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김진표 신임 국회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01차 본회의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제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김진표 신임 국회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국회가 36일만에 원 구성에 극적 타결하고, 5선의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을 21대 국회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했다.

여야는 4일 본회의를 열고 후반기 국회의장단 선출에 나섰으며 김 의원은 총 투표수 275표 중 255표를 얻어 국회의장에 당선됐다.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이 민주당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의원들과도 두루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진 의원이어서 적절한 의장 선출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 의장은 국회의장 선출 인사말에서 “저는 의장으로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확고히 준수할 것”이라며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대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주저 없이 제 역할을 다하는 의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는 여야의 균형을 맞추면서도 정부에 대한 견제를 놓지 않겠다는 각오로 풀이된다.

부의장으로는 4선의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5선의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당선됐다. 이들은 21대 국회가 끝나는 2024년 5월까지 직을 수행하게 된다.

앞으로 국회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 기능 축소와 검찰개혁법 후속 대책을 논의할 사법개혁특위(사개특위) 그리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기능 조정 등 여야가 뚜렷한 이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을 협의해 나가야 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에서 김 의장 선출 뒤 기자들과 만나 “상임위원장 선출 문제와 국회의 구조적인 개혁 문제, 사개특위 등 현안이 남아 있다”며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 배분 문제는 여야가 조속히 협의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여야가 조속한 협상을 통해 상임위원장 배분 등을 마무리하는 것은 필요한 후속 조치”라며 “이와 함께 2년마다 법사위원장 문제로 국회 파행이 거듭되는 악순환을 끊을 보완 장치를 마련하고, 법사위의 상원 기능을 어떻게 할지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하고, 국회 예산심사의 개선 등을 어떻게 합의해 정리할지 부분을 남겨뒀다”고 설명했다.

◇ 여야, 서로 ‘통 큰 양보’ 자평

하지만 앞으로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이번 원 구성을 위해 본인들이 ‘통큰 양보’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 합의 때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박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4일 법사위원장 선출을 두고 △검찰개혁 법안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정상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기소권 완전 분리) 법안의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청구 취하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 축소를 조건으로 양보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일주일이 넘게 협상이 지연됐고, 4일 오전 박 원내대표가 “국무총리 임명동의안과 추경 처리에 이어 법사위원장까지 양보를 거듭해온 민주당으로서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오후 본회의에서 국회의장단 단독 선출을 강행하겠다"고 예고해 파국으로 치달은 듯 했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가 오전 국민의힘 의원총회를 마치고 극적으로 ‘상임위원장 선출을 여야 합의로 한다면 국회의장단 선출에 협조하겠다’는 조건을 내 걸었고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본회의 전 힘겹게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

박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전 민주당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오늘 본회의에서 후반기 국회의장단 선출에 국민의힘이 협조한다면 민주당은 ‘빠른 시일 내에 국회 상임위원장을 여야 합의로 선출하자’는 국민의힘 제안을 수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합의 후 열린 임시의원총회에서 “국회 운영을 정상화 하는 게 국민을 위한 길이고 어려운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통 큰 양보를 했다”며 “우리가 의장단 구성에 협조하는 만큼, 민주당도 빠른 시간 내 상임위원장 선출을 마무리하고 국회를 정상 운영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임시의원 총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거듭 “아무리 늦어도 일주일 이내에 (상임위 구성을)마무리 지어야 한다. 빨리 상임위원장을 선출해 국회 원구성을 마무리하는 것이 정치권의 도리고 의무다”며 “통 크게 양보했기 때문에 민주당의 화답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6·1 보궐선거 당선자 및 비례대표직을 승계한 의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선서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국민의힘 박정하, 안철수, 김영선, 최영희, 이인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6·1 보궐선거 당선자 및 비례대표직을 승계한 의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선서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국민의힘 박정하, 안철수, 김영선, 최영희, 이인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여야, 국회 파행으로 '신뢰' 추락

여야 모두 서로 양보를 주장하는 것은 양측 모두 원 구성 지연으로 얻을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한달 이상 원 구성을 지연시켰지만, 이를 통해 뚜렷하게 얻어낸 것이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원 구성이 지연되면서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에 대한 인사청문회 시기를 놓치는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 김창기 국세청장에 이어 4일 윤석열 대통령이 김승겸 합참의장,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까지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하면서 민주당은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박순애 부총리는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함께 각종 의혹이 제기 된 인물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된 김 후보자는 같은 날 ‘자진사퇴’를 했으나 박 부총리는 임명됐다. 박 장관은 음주운전 이력에 이어 최근 갑질 의혹까지 받고 있었다.

하지만 국회가 파행하는 동안 윤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 전 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일괄 요청했고, 절차에 따라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했다. 야당은 손 한번 쓰지 못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힘에서도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는 것이 호재라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문회가 열리지 못해 의혹이 불어만가고 해소는 되지 않으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인사 문제를 이유로 5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NATO 방문에도 불구하고 2주 연속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NATO 순방 효과도 거의 보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역시 윤 대통령과 함께 정당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6월 5주차 주간조사 결과, 윤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지난주보다 2.2%P 낮아진 44.4%였고 부정평가는 지난주보다 2.5%p 높아진 50.2%를 기록했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43.5%로 지난주보다 1.3%P 하락했고, 더불어민주당은 40.3%를 기록해 0.8%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7일부터 7월 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4명을 대상으로 조사.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에 따라 여야 모두 국회의 신뢰 회복을 위해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야당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민생에 집중해야할 때라는 것을 여야 의원 그 누구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한달이 넘게 파행이었던 국회이니 잠시라도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만 지금 법사위와 예결위, 사개특위 문제가 너무 첨예하다”며 “민주당에서 양보하기만 하는 것은 여기까지 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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