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고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한 총리의 압박으로 사의를 표명한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고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한 총리의 압박으로 사의를 표명한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거취를 언급해 사실상 사퇴를 압박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고발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총리의 폭압적 사퇴 요구는 심각한 직권남용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이야말로 수사 대상이라 생각해 당은 법적 대응까지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원장은 "소득주도 성장 설계자가 KDI 원장인 것은 말이 안 된다"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말에 공개 입장문을 내놓으며 사퇴의 뜻을 밝혔다.

그는 입장문에서 “총리께서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사이의 다름은 인정될 수 없고 저의 거취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에 크게 실망했다”며 “국책연구기관은 연구의 자율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원장의 임기를 법률로 정하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은 정권과 뜻을 같이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을 뵌 적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총리께서 KDI와 국책연구기관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연구에만 몰두하고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국민의 동의를 구해 법을 바꾸는 것이 순리”라며 “생각이 다른 저의 의견에 총리께서 귀를 닫으시겠다면, 제가 KDI 원장으로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는 없다. 제가 떠나더라도, KDI 연구진들은 국민을 바라보고 소신에 따라 흔들림 없이 연구를 수행할 것”이라고 사의를 밝혔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기조를 비판하며 “10년 전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에 표방한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다르지 않다. 복합 위기를 극복하고 대전환의 시대를 대비하기에는 미흡해 수정·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작년 의회 연설에서 ‘감세를 통한 낙수경제학은 작동한 적이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고 꼬집었다.

홍 원장이 이 같이 현 정부와의 갈등으로 사퇴하면서 문재인 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공공기관장들이 대거 교체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370개 공공기관(본부기관 350개·부설기관 20개) 중 임기 만료 등으로 연내 기관장 교체가 예정된 공공기관은 71개지만, 법에 정해진 임기에도 불구하고 문 정부 시절 임명된 인사들에 대한 사퇴 압력이 거세기 때문이다.

홍 원장에 이어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KLI) 원장도 6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작년 2월 한국노동연구원장으로 취임한 그는 임기가 1년 6개월가량 남은 상태였으며, 사의를 밝힌 이유와 경위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가 국책기관장에게 공개적으로 사퇴를 강요한 것은 직권남용의 소지가 분명하다”며 “법률 검토 후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면 바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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