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시민·노동단체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뉴시스
7개 시민·노동단체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태광그룹이 또 다시 ‘이호진 리스크’를 마주하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무려 10여년이 넘는 사법절차 끝에 지난해 10월 만기출소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2,0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것이다. ‘잃어버린 10년’을 딛고 재기가 시급한 태광그룹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 2,000억원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

지난 13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와 금융정의연대, 민생경제연구소, 한국투명성기구,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등 7개 시민·노동단체는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2,0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한 사법부와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호진 전 회장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일었던 ‘황제보석’ 논란 당시 태광그룹 계열사인 티브로드를 매각하면서 위장계열사인 JNT인베스트먼트를 통해 2,000억원대 손해를 끼쳤다고 지적한다. 

이호진 전 회장이 티브로드 주식 일부를 JNT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매각하고 이를 다시 티브로드가 비싸게 사들이는 과정에서, 회사는 손해를 입고 이호전 전 회장은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이호진 전 회장이 ‘황제보석’ 기간 중 이러한 횡령·배임 범죄를 저질렀다며 죄질이 더욱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들은 검찰이 태광그룹의 김치·와인 강매 사건에 대해 이호진 전 회장을 불기소 처분한 것과 정관계 고위직 4,300명 골프 로비 의혹 사건을 3년째 수사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거듭된 정관계 로비 스캔들에도 솜방망이 처분이 이어지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로써 이호진 전 회장은 무려 10년이 넘는 사법절차 끝에 만기출소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또 다시 불미스런 사안으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이호진 전 회장은 2011년 1월 횡령·배임 혐의로 전격 구속됐으나 이후 두 차례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치면서 2019년 6월에 이르러서야 형이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그는 구속집행정지와 병보석으로 ‘황제보석’이란 지적을 받았으며, 특히 외부에서 버젓이 음주 및 흡연을 하는 모습이 포착돼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결국 이호진 전 회장은 2020년 12월 검찰의 보석 취소 요청이 법원을 통해 받아들여지면서 7년 9개월여 만에 재수감됐고, 지난해 10월 만기출소한 바 있다.

이호진 전 회장의 이러한 행보로 인해 ‘잃어버린 10년’을 겪어야 했던 태광그룹 역시 이번 검찰 고발에 따라 다시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태광그룹은 2011년 30위권이었던 재계순위가 지난해 49위까지 추락했으며, 신규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탓에 향후 성장 가능성에 있어서도 물음표가 붙는다.

특히 태광그룹은 이호진 전 회장 출소 이후 재기의 시동을 걸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시점이었다. 당장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 복귀는 어렵지만, 꽉 막혀있던 신규 투자 및 신사업 추진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 것이다.

한편으론 새 정부 들어 재계 인사들에 대한 사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형철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위원장은 “태광그룹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사건, 사고를 매년 일으키는 재계의 문제 기업”이라며 “’법치 확립‘을 내세운 정부와 검찰의 환골탈태를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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