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종(가운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의 내홍이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친윤’으로 평가되는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이준석 대표의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이 대표와 ‘친윤계’ 간 갈등이 극에 달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집안 문제만으로도 시끄러운데 바깥에선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장단 단독 선출을 벼르고 있다. 내풍과 외풍이 동시에 몰아치면서 집권 여당으로서의 존재감도 퇴색되는 모습이다.

30일 국민의힘은 박 의원의 대표 비서실장 사임으로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박 의원은 ‘일신상의 이유’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서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졌다.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검사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오며 대선 후보 당시엔 중앙선거대책본부 조직본부장으로 윤 대통령을 도왔다. 비서실장이 된 후엔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가교’ 역할을 담당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이번 사임이 이 대표와 ‘친윤계’ 간 갈등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실제로 그간 이 대표와 ‘친윤계’ 인사들은 계속되는 갈등 국면을 빚어왔다. 정진석 의원이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일정’을 비판하면서부터 시작된 다툼은 배현진 최고위원, 장제원 의원과의 마찰로 번졌다. 장 의원과 ‘연대설’이 불거진 안철수 의원도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을 두고 이 대표와 신경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원색적 비난이 담긴 설전도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7일 이 대표의 ‘윤리위원회 징계 심의’를 두고 친윤계가 이 대표 ‘고립 작전’에 돌입한 것이란 견해가 나온다. 앞서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동설을 두고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그은 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준석 고사 작전”이라며 “어떻게 됐든 이 대표는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도 이러한 해석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이날 경북 경주 월성원전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그런 해석은 가능하겠지만 박 의원과 어제 대화에선 그런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의 의지는 결연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아무리 이런 정치적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개혁동력이라는 것은 이어나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 당 밖에선 ′원 구성′ 압박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 외부의 문제도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다는 점이다. ‘원 구성’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의 압박이 이어지는 게 대표적이다. 지난 28일 ‘국회 정상화’를 강조하며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한 민주당은 이를 강행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단독으로라도 ‘국회 의장단’을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총력 저지’를 각오하고 있지만, 수적 열세인 만큼 현실적으로 이를 저지할 마땅한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국회법 위반’을 들어 여론전에 기대고 있지만, 민생 안정을 책임져야 할 여당으로서 원 구성 지연에 대한 부담은 뒤따른다. 정치권 일각에서 자칫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진정되지 않는 내·외부 상황이 맞물리다 보니 집권 여당으로서의 ‘본분′에 대한 비판도 잇따른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해 여당이 결속을 해서 정부를 보좌해야 하는 입장 아닌가”라며 “야당과 협치를 잘 이끌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는 데 당내 사정이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에 있어서 그런 역할을 못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 입장에서 볼 것 같으면 상당히 짜증스러운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여론의 추이도 이를 증명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40%로 나타났다. 앞서 6월 1주 조사에서 48%까지 오른 뒤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도 비슷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45%로 6월 3주 조사(49%) 대비 4%p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37%로 직전 조사(32%) 대비 5%p 올랐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 3.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렇다 보니 당내 우려도 깊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당 현안점검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이 모여 하나의 의견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중요한 게 정치과정인데 의견이 다르기에 부딪히며 소리가 날 수 있다”며 “그걸 너무 지나치게 부각하는 건 당내 분란과 갈등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다”고 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당 중진의원 현안간담회에서 “지방선거서 승리했다고 국민께 실망시키는 모습 보이지 않도록 조금 더 옷매무새 다듬고 겸손한 마음으로 잘 이끌어나가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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