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계약 체결 때 반드시 신탁회사 및 계약 권한 위임 받은 집주인 통해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신탁등기 주택을 이용한 전세사기가 매년 늘고 있다. /뉴시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신탁등기 주택을 이용한 전세사기가 매년 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 서울에서 직장을 구해 전셋집을 알아보던 20대 A씨는 계약 체결 과정에서 부동산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부동산등기부등본에 전셋집 소유권이 원래 집주인인 B씨가 아닌 신탁회사 C사로 이전됐다는 내용이 표기됐기 때문이다.

A씨는 이에 대해 B씨에게 문의했으나 B씨는 “건물 관리를 C사에 위임한 것일 뿐 계약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추후 문제가 발생하면 모두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B씨의 말을 믿은 A씨는 전세 보증금 1억8,000만원을 B씨에게 이체한 뒤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뒤 A씨는 금융회사로부터 현재 살고 있는 전셋집을 불법점유하고 있다는 통보를 받게 됐다. A씨는 즉시 B씨에게 연락했으나 B씨는 이미 잠적한 상태였다. 결국 A씨는 전세 보증금 1억8,000만원을 돌려 받지 못했다.

위 사례는 신탁등기 주택을 이용한 전세사기 유형으로, 전문가에 따르면 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이 주로 이러한 사기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 

임대사업을 하려는 집주인들은 대부분 은행 등으로부터 자금을 대출을 받아 오피스텔 등의 건물 짓는다.

이때 개인 명의로 은행으로부터 받는 대출은 한도가 있기 때문에 일부 집주인들은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려고 신탁회사에 부동산 소유권 등을 위임하고 신탁회사의 신용을 통해 거액을 대출 받아 건물을 올리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집주인과 신탁회사는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신탁원부를 작성하는데 신탁원부에는 위탁자(집주인)가 신탁기간 중 수탁자(신탁회사) 및 우선 수익자(금융기관)의 사전동의 없이 임대차 계약 등의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다.

따라서 위의 사례는 신탁회사의 허락 없이 B씨가 A씨를 상대로 가짜 전세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모른채 가짜 전세계약을 체결한 A씨는 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을 수 없으며 해당 주택을 불법점유한 것이 돼버린다. 

추후 우선 수익자인 금융기관이 A씨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면 A씨는 전세보증금도 돌려 받지 못한 채 집에서 쫓겨나게 된다.

신탁등기 주택을 이용한 전세사기 사례는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최근 5년간 부동산 신탁등기 사기와 관련해 상담한 건수는 지난 2017년 29건을 시작으로 △2018년 69건 △2019년 85건 △2020년 88건 △2021년 92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 등에 의하면 신탁등기 주택을 이용한 전세사기를 막으려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반드시 부동산등기부등본을 뗀 뒤 갑구에 신탁등기 내용이 적혀있는 지 확인해야 한다.

이때 건물 소유권이 신탁회사에 있다면 반드시 계약 전 신탁원부를 발급받아 집주인이 임대차계약 권한을 갖고 있는지, 신탁된 부동산에 설정된 채무가 있는지 등의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신탁원부는 다른 부동산 관련 서류와 달리 아직까지는 인터넷 발급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임차인이 직접 등기소를 방문해 발급 받아야만 한다.

전세 매물 부족, 임차 비용 등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신탁등기 주택에 전세로 들어가려고 결정했다면 신탁회사 등으로부터 임대차 계약 권한을 부여 받은 집주인이나 신탁회사와 직접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임차인은 신탁회사로부터 임대차 계약의 동의‧확인서를 발급받아 챙겨야 한다.

특히 임차인은 권한을 위임받은 집주인이나 신탁회사와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임대차보증금은 필히 신탁회사 계좌로 이체해야 한다. 또 이와 관련된 영수증도 반드시 수령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전문가는 “신탁등기 주택의 경우 대부분 대출을 실행한 은행 등이 ‘신탁수익권’의 우선 수익자로 돼 있다”며 “혹여라도 신탁등기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면 배당 순위도 우선 수익자가 앞서므로 임차인은 순위가 밀려 전세보증금을 적게 돌려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통 임차인은 임대차보증금을 보호하고자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려고 하는데 통상 신탁등기 주택 다수는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어렵다”며 “이같은 점 때문에 임차 비용이 저렴하더라도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은 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은 웬만하면 신탁등기 주택의 경우 임대차 거래를 피하는 편이 좋다”고 충고했다.

한편 지난 4월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부동산 신탁등기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현재 부동산 등기부등본에는 신탁원부 번호만 확인할 수 있고 신탁회사의 대출 규모 등 구체적인 정보는 나오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향후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신탁등기 관련 정보를 직접 표기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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