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 행정안전부 앞에서 경찰국 신설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한 뒤 삭발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 행정안전부 앞에서 경찰국 신설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한 뒤 삭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행정안전부와 경찰의 갈등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한 일선 경찰관들이 삭발 시위를 하는 등 반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이를 “정치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행안부와 경찰 사이 갈등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새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윤희근 경찰청 차장(치안정감)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 갈등에 기름 ‘끼얹는’ 이상민 장관의 발언

일선 경찰관들이 행안부의 경찰업무조직(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릴레이 삭발 시위까지 했다. 지난 4일 충북 청주 흥덕경찰서 직장협의회장(직협)인 민관기 경위 등 경찰관 4명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국 신설 반대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들은 5일부터는 행안부 세종청사 앞에서 경찰국 설치 반대 농성에 돌입했다. 전날 삭발을 했던 민 경위는 이날부터 단식 투쟁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들의 반발에 대해 “지금 직협의 행동이 그렇게 순수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직협이 합리적인 이유와 명분을 대서 반대를 해야 되는데, 그러한 것 하나도 없이 일부 야당의 주장에 편승하는 듯한 정치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경찰국 신설에 대해) 비정상의 정상화, 불법의 합법화라고 자세한 설명을 여러번 드렸고, 그 설명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며 “이러한 저의 설명을 대부분의 경찰들이 잘 듣지를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직협은 적어도 제가 한 이야기를 틀림없이 보고 들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장관의 이같은 발언으로 일선 경찰의 반발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특히 이 장관은 직협과 대화하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오후에는 세종 남부경찰서를 방문했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행안부 내 경찰업무조직 신설로 치안일선에서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경찰에 대한 새로운 통제가 생기는 것도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이같은 행보에도 불구하고 경찰 내부에서는 ‘형식적 소통’이라는 비판이 여전하다.

이번 행안부와 경찰의 갈등을 두고 일각에서는 지난 정권 당시 법무부-검찰 갈등을 연상시킨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른바 ‘추-윤 갈등’이라 불렸던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 상황에서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은 검찰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지금 행안부의 경찰국 설치에 반발하는 경찰 역시 경찰의 독립성을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경찰 길들이기’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희근 경찰청장 내정자가 5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경찰위원회에서 열린 차기 경찰청장 임명제청동의안 심의위원회에 출석하며 소감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윤희근 경찰청장 내정자가 5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경찰위원회에서 열린 차기 경찰청장 임명제청동의안 심의위원회에 출석하며 소감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 윤희근이 마주한 ‘갈등 수습’ 과제

이런 가운데 이날 윤석열 정부 첫 경찰 수장으로 윤희근 경찰청 차장이 내정됐다. 이 장관은 이날 국가경찰위원회로부터 윤 내정자에 대한 임명 제청 동의를 받아 제청했다.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 등 절차를 밟아 대통령이 임명하면 윤 내정자의 공식 임기가 시작된다.

윤 내정자는 경찰 조직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경찰국 설치로 시작된 정권(행안부)과 경찰 간 갈등을 수습해야하고, ‘치안감 인사 번복’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국기 문란’이라고 발언하면서 김창룡 경찰청장이 사표를 던진 마당이라 내부 조직 역시 추스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윤 내정자가 경찰국 설치에 어떤 입장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행안부는 경찰국 신설과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 제정, 경찰 고위직 후보 인사추천위원회 신설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일선 경찰의 반발에도 행안부는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윤 내정자도 행안부 기조에 정면으로 반발해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낮다는 목소리가 다수다. 

오히려 경찰국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가면서도 경찰의 반발을 수습할 수 있는 중재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윤 내정자는 이날 차기 경찰청장 임명제청동의안 심의위원회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경찰의 권한·역할이 민주적 통제 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과 경찰권 행사에 있어 중립성·책임성 가치 또한 존중돼야 한다는 것 등 두 가지가 양립해야 한다”며 경찰국 신설에 경찰 입장이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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