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은 지난해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을 천명하며 ‘더 미식’ 브랜드를 론칭한 바 있다. /뉴시스
하림은 지난해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을 천명하며 ‘더 미식’ 브랜드를 론칭한 바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변화를 천명한 하림이 분주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육계기업이란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프리미엄 전략을 택하는 한편, 공격적인 마케팅에 고삐를 죄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아직까진 시장 판도를 흔드는 ‘돌풍’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림이 종합식품기업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프리미엄’ 앞세운 하림, 쉽지 않은 입지 확보

하림이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변신 및 도약을 천명하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 ‘더 미식’ 브랜드를 론칭하고, 첫 제품으로 ‘장인라면’을 선보이면서다. 당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요리사 복장을 입고 나와 직접 라면을 끓이는가 하면, ‘딸바보’ 면모를 드러내며 장인라면의 높은 품질을 강조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후 하림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주가를 높인 배우 이정재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박차를 가했다. 이어 지난 4월과 5월엔 각각 자장면, 즉석밥 제품을 론칭하면서 종합식품기업을 발걸음에 더욱 속도를 냈다.

하림의 이러한 행보는 한편으론 여러 뒷말도 낳았다. 먼저, ‘장인라면’은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인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피하지 못했다. 이미 프리미엄 라면 시장의 한계가 입증된 만큼, 하림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프리미엄 전략을 취한 즉석밥 제품은 ‘무첨가제’ 마케팅으로 업계의 싸늘한 시선을 받았다. 자사 제품의 장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타사 제품은 첨가제로 인한 문제를 지닌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더욱이 하림은 지난해 다른 즉석밥 제품을 출시했을 때에도 같은 논란에 휩싸인 바 있어 업계의 시선은 더욱 싸늘했다.

하림은 이 같은 논란에도 굴하지 않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나가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에 반할 수 있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할인행사를 실시하는가 하면, 최근엔 맛이 없거나 만족하지 못한 소비자들에게 100% 환불해주는 ‘미식 보장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종합식품기업을 향한 하림의 남다른 의지로 읽히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녹록지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가뜩이나 진입장벽이 높은 라면과 즉석밥 시장에서 프리미엄 전략이란 무리수를 택한 하림이 입지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하림이 지금까지 ‘더 미식’ 브랜드로 선보인 라면과 자장면, 즉석밥 등은 아직 시장의 판도를 흔들만한 돌풍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기존에 시장을 장악해온 쟁쟁한 경쟁사들의 압도적인 점유율이 여전히 굳건하다. 여기엔 기존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가격에 민감한 편인 시장 특성도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점도 프리미엄 전략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하림은 종합식품기업으로의 행보를 본격화한 이후 그룹 차원에서 불미스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 역시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하림 입장에선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이런 가운데, 하림은 ‘더 미식’ 브랜드 론칭 초기부터 줄곧 품질로 승부하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을 강조해오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이 시장 특성 및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데다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더 어렵다는데 있다.

결국 관건은 ‘버티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림은 ‘더 미식’ 제품을 지속해서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당분간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애초에 품질을 최우선적으로 강조하는 프리미엄 전략을 취한 만큼 당장의 ‘전략 수정’은 쉽지 않은 문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제품 라인업과 시장 내 입지가 확보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요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하림이 녹록지 않은 여건을 딛고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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