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본부 1층 로비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우 위원장은 이날 국가 균형 발전과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당·정·대학총장단 간담회에 참석했다. /뉴시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오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본부 1층 로비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우 위원장은 이날 국가 균형 발전과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당·정·대학총장단 간담회에 참석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전당대회 룰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 위원장을 맡았던 안규백 의원이 비상대책위원회의 결정에 반발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안 위원장은 5일 본인의 SNS를 통해 “전준위 논의가 형해화되는 상황에서 더는 생산적인 논의를 이끌어가는 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전준위원장으로서의 제 역할도 의미를 잃은 만큼 전준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 비대위, 당무위에서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전날 전준위가 결정한 컷오프 등 관련 규정이 비대위 논의 과정에서 뒤집힌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4일 오전 국회에서 전준위 비공개 회의를 가진 뒤 안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기존에 민주당 전당대회 선거가 본투표에서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여론조사 5%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치러진 것을 대의원 30%·권리당원 40%·일반당원 5%·국민 25%로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대표와 최고위원 예비경선(컷오프) 선거인단도 국민 여론조사를 반영, 기존 중앙위원회 100% 방식에서 중앙위원 70%·국민 여론조사 30% 방식으로 치를 것이라고 전했다. 예비경선에서 후보자가 4인 이상일 경우 3인, 9인 이상일 경우 8인을 경선에 올리고 예비경선은 당대표의 경우 1인 1표, 최고위원은 1인 2표 투표 방식으로 진행되며 득표율과 순위는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비대위는 이 결정을 뒤집고 예비경선을 현행대로 중앙위원회 투표 100%로 진행하고, 1인 2표인 최고위원 선거에서 대의원 및 권리당원이 자신이 속한 권역 후보에게 반드시 1표를 행사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전대 룰을 의결했다.

안 위원장은 사퇴 발표에서 “비대위는 대표적인 개혁안 중 하나인 예비경선 선거인단 구성에 국민 의견을 반영한 안을 폐기했다”며 “그 과정에서 전준위와 사전교감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준위 결정 내용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토론했다. 다만 컷오프 과정에서 중앙 위주로 하는 게 좋겠다고 결론을 내린 이유는 후보가 10명이 넘는 경우 여론조사 컷오프가 어떤 변별력을 갖고, 일반 국민들이 어떻게 판단할 수 있겠냐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비대위와 전준위의 교감이 없었다는 것에 있어서는 “사실 지난 3일 비공개 비대위원회가 있었다. 거기에 안규백, 조승래가 참석해 충분히 많은 대화를 나눴다. 사실 그 때 이견이 노출됐고, 다음날 전준위 회의를 열기로 돼 있으니 그 때 비대위 의견을 충분히 전달해달라 했었다”며 “조직별 견해 차이를 말할 수 있는 것이지, 비대위가 전준위를 무시했다고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전날 충분히 토의했다”고 반박했다.

6.1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01차 본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6.1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01차 본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최종 결정 될 당무위 주목

비대위의 결정에 전준위원을 비롯한 민주당 내 친명(친 이재명)계 의원 등이 반발하고 있다. 김병욱 전준위원은 기자들에게 “전준위 당헌·당규 분과가 약 15회의 토론과 숙의를 거쳐 나온 안이 전준위안”이라며 “비대위가 결정을 거부한 것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으며, 장시간 논의와 숙의를 한 사실은 알고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비대위 결정은 잘못된 관행을 성찰을 통해 바꾸지 않는 기득권의 산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용기 전준위 대변인은 “비대위의 전당대회 룰 왜곡에 유감을 표한다”며 “당을 위한 한마음 한뜻으로 서로의 생각을 양보하고 타협하며 힘겹게 만들어낸 결과물이고, 이렇게 하루아침 만에 손 뒤집듯 뒤집혀선 안 될 사안이었다는 뜻이다. 이럴 거면 전준위가 왜 필요하냐”고 재고를 촉구했다.

친명계 김남국 의원도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런 전대 룰이라면 이재명 의원도 (당대표 경선에) 나와서 얼마든지 컷오프(공천 배제)될 수 있다”며 “이재명은 권리당원들과 국민들이 지지하는 것이고, 당내서는 철저히 비주류다. 당내에서 이재명을 미는, 지지하는 계파나 그룹이 없으면 그냥 컷오프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긴급 기자회견까지 연 친명계 의원들은 “비대위 결정은 당내 소수가 당내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며 “충분한 논의 없이 독단적으로 졸속 의결한 비대위 결정을 거두고 모든 당원이 참여하는 전당원 투표를 요구한다”고 반발했다. 사실상 비명계 최고위원 후보들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성명에는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을 비롯해 김병욱, 박주민, 김남국, 김용민, 장경태, 양이원영, 정청래, 강민정, 권인숙 의원 등과 정다은 경주시지역위원장 등 40명이 이름을 올렸다.

당내 비주류 보다는 주류에게 유리하게 해석 될 수 있는 전대룰이 수용되면서 ‘97세대’(70년대생‧90학번)로부터도 불만이 나왔다. 박용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몇 주간 있었던 전준위의 숙의 과정조차 깡그리 묵살하고 소심한 변화마저 허용하지 않는 것, 이게 혁신이냐”면서 “퇴행이 아닌 혁신을 위해 당무위에서 비대위의 결정을 재논의해달라”고 호소했다.

논란이 가중되자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최대한 원만하게 당의 의견을 수렴해서 내일(6일) 깊이있게 논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사태를 수습하고 나섰다. 조오섭 대변인도 “(어차피) 본선거는 일반국민 여론조사 25%를 반영한다"며 "컷오프에서부터 국민의 선택을 받게끔 설계하는 건 어색하단 판단이 있었다”고 해명에 나섰다.

이에 의원들은 최종 결정 될 6일 당무위를 주목하고 있다. 다만, 이재명 의원은 계속해서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당대표 후보 등록 시한인 오는 17일까지 이 의원은 침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지금 이 의원이 의견을 밝힐 이유가 없다”며 “전대룰로 친명 비명 갈등이 더 가중되게 된 마당에 가만히 있어도 당권 주자로 입지를 굳힐 수 있다. 오히려 지금은 침묵이 약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