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옛 타다 운전기사를 쏘카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가운데, 노동계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법원이 옛 타다 운전기사를 쏘카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가운데, 노동계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옛 타다 운전기사들을 쏘카의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으며, 그에 따라 부당해고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산업계 전반의 거대한 변화 흐름 속에 ‘플랫폼 근로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여러모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판결이다. 혁신적인 서비스와 근로자 보호가 지속적으로 대립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보다 근본적인 제도적 보완 및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중노위 결정 뒤집은 법원

지난 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쏘카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쏘카의 손을 들어줬다. 옛 타다 운전기사들을 근로기준법상 쏘카의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으며, 이에 따라 부당해고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골자다.

이번 판결의 내용과 의미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선 먼저 당시 타다의 사업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법적공방의 중심에 선 서비스를 보다 정확하게 짚자면 ‘타다 베이직’이다. 현재는 운영되지 않고 있다. 

2018년 10월 등장과 동시에 큰 화제를 모은 타다(편의상 타다 베이직을 타다로 통칭한다)는 카셰어링 업체 쏘카의 자회사인 VCNC가 운영했다. 이용자가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차량을 호출하면, 목적지까지 이동시켜주는 서비스다. 기본적으로 카카오택시 등 호출택시 서비스와 같다.

다만, 구조적인 측면에선 일반적인 호출택시 서비스와 차이가 컸다. 우선, 타다는 택시면허를 보유한 법적인 택시가 아니었으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예외조항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었다. 11인승 이상의 승합차를 렌트할 때, 운전기사를 알선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다.

즉, 타다 이용객은 쏘카로부터 승합차를 렌트하면서 타다로부터 운전기사를 알선 받는 구조였다.

이때 타다 운전기사는 타다 운영사인 VCNC나 VCNC의 모기업인 쏘카와 직접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 VCNC와 운전기사 공급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있었다.

이러한 구조 및 계약관계 속에 일하던 타다 운전기사 2명은 각각 2019년 7월과 2020년 3월 더 이상 배차가 어렵다는 통보를 받아 일을 할 수 없게 됐고,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관계당국을 통한 구제절차에 돌입했다. 사실상 쏘카의 지휘·감독을 받아 근무한 만큼, 쏘카가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후 지방노동위원회는 이들의 주장을 각하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다. 그러자 쏘카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에 돌입한 것이었다.

이번 소송의 중심에 선 타다 베이직 서비스는 현재 종료된 상태다. /뉴시스
이번 소송의 중심에 선 타다 베이직 서비스는 현재 종료된 상태다. /뉴시스

◇ 혁신 서비스와 근로자 보호 ‘상생’ 해법 찾아야

쏘카의 손을 들어준 법원은 우선 쏘카와 타다 운전기사 사이에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운전기사를 모집하고 채용하는 과정에 쏘카가 전혀 개입하지 않았으며, 협력업체의 실체가 뚜렷했다는 것이다.

타다 운전기사가 쏘카의 구체적인 지휘 및 감독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다. 타다 앱을 통해 운전기사의 대기장소와 출발지 및 도착지, 운행경로 등이 결정되는 것과 복장 가이드, 필수 응대어 등의 준수사항이 타다 서비스 유지에 있어 필연적인 요소라고 본 것이다.

아울러 운전기사들이 월간 최소 근무일 등이 없이 원하는 근무시간을 선택하고, 근무지역(차고지)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며 이 역시 쏘카의 지휘 및 감독이 이뤄지지 않은 근거로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타다 운전기사의 근로자성에 대한 첫 판결일 뿐 아니라, 플랫폼 근로자의 근로자성에 대한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최근 산업 전반의 변화 흐름 속에 플랫폼 근로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다만, 관계당국과 사법당국의 판단이 잇따라 엇갈린 데다 논란의 여지가 상당한 만큼 보다 근본적인 제도적 보완 및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새롭게 등장하는 각종 혁신적인 서비스와 근로자 보호가 서로 대립하는 사례가 더욱 잦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판결 이후 노동계에서는 거센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으론, 더 많은 타다 운전기사들이 제기한 소송이 현재 계류 중인 상황이다. 

중요한 미래 성장 동력이 될 혁신적인 서비스가 시대 변화에 뒤쳐진 제도에 발목 잡히는 일도, 신사업 성장도모에 매몰돼 근로자 보호가 뒷전으로 밀리는 일도 없도록 하는 것이 우리 앞에 과제로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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