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점거 중인 선박 건조 현장이다. /뉴시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점거 중인 선박 건조 현장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하청노동자 투쟁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잇따라 엄정 대응을 강조하는 등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공권력 투입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자칫 더욱 극심한 갈등 및 출동이 초래되진 않을지 긴장감이 고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오찬 주례회동에서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관련해 “법치주의는 확립돼야 한다”며 “산업 현장의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관계 부처 장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19일엔 출근길 도어스테핑 자리에서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산업 현장에 있어서, 또 노사관계에 있어서 노(勞)든 사(社)든 불법은 방치되거나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사태과 관련해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거듭 시사한 것일 뿐 아니라, 발언 수위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정부 차원의 목소리도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등은 지난 1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대우조선해양 사태 관련 관계부처 합동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날 추경호 부총리는 “이번 불법점거 사태는 대우조선해양 및 협력업체 대다수 근로자와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한국 조선이 지금껏 쌓아 올린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무책임한 행위이자 일부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불법행위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 동료 근로자 1만8,000여명의 피해와 희생을 강요하는 이기적 행동”이라고 비판하며 “철 지난 폭력·불법적 투쟁방식은 이제 일반 국민은 물론 대다수 동료 근로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노사 자율을 통한 갈등 해결을 우선하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주요 업무시설을 배타적으로 점거한 하청노조의 행위는 명백한 위법이며 재물손괴 등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집권 여당에서는 더욱 강경한 발언이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의 발언에서 “하청 노사가 해결해야 할 일을 원청과 주주에 떠넘기는 것은 막무가내식 떼쓰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정부의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여당의 압박에 노동계는 더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무엇을 더 달라는 것도 아니고 삭감된 임금을 보상하라는 것도 아닌 원상회복 요구에 대한 답은 오로지 법과 원칙이라는 말뿐”이라며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어이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의 상황을 해결할 주체는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실질적 주인인 산업은행”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이 일정 금액 이상을 지출할 때 이를 승인하는 위치에 있는 산업은행이 문제 해결의 주체이고 적극적으로 교섭에 나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뒤로 물러나 본인들은 책임이 없다며 회피한 결과가 오늘의 상황에 이르게 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또한 “정부의 책임은 뒤로 한 채 오로지 하청 노동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며 투쟁을 종료하라 겁박하고 굴종을 강요하고 나섰다”며 합동 담화문을 발표한 추경호 부총리 등에게 산업은행을 교섭 자리에 앉히고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적극 나서도록 역할을 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와의 연대투쟁을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오는 20일 총파업 결의대회에 나설 계획이다. 

이처럼 대우조선해양에서 불거진 갈등은 점차 노정갈등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을 점거 중인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공권력 투입이 현실화할 경우 유혈사태 등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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