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양국 인적교류, 단체관광만 제한적 허가… 좌석점유율 절반 이하 수준
제한된 ‘무비자’ ‘자유여행’… 항공·여행·면세업계 살리려면 규제 풀어야

몽골, 싱가포르 등 신규 노선을 향한 항공업계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뉴시스
한국과 일본의 인적교류가 재개됐지만, 아직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 항공사들의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한국과 일본 간 인적교류가 최근 재개되면서 항공업계에서는 일본 노선 재취항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일 간 인적교류는 여행사를 통한 단체관광만 가능한 상황이라 수요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항공사는 일본 주요 노선을 최소 주 2회, 대형항공사(FSC)는 이번달부터 일본 항공사와 공동운항을 통해 최대 주 7회 이상 항공편을 운항할 예정이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이 늘어나는 현상은 긍정적이지만, 아직 양국 간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당장 여행객 수요가 크게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상황에도 항공사들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한국과 일본을 잇는 항공편을 편성하고 있다. 수요가 적을 경우에는 항공사가 적자를 감수하고 항공편을 운항해야 하는 셈인데, 한일 노선 항공편을 갑자기 늘리는 것이 자충수가 되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일 양국 정부는 지난달 협의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끊어졌던 인적교류를 지난 6월 29일부터 재개하기로 확정하고, 상호 입국자에 대한 규제를 제한적으로 완화했다. 우선 한일 관광을 원하는 여객들은 여행사를 통한 단체관광만 가능하다. 다만 양국 정부는 단체관광객의 입국을 허가하면서도 여전히 비자(사증) 문제는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양국을 오가기 위해선 별도로 비자를 신청해 발급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추가 비용도 발생한다.

그럼에도 국내 항공사들과 일본 주요 항공사들은 한일 노선을 다시 편성하면서 관광 여객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 중에서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대형항공사 2곳과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 저비용항공사(LCC) 4곳 등 총 6개 항공사가 일본 노선 운항을 재개했다. 일본 항공사들 중에서는 일본항공(JAL)·전일본공수(ANA) 등이 한국 노선 운항을 재개했다. 피치항공도 조만간 오사카∼인천 노선 운항을 재개한다.

많은 항공사가 한일 노선 항공편을 편성했지만, 아직까지 수요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마저도 여러 항공사에 분산되고 있어 항공편 증편은 보다 전략적,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항공운항 포털시스템 실시간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7일까지 일주일 동안 국내 항공사가 운항한 한일 주요 노선 왕복 운항 기준 공급 항공편 및 여객수는 △인천∼나리타(도쿄) 114편·1만884명 △인천∼간사이(오사카) 87편·4,813명 △인천∼후쿠오카 30편·1,948명 △김포∼하네다(도쿄) 12편·886명 △김해∼간사이 4편·331명 등이다.

국내 항공사들이 운용 중인 항공기 중 가장 작은 기재인 보잉 B737 및 에어버스 A321 계열 항공기는 대부분 약 175∼180석 내외 수준이다. 1편당 175석 공급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최근 운항을 재개한 김포∼하네다 노선의 일주일간 좌석점유율은 약 42.19%로, 항공기 1대의 절반도 채 채워지지 않은 셈이다.

가장 많은 항공편과 여객수가 가장 많은 인천∼나리타 노선도 좌석점유율은 약 54.56% 정도에 불과하다. 대형항공사에서 중형항공기나 대형항공기를 일부 운항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 좌석점유율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에어부산만 운항을 하고 있는 김해∼간사이 노선도 약 47.29% 정도의 좌석점유율을 기록했다.

동기간 국내 항공사가 인천∼괌 노선에 공급한 항공편은 총 82편이며, 이용객은 1만3,064명 정도로, 1편당 175석 기준으로 계산하면 좌석점유율은 90%를 웃도는 수준이다. 대형항공기를 운항했다하더라도 좌석점유율이 80% 이상을 기록한 셈이다. 사이판 역시 동기간 32편을 운항했으며 여객수는 4,461명을 기록해 좌석점유율은 약 80% 정도를 기록했다.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한 국가 및 지역으로 여행객이 집중되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항공업계에서는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각국마다 코로나19에 대한 방역규제가 모두 다른데, 일본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유럽이나 미국 등에 비해 규제를 강하게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라 자유여행이 제한되고 단체관광으로만 여행객 입국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며 “또 한일 양국은 지난 2019년까지는 무비자 입국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외교적인 문제로 인해 단체관광비자만 발급이 가능해 소규모 자유여행은 불가능한데, 일본 노선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비자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과거 한일 양국의 교류가 활발하던 2019년 상반기까지는 일본 노선의 항공편 좌석점유율이 90% 이상을 꾸준히 기록하기도 했다. 한일 노선은 거리가 가까워 운항에 소요되는 비용은 아주 크지 않음에도 국제선이라는 이유로 항공편 가격은 다른 노선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뜨기만 하면 흑자를 기록했고 이 때문에 소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기도 했다. 국내 LCC들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기도 한 노선이다.

향후 항공업계를 비롯해 여행업계와 면세업계의 상황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한일 간 엮여있는 비자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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