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인가 계획이 알려진 가운데 우리 정부의 향후 대응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윤석열 대통령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제주 1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탈핵 기후위기 제주행동’은 26일 제주시 노형동 주제주일본국총영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내년 봄 방류되면 내년 하반기부터 제주 바다까지 퍼져 오염된다”며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7개월이면 제주 앞바다로 오염수가 퍼지고, 중국 칭화대 예측에서도 400일이면 한국 영해 전역이 오염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정식 인가했다”며 “이번 결정으로 한국 연근해는 물론 태평양 전체의 핵 오염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한국 정부는 해양생태계와 더불어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외교역량을 동원해 강력한 외교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요구했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 22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으로는 ‘처리수’)의 해양 방류 계획을 정식 인가했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은 원자력규제위의 승인 절차가 완료됨에 따라 관할 지자체의 동의를 얻어 오염수 방류를 위한 설비 공사에 본격 착수할 방침이라며 내년 봄부터 해저 터널을 이용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약 1㎞ 떨어진 앞바다에 방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 후보 시절 발언에 발목 잡은 윤석열 대통령

시민단체가 거리로 나서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하는 기저에는 윤석열 정부가 미온적 대처를 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깔려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언론 인터뷰에서 원자력발전과 관련된 발언을 하면서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니다. 지진하고 해일이 있어서 피해가 컸지만 원전 자체가 붕괴된 것은 아니다. 그러니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됐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되지 해당 인터뷰 내용을 삭제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인의 SNS를 통해 당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소환하며 “중국은 즉각적인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한 반면, 윤석열 정부는 차관회의를 소집해 대응할 계획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원자력발전을 확대하기로 한 정부 결정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까봐 입을 닫고 있는 것이냐”고 직격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것인지 26일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 도어스태핑에서 ‘일본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승인하면서 국민적 우려가 나온다. 어떤 대책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저는 대선 때부터 오염수의 처리 문제는 주변 관련국들에게 투명하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한다고 주장해왔다”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은 안 되었다’는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주변국에 투명하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진일보다”고 평가하면서도 “하지만 일본은 당장 내년 봄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방침이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 사안이고 시급한 대응이 필요한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우리 정부의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출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과, 국제법·국제기구를 통한 오염수 방출 철회를 위한 외교력 발휘가 절실하다”며 “국민의 건강은 ‘원전강국 건설’이나 ‘한일관계 정상화’라는 미명으로 포기할 수 없는 국가의 기본 책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기회에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이 안 되었다’던 대선 후보 당시의 발언부터 명확하게 바로잡아주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일본 방사성 오염수 방류 저지 공동행동과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지난 6월 세계 해양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Don't Nuke The Pacific!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 계획 철회 촉구' 국제행동을 진행, 퍼포먼스 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 방사성 오염수 방류 저지 공동행동과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지난 6월 세계 해양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Don't Nuke The Pacific!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 계획 철회 촉구' 국제행동을 진행, 퍼포먼스 하고 있다. /뉴시스

◇ 한‧일 관계 회복 강조하는 정부

정의당에서도 같은 날 브리핑을 통해 “(일본은) 방사성물질의 총량을 줄이지도 않았을뿐더러, 현재 기술로는 거를 수도 없는 발암물질인 삼중수소가 함유된 130만 톤 이상의 오염수를 내년 봄부터 방류한다”며 “늦어도 1년, 빠르면 7개월 안에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 전 해역에 이 오염수가 유입된다. 그러면 내년 추석쯤에는 우리 식탁에 방사성물질과 삼중수소가 들어간 해산물들이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고 일본 정부의 결정을 염려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일본이 주변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일본에 우리 정부의 단호한 입장을 전달하고, 국제법이나 국제기구 등을 통한 모든 외교적 수단을 총동원하여 대응책을 강구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진 외교부장관은 우리 정부가 일본이 원하는 대로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일 간 정상회담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며 “일본에 잘 보여서 정상회담도 하고 관계를 회복해야 하니, 사실상 우리나라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은 묻어버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대일 외교 정책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셈이다.

아울러 “일본이 과거에 벌인 잘못도 따져야 하지만,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출 문제 등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본의 잘못도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일본과의 외교 관계 복원을 강조해왔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자 시절 한일 관계에 대해 “한일관계가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으로 치달은 것은 국익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외교가 국내 정치로 들어왔기 때문”이라며 “역사의 진상은 명확하게 해야 하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서는 실용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12일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사망에 분향소를 직접 찾아 조문하고 조문록에 “아시아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헌신하신 고 아베 신조 전 총리님의 명복을 기원한다. 유족과 일본 국민들께도 깊은 위로를 표한다. 가장 가까운 이웃인 한국과 일본이 앞으로 긴밀히 협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남기는 등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한 야당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일본과의 관계 때문에 굴종적인 외교행보를 이어가는 것”이라며 “지금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주먹구구식이다. 일하나 터지면 막고, 다음 일 터지면 막고, 하루하루 일정 소화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장기적 관점으로 다뤄야하는 외교, 그 중에서도 다각적으로 접근해야하는 한‧중, 한‧일 관계를 다루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 회복에 방점이 찍혀있는 정부가 원전 오염수 방류에 적극적으로 반대를 표명할 것 같지 않다”며 “뜻 있는 의원들과 시민단체가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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