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마드리드 이페마(IFEMA)에서 열린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마드리드 이페마(IFEMA)에서 열린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 순방 길에 대통령실 비서관의 부인이 민간인 신분으로 동행한 것이 드러났고, 다음날 윤 대통령의 친인척이 대통령 부속실에서 근무하는 것까지 보도되자 더불어민주당에서 ‘비선정치’라고 지적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7일 오전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이원모 인사비서관의 배우자 신씨가 민간인 신분으로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부속실을 매일 드나들며 김건희 여사의 일정과 의전 등을 챙겼음이 보도로 드러났다”며 “대통령실 내부에서 여사 특보로 불렸다는데, 공식 직함이 없는 사람이 특보로 불리는게 바로 비선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 씨가 수행이 아니라 기획을 했다는데 무엇을 했는지 분명하지도 않은 민간인에게 국가 기밀 사안인 대통령 부부의 일정과 동선 정보가 그대로 제공됐고, 외교부는 관용여권까지 발부하는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외가 동생인 최모씨도 거론하며 “윤석열 대통령은 조카로 여긴다는 친구 아들을 행정관으로 채용하는 것도 모자라 친척 동생이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 중인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새로운 비선 정치, 지인 찬스로 대통령실이 운영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꼬집었다.

◇ 대통령실 “비선표현 악의적 보도”

대통령실에서는 두 사건 모두 ‘비선’이라고 표현하는 게 악의적이라고 항변했다. 지난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최순실 사태’ 등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동생 최씨에 대해 “공적 조직 내에서 공적 업무를 하는 사람에게 비선이라는 악의적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저희 입장에서 동의할 수 없다”며 “국회가 만든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르면 전혀 저촉되지 않는다. 이 법이 규정하는 가족 채용 제한은 배우자와 직계혈족, 형제·자매 그리고 함께 사는 장인·장모·처형·처제로 규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최씨의 아버지와 윤 대통령의 어머니가 6촌간이고, 최씨는 윤 대통령과 8촌이라 이해충돌방지법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국회의 경우 4촌 이내 인척 채용을 금지하고 8촌 이내 인척 채용 시에는 반드시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정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기자의 지적에 관계자는 “외가 6촌 채용도 국민 정서에 반한다면 법 정비를 해야 할 사안”이라고 국회로 공을 넘겼다.

검찰 내 윤석열사단 출신인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부인 신씨의 나토 순방 동행에 대해 대통령실은 신씨가 해외에 오래 거주했고 영어에 능통하다는 점과 국제교류행사 기획 분야에서 전문가라는 점 등을 들어 ‘기타 수행원’ 자격을 부여하고 순방 준비를 부탁했다고 해명했다.

기자들이 재차 ‘기타수행원’의 의미를 묻자 이 관계자는 “법적 제도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 모든 절차를 밟았다. 신원조회, 보안각서 모든 게 이뤄졌다. 분명하게 절차 속에서 이뤄진 일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5일 첫 수행원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대통령실 관계자는 “신씨는 기타 수행원 신분으로 모든 행정적 절차를 적법하게 거쳤다. 출장에 필수적인 항공편과 숙소를 지원했지만, 수행원 신분인 데다 별도의 보수를 받지 않은 만큼 특혜나 이해충돌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외교부 등 정부기관에는 신씨보다 더 오래 해외에 거주하고 영어에 더 능통하며 국제교류행사 기획 역량이 더 뛰어난 전문가가 있음에도 순방에 동행시킨 것에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김여사의 수행원 논란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달 13일 김여사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방문하면서 코바나콘텐츠 출신 대통령실 직원, 그리고 십년지기 지인과 동행해 ‘사적 수행‧채용’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을 부활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공세를 받자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 비공식 행사를 어떻게 나눠야 할지”라며 난색을 보였다. 그리고 이번 나토 순방에서 유사한 논란에 다시 불이 지펴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9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시내에 위치한 업사이클링 매장을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며 관계자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마드리드 시내에 위치한 업사이클링 매장을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며 관계자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뉴시스

◇ 우상호 “제정신이 아니다” 비판

야당에서는 대통령실의 해명마저 궤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조오섭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대통령 부부와의 오랜 인연으로 대통령 부부의 의중을 잘 이해해 효과를 최대한 거둘 수 있도록 했다는 대통령실의 해명도 공사구분을 못하는 궤변”이라며 “대통령실이 대통령 부부와의 인연만 있으면 아무런 기준과 원칙 없이 민간인에게 일급 기밀 사항을 공유하고 대통령 일정과 행사를 기획하게 하냐”고 각을 세웠다.

이어 “윤석열 사단으로 알려진 검사 출신 이원모 인사비서관의 부인이라는 점에서 의심은 더욱 커진다”며 “논란의 인물이 윤 대통령 지인의 딸이며, 윤 대통령이 두 사람을 중매한 사실까지 보도되고 있다. 신씨의 대통령 순방팀 참여와 행사 기획은 윤석열 대통령이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수준을 넘어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고 있음을 의심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의 대화 파트너로 간 것 같은데, 제정신이 아닌 것”이라며 “대통령 부인이 민간인을 데려가라고 하면 데려가고, 1호기에 태우라고 하면 태우는 그런 나라로 전락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문제는 옆에서 이분(김 여사)이 하는 움직임을 제어를 못하는 것이다. 대통령도 제어를 못하는 것 아니냐”며 “이번에 심각하게 다뤄서 이분이 사고 못 치게 해야 한다. 국격에 관한 문제다. 지난번 대통령실 이진복 정무수석과 비공개 대화에서도 ‘여사님이 사고 칠 것 같은데 부속실 만드시오’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에서는 제2부속실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부속실 내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또 김건희 여사 업무가 생기면 그 안에서 충분히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민주당이 비선 의혹에 더 강한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이번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 자신이 청와대 비선실세 사건을 수사하신 분 아니냐”며 “‘제가 과거에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라는 그 유명한 (박 전 대통령의) 데자뷰”라고 했다.

한 야당 의원은 “대통령실이 월급을 받지 않았다는 등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해명만 하고 있다”며 “공직자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월급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월급 외의 사적 이득을 취하겠다는 의미 아니냐. 그런게 비선실세, 문고리 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아마 대통령 비서실에서 곤혹을 치르고 있을 것”이라며 “지금 해명에 앞뒤가 하나도 안 맞지 않다. 즉흥적으로 대통령 내외의 심기에 따라 일을 하니 제대로 된 해명조차 내놓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8일 오전 국방부 정문 앞에서 원내대표단 및 의원들이 참석하는 ‘비선 농단과 대통령실 사유화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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