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문재인 정부를 향한 칼 끝을 겨누고 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은 물론 전 정권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에 대한 사퇴 압박을 종용하면서다. /뉴시스
정부·여당이 문재인 정부 흔적 지우기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은 물론 전 정권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에 대한 사퇴 압박을 종용하면서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부‧여당의 문재인 정부 흔적 지우기가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그간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을 고리로 압박을 이어온 이들이 이를 구실로 국정원 전 원장들에 대한 고발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여기에 전 정권 당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에 대한 사퇴 압박도 강하게 밀어붙이자 야당의 반발도 거세다. 정국 혼란도 가중되는 모습이다.

7일 국민의힘은 국정원이 박지원‧서훈 전 원장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한 것에 대해 보조를 맞췄다.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정원 차원의 강력한 진상 규명 의지”라며 “두 전직 국정원장에게 국정원은 ‘정권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의 수단”이라고 질타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퍼즐이 풀렸다”고 강조했다. 당 해수부 공무원 TF 활동 당시 사건이 발생한 당시의 자료를 요청했으나 국정원이 ‘없다’고 답한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은 그간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을 고리로 문재인 정부를 향해 칼날을 겨눠왔다. 전날 활동이 종료된 당 해수부 공무원 TF가 이번 사안의 결론을 ‘개인에 대한 조직적 인권침해 및 국가 폭력사건’으로 규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가 제대로 된 구조 조치를 하지 않았을뿐더러, 사망 사실을 은폐하고 조직적으로 ‘월북 몰이’를 했다는 게 TF의 판단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북한에 대한 굴종”이라며 “‘종북공정’까지 했던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두 명의 전 원장에 대한 고발까지 이뤄지자 야권의 반발은 극에 달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 지우기’를 위한 것이라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명백한 정치 행위”라며 “전 정권 인사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윤석열 정부는 연일 전 정부 때려잡기만 골몰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 문 정부 흔적 지우기에 발끈한 민주당

민주당은 이러한 칼날이 궁극적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는 데 대해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앞선 라디오에서 “여당 TF가 활동을 종료했는데 국정원이 나선 것"이라며 ”그 끝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그다음에는 대통령까지 한 번 물고 들어가겠다는 의도“라고 강조했다. 물론 대통령실은 이러한 해석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정치적 의도가 아닌 원칙적인 대처라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이러한 여권의 공세가 ‘정치적 의도’라는 의구심이 다분하다. 사실상 지지율 하락 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내부로 향하는 비판을 외부로 돌리려는 것이란 설명이다. 여권이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된 공공기관장에 대해 사퇴 압박을 해 온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맥이 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사의를 표하면서 갈등은 분출되고 있다.

홍 원장이 사퇴의 이유로 한덕수 총리의 거취 발언과 감사원의 감사자료 요청 사실을 언급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민주당은 즉각 정부‧여당의 ‘직권남용’이라며 날을 세웠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무총리는 실질적 인사권자인데 폭압적 사퇴 요구는 심각한 직권남용”이라고 힐난했다. 전반기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 역시 “‘물갈이’를 위해 사퇴를 종요하면 이는 직권남용에 해당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고 현 정부를 겨냥했다.

민주당은 즉각 이를 고리로 정부·여당에 대한 ′역공′ 자세를 취하고 나섰다. 정부·여당의 일련의 행보들이 ′정치보복′을 위한 것으로 규정한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당장 홍 원장의 사퇴 과정에서 불법적 요소가 없었는지 법적 조치도 준비 중이다. 오 대변인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런 상황이야말로 수사 대상이라 생각하고 법적 대응까지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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