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을 방문해 김동연 경기지사와 비공개 면담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을 방문해 김동연 경기지사와 비공개 면담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8월 28일 열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의 당 대표와 최고위원 출마 후보 등록 기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했으나 불허된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꾸준히 정치 행보를 이어가며 출마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면 당원 가입을 한 지 6개월이 지나야 하는데 제가 아직 6개월이 안 됐다. 출마 당락은 우리 당 비대위와 당무위에서 논의할 사안”이라고 했다. 하지만 비대위에 출마가 가로막히자 “제 출마 자격 요건에 대해서 불허한다고 말했지, 비대위고 당무위고 정식 안건으로 올려서 결정한 바 없다. 정식 안건으로 올려서 문서화해서 결정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박 전 위원장의 출마 허용 요청에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박 전 위원장이 소중한 민주당의 인재이지만, 예외를 인정할 불가피한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며 “당무위에 박 전 위원장 출마를 위한 예외 조항을 안건으로 상정해 토론하도록 부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식적인 논의를 차단했다.

현행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직 및 공직 피선거권을 갖기 위해서는 6개월간 ‘권리당원’으로서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은 올해 2월부터 당비를 납입해 출마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박 전 위원장의 출마 의지가 이어지자 민주당은 당무위에서 전대 룰에 대한 결정을 내리면서 이와 관련해서도 논의했음을 전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지난 6일 당무위원회 결과를 설명하면서 “비대위에서 당무위 안건으로 회부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계속 박 전 위원장이 문제를 제기해왔다. 안건은 아니지만, 비대위 결정 내용에 대해 당무위에서 비대위 안건을 존중한다고 만장일치로 정리했다”고 내부 의견을 전달했다.

◇ 오프라인 정치행보도 활발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은 당무위의 의견이 정식 안건에 회부한 결과가 아니라는 이유로 불복한 채 본인의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SNS로 꾸준히 의견을 피력해 온 박 전 위원장이었지만, 이제는 오프라인 일정을 통해 인사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 박 전 비대위원장은 경기도청을 방문해 김동연 지사와 1시간 10분간 비공개 회동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방선거 때부터 뵙고 지사님과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취임을 축하하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당권 도전에 나선 박용진, 강병원 의원 이후 박 전 위원장이 세 번째로 김 지사를 찾았다. 그는 “총장님 시절 청년들이랑 많이 소통했던 지사님이다 보니, 청년이 앞으로 우리 당에서, 우리나라에서 보다 많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해주셨다”며 “응원을 많이 했고 격려도 많이 해주셨다”고 환담 내용을 밝혔다.

기자들이 당 대표 출마 불발에 대해 묻자 “당에서 공식적으로 안건화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불발됐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출마 의지를 재차 피력하기도 했다.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이 있는 인사가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이재명 의원을 인천 계양에 공천을 한 것이 가장 큰 책임이지 않을까 싶다. 당시 대선후보였던 분을 차마 말릴 수 없었던 것, 그것이 아직도 많이 아쉬움이 남고 후회가 되는 부분이다”고 이 의원을 걸고 넘어졌다.

그러면서 “개혁과 쇄신이 필요한 민주당에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한다면 개혁과 쇄신을 이끄는 것이 무엇보다 책임을 지는 방식이겠다는 판단을 해서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출마 철회를 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은 본인의 SNS를 통해 이 의원을 재차 겨냥하고 “이재명 의원께서 진정 이번 전당대회가 혁신 경쟁의 장이 되기를 바라신다면, 말씀대로 제가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의원님과 함께 경쟁할 수 있도록 해주시라”고 말했다. 그는 우 비대위원장에게도 “우상호 비대위원장께서도 폭력적 팬덤을 뿌리치고 제 출마를 허용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덧붙여 “국민의 44%가 제 출마를 지지하고 있다. 저와 이 의원이 민주당 혁신 방안을 두고 치열한 토론을 벌이고 누가 민주당의 변화를 책임질 수 있는 적임자인지 경쟁한다면, 이번 전대는 국민의 큰 관심 속에 민주당이 새로 태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출마 원천 봉쇄… 오히려 모양새 이상” 우려도

박 전 위원장의 꾸준한 정치 행보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비대위에서 박 전 위원장의 전대 출마에 대해 예외를 인정할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고, 당무위에서도 비대위의 의견을 만장일치로 존중한다고 정리한 만큼 더 이상 논의의 필요성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이 지지율을 이유로 출마를 고집한다면 당도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부터 4일 조원씨앤아이가 진행한 ‘민주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박 전 위원장은 8.8% 지지율로 이재명 의원(33.2%)과 박용진 의원(15%) 뒤를 이었다. 이는 김민석 의원(5.2%), 박주민 의원(5.1%), 이인영 의원(3.9%), 강훈식 의원(2.3%), 강병원 의원(1.8%) 보다도 높은 수치다. (스트레이트 의뢰,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조사, 표본오차 95%·신뢰수준 ±3.1%p, ARS(무선 RDD) 방식, 자세한 사항은 선거 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일각에서는 박 전 위원장의 예비후보 등록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기 시작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중앙위원회 투표를 거쳐서 비대위원장으로 선출이 됐다면 피선거권이 있는 거 아니냐는 (박 전 위원장의) 말도 타당한 점이 있다”며 “그냥 하게 해도 대세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것 같은데 지금 모양새가 이상해졌다. 비대위하고 대선에서 나름대로 혁혁한 공을 세웠는데 당에서 아예 원천 봉쇄한 꼴이다. 피선거권이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진 교수의 말을 인용해 “그냥 피선거권을 줬어도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박 전 비대위원장이 출마한다고 해도 컷오프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컷오프를 통과해도 당선보장이 아니지 않냐”며 “괜히 출마 불허를 해서 민주당이 2030을 팽하는 모양새가 된 것 아닌가 싶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당 대표,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5명과 대표 권한으로 지명하는 지명직 최고위원 2명 등 9인으로 구성될 예정이며, 이번 전당대회 전 오는 29일에 예비경선(컷오프)을 통해 최고위원 후보를 8명까지 추리고, 다음 달 28일 본 투표에서 5명을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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