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유니온, 내 생애 마지막 기부클럽 회원들이 6월 1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건너편에서 안락사법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노년유니온, 내 생애 마지막 기부클럽 회원들이 6월 1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건너편에서 안락사법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박수원 기자  최근 안규백 의원(더불어민주당 동대문 갑)이 ‘조력존엄사법’을 발의한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만흠)가 ‘조력존엄사 논의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보고서를 발표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6월 안규백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른바 ‘조력존엄사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환자 본인이 원하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삶을 스스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법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경우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조력존엄사(의사조력자살)’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안 의원은 “현행법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경우 치료 효과 없이 임종과정만을 연장하는 목적의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임종과정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로 국한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며 “이에 말기환자로서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담당의사의 조력을 받아 자신이 스스로 삶을 종결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존엄사를 도입함으로써 삶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증진하려는 것이다”라고 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 말했다. 

그러나, 조력존엄사와 관련해 죽음을 선택할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찬성론과 의사조력자살이 남용될 수 있다는 반대론이 대립되고 있다.

‘조력존엄사’를 찬성하는 핵심 이유는 의사표시 가능한 환자의 죽음 선택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사회적 ‘보호 대상’만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의 ‘권리 주체’로 간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 ‘안락사법’ 촉구 집회를 주최한 ‘내 생애 마지막 기부클럽’은 △환자의 고통 △죽을 권리 △가족구성원에 대한 배려 △생명의 존엄성 △다른 사람을 살릴 가능성 △생명의 존엄성을 이유로 ‘안락사법’을 촉구했다. 

‘조력존엄사’를 반대하는 이들의 경우, 사회경제적 압력에 의해 죽음을 결정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임종과정의 고통을 완화해 죽음의 질을 높이는 수단이 부족한 상황에서 의사조력자살은 제도적으로 남용될 수 있어 ‘조력존엄사’는 ‘사회적 타살’이라는 입장이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이사장 이경희)는 6월 21일 표명한 보도자료를 통해 “존엄한 죽음을 위해서는 질 높은 생애 말기 돌봄이 선행돼야 한다”며 “국회는 ‘조력존엄사’에 대한 논의 이전에 존엄한 돌봄의 유지에 필수적인 호스피스 시설과 인력의 확충, 치매 등 다양한 만성질환 말기환자의 호스피스완화의료 이용 기회 확대, 임종실 설치 의무화, 촘촘한 사회복지제도의 뒷받침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1일 ‘조력존엄사 논의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내고, 미국과 스위스의 사례를 반영해 의사조력자살제도의 도입‧시행의 필수 요건, 절차 및 한계를 과제로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오레곤 주 존엄사법은 ‘무의미한 연명의료중단’의 연장이고, 스위스 형법은 안락사가 자유권적 기본권에 속한다는 의미에서 의사조력자살을 허용한다. 
 
이를 반영해 보고서가 제시한 과제는 먼저 △환자의 의사결정능력 △연령기준 △기대여명 △질병의 종류나 성격과 관련된 요청의 진정성 확인 방법 등의 규정이다. 

이후 요청의 방식(구두/서면)과 요청의 반복 및 첫 요청과 다음 요청 사이 대기 숙려 기간을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력자살 이외의 대체 방안에 대한 담당 의사의 설명의무, 담당 의사와 상담 의사의 업무와 권한(의사능력 확인 시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개입방식)을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의사조력자살의 시행 절차, 시행 후 기록 및 기록보관 의무, 심사‧관리위원회의 업무 등을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기적 동기’, 심지어 ‘존중할 만한 동기’에 따른 ‘자비 살인(mercy killing, 자살 원조)’도 차단하고 ‘비이기적인 동기’에 따라 자살을 도운 것은 합법적인 것으로 해 형사책임과 면책 조항을 병행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적 부담 등으로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의사조력자살이 강요될 수도 있는 등 남용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조력존엄사’를 제도화하려고 한다면 사회적 합의 형성을 위해 제도 도입‧시행의 요건과 절차 및 한계를 엄격하게 규율해 의사조력자살에 대한 면밀한 사전‧사후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더불어 그 이전에 말기 환자 돌봄 서비스 제공을 체계화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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