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01차 본회의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회의장 선출에 극적 합의를 이룬 지 하루 만에 여야의 갈등 불씨가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국회 정상화’의 공(功)이 자신들의 ‘양보’ 덕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더불어민주당이 조속한 원 구성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천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앞선 협상에서 최대 ‘난관’이었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에 여전히 힘을 싣고 있다. 본격적인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극심해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5일 국민의힘은 전날(4일) 국회 의장단 선출에 자신들의 역할이 컸음을 강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책임 있는 집권여당으로 오직 국민만 생각하며 먼저 양보했다”고 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이에 동조했다. 그는 “국회가 더 이상 멈춰선 안 된다는 절체절명의 심정으로 권 원내대표의 통 큰 결단 하에 국회의장단을 선출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여야는 전날 본회의를 열고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롯한 의장단을 선출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국민의힘은 ‘불가’ 방침을 내세웠지만, 상임위원장을 여야 간 합의로 선출하기로 하면서 협상의 물꼬가 틔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통 크게 양보해서 결단을 내렸다”고 언급했다.

‘통 큰 양보’를 강조한 국민의힘은 이를 지렛대로 상임위원장 협상에도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이 먼저 전향적 태도를 취한 만큼, 이제는 민주당이 “약속을 이행해야 할 차례”라고 압박하면서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이날 이를 고리로 민주당의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권 원내대표는 “당리당략이 아닌 시급한 민생현안 해결을 위해서 하루라도 속히 상임위원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국회의 관례 등을 근거로 법사위원장은 당연히 자신들이 가져가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지난 합의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나눠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을 제1 교섭단체 민주당이 맡았으니 법사위원장은 제2 교섭단체 국민의힘이 맡아야 한다”며 “지난해 합의했듯 11대 7로 상임위를 배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개특위·상임위원장 배분 놓고 ‘삐걱’

국민의힘의 조속한 원 구성 합의 요구에 대해 민주당 역시 반대하는 바는 아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약속 대 약속, 합의 대 합의 이행으로 여야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한다면 국회의 전면적 정상화는 당장에라도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생각하는 ‘전면적 정상화’와 국민의힘이 요구한 ‘조속한 원 구성’은 다소 결이 다른 듯한 모습이다. 민주당이 ‘합의 대 합의 이행’이 우선되야 한다는 점을 들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합의’를 다시 꺼내든 것은 균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그간 협상에서 계속된 파열음을 야기한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둘러싼 신경전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당장 박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법사위와 예결위 등 국회 제2 선진화를 위한 개혁,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정상 가동 등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남았다”고 운을 뗐다. 반면 국민의힘은 사개특위를 절대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통 크게 양보해서 국회 의장단을 선출했다. 공은 민주당에게 있다”며 “박 원내대표에게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거기에 대한 변동은 절대 없다”고 단언했다. 

여야의 협상으로 상임위원장을 나누기로 했지만, 이에 대한 입장차이도 첨예하다. 국민의힘은 그간 여당이 맡아온 기재위, 운영위, 국방위 등을 당연히 자신의 몫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과거 여당이었을 때 맡았던 상임위가 있고 야당의 상임위가 있다”며 “거기에 맞춰서 각 당이 담당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협상을 통해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엇갈린 입장 속에 향후 원 구성 협상을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번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 자신들의 역할론을 띄우며 국민의힘의 ‘통 큰 양보’ 주장도 일축하고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퍼펙트 스톰의 민생경제 위기 속에 입법부의 공백을 더 이상 지속해서는 안 된다는 일념으로 의장이라도 먼저 선출을 하겠다는 우리 민주당의 대승적 결단, 그리고 대승적 양보와 인내의 결과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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