끄럽지 않았다. 노사 양측이 3차례에 걸친 수정 요구안을 제시했음에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 측은 9,410원~9,860원을 심의촉진구간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노사 양측 모두 이에 반발해 추가적인 수정 요구안 제시를 거부했고, 이에 공익위원 측은 9,620원을 제시해 표결에 부쳤다. 

그러자 근로자위원 9명 중 민주노총 소속 4명은 회의장에서 퇴장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사용자위원 9명은 표결 선포 직후 전원 퇴장해 기권 처리됐다. 총 27명의 위원 중 공익위원 9명과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5명 등 14명만 실제 표결에 참여한 것이다. 결과는 찬성 12명, 반대 1명, 기권 10명이었다.

공익위원 측의 내년도 최저임금 산정 기준도 논란거리다. 공익위원 측이 제시한 최저임금은 국내 주요 기관의 올해 경제성장률 평균 전망치 2.7%에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 4.5%를 더한 뒤 취업자증가율 전망치(2.2%)를 빼 5%의 인상률로 책정됐다. 이는 명확한 근거 없이 임의로 만든 산식일 뿐 아니라, 애초에 수치도 잘못 적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편, 윤석열 정부의 출범 첫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 정부 출범 첫해와 비교했을 때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하게 됐다. 외환위기라는 중대 변수가 존재했던 김대중 정부(2.7%) 다음으로 낮다. 최저임금 제도가 처음 도입된 노태우 정부는 첫해 1그룹 29.7%, 2그룹 23.1%의 인상률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16.4%의 인상률을 기록한 바 있으며, 노무현 정부(10.3%), 김영삼 정부(7.96%), 박근혜 정부(7.2%), 이명박 정부(6.1%)가 뒤를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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