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출마 선언 날짜를 고심해오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사진)이 제헌절인 오는 17일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뉴시스
전당대회 출마 선언 날짜를 고심해오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사진)이 제헌절인 오는 17일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오는 17일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속속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정치권은 전당대회에서 본격적으로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계)’의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의원은 1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많은 분들의 의견도 청취하고 여러 가지 생각들을 했다. 마음의 정리는 됐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제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도록 하겠다”며 지금까지의 묵언수행을 깼다.

민주당 개혁의 방향과 출마 이유에 대해 그는 “민생이 어려운 지경으로 바뀌고 있고 국민들의 고통이 큰 상태다. 정치가, 그리고 우리 민주당이 우리 국민들의 더 나은 삶, 고통 없는 더 안전한 삶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게 정치의 가장 큰 역할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출마 반대 의견에 대해서도 “원래 당이라고 하는 게 다양한 분들이 모이는 곳”이라며 “다양성이라고 하는 게 당의 본질이기 때문에 의견의 다름은 시너지의 새로운 재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17일과 18일 양일간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 등록을 받는다. 이 의원 측에서 17일로 출마 선언을 예정한 것은 당 대표 출마 선언을 임박해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의원 외 당 대표 선거 출마자는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재선 4인방(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과 3선 김민석 의원 등으로 예비경선(컷오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강병원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검찰 왕국을 완성했는데, 빌미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당이 민생을 챙기는 정당으로 인정받아야 할 때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며 이 의원을 비판했다. 박용진 의원 또한 “당 안팎에서 사법 리스크에 대한 방탄용 이야기가 있다”며 “‘나 혼자 산다’ 느낌의 출마”라고 지적했다.

당 대표 컷오프는 오는 28일에 실시해 전체 당 대표 후보 가운데 최종 3명의 후보를 가리게 된다. 400여 명으로 구성된 중앙위원 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30%가 반영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민석 의원은 MBC와의 인터뷰에서 “저와 제일 센 후보(이 의원), 97그룹 중 한 분이 컷오프를 통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대부분 비슷하게 예상할 텐데 97그룹에서 한 명, 강성 비명 한 명, 그리고 이재명 의원 그렇게 세 명이 올라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오는 15일 출마 선언을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헌·당규상 민주당 입당 6개월이 지나지 않아 자격 미달이지만 서류 등록은 하겠다는 것이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전 위원장의 출마) 뜻은 존중하나 당이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은 만큼 민주당에서는 서류 등록까지 막지는 않겠지만 출마 불허 판단을 번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최고위원도 어대명 vs 비명

최고위원 출마에서도 친명과 비명의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경선 때부터 이재명 캠프 수석대변인을 맡은 대표적인 친명계 박찬대 의원은 14일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재명과 함께 책임정치를 하겠다. 이재명과 함께 승리하는 강한 민주당, 통합의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국민과 당원은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멈춰 세워야 한다고 우리에게 명령하고 있다. 부족하지만, 제가 해보겠다”고 언급했다.

출마 선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이재명 의원의 (당 대표) 출마가 거의 확실시되는 시점에서 같이 정치하겠다고 솔직히 말씀드린 것”이라며 “친문, 친노, NY(이낙연), SK(정세균)로 분류된 분 누구와도 소통하겠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 출마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설득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설득 대상은 아니다. 그분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듣고 정치를 펼쳐나가는 과정 속에서 풀어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친명계이면서 강성 의원 모임 ‘처럼회’ 소속인 이수진 의원(동작을)도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원 중심의 민주당을 만들겠다”라며 “권리당원의 권리 강화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최고위원 출마 선언을 했다.

이어 “아직 우리는 국민 중심의 권력기관, 권력기관의 민주화라는 과제를 완수하지 못했다”며 ‘한국형 독립 중대범죄수사청 설립’ ‘검사장 직선제 도입’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 선진화’ 등을 약속했다. 이 외에도 친명계에서는 서영교, 양이원영, 정청래, 장경태 의원 등이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친명계 내에서도 최고위원 5인에 들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이렇듯 친명계 의원들이 연이어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하고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도 공식화되는 상황이다.  전당대회 이후 ‘친명 지도부’ 가능성이 높아지자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기류를 깨기 위한 비명계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비명계에서는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과 재선의 송갑석 의원이 최고위원 도전을 선언했고,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윤영찬, 고민정 의원도 출사표를 던졌다.

원외에서는 권지웅 전 비상대책위원과 박영훈 대학생 위원장이 출마를 알렸다. 별다른 계파로 분류되지 않는 권 전 비대위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에게 필요한 것은 세대교체가 아니라 세력 교체”라며 “친명-반명이라는 구도 혹은 97과 같은 세대 구도에 대해 국민들은 관심 갖지 않는다. 어느 쪽으로 결정되든 내 삶이 나아질 거란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선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이 국민 신뢰를 다시 얻기 힘들다고 판단해 출마하게 됐다”는 말했다.

현재까지 후보 등록을 공식화한 12명 중 중앙위원만 참여해서 진행되는 예비경선에서 8명까지만 통과가 가능하며, 전당대회에서는 8명의 후보 중 5명의 최고위원이 선출된다.

이 같은 '친명-비명' 구도에 대해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당대회의 당연한 현상이라고 우려를 불식했다. 그는 “항상 과거에 보면 전당대회가 1등을 달리는 후보가 있으면 2등, 3등, 4등이 1등을 견제하기 위해서 공격도 하고 연합도 한다”며 “특별히 이걸 분열적으로 해석하시는 것들은 민주주의의 경쟁을 부정하는 말씀이다”고 설명했다.

우 위원장은 “다양한 분들이 다양한 주장을 하면서 경쟁하는 구조이고 때로는 또 후보들 간의 합종연횡도 한다”며 “그게 약간 재미 요소를 만들 수도 있다. 어쩌면 지금까지는 제가 볼 때는 큰 갈등을 일으키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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