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최근 경영진 일동 명의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최근 경영진 일동 명의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하청 노동자들의 강도 높은 투쟁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대우조선해양의 박두선 사장이 사과문을 통해 ‘거취’를 언급해 그 배경 및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취임 당시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그가 어떤 결단을 내리게 될지 주목된다.

◇ ‘알박기 논란’ 이어 노사갈등 ‘책임론’까지… ‘가시방석’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6일 경영진 일동 명의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 및 점거 투쟁으로 생산 중단 등 심각한 사태를 빚은 것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이들은 사과문을 통해 “51일간 지속된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파업으로 인해 당사가 보유한 세계 최대 선박 생산 시설인 1도크의 진수가 5주 지연되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빚었다”며 “이로 인해 대규모 매출액 감소 및 고정비 손실 등 피해가 막대했고, 회사뿐 아니라 당사 및 협력사 직원과 기자재 업체를 포함한 수십만 명의 근로자와 가족들이 극심한 불안감을 느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경제와 국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으며, 특히 해외 고객들의 신뢰도 저하로 인한 한국 조선업계 전체에 대한 우려까지 낳는 등 그 파장이 전방위적으로 매우 컸다”고 이번 사태를 되짚었다.

이어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걱정, 그리고 정부를 비롯한 다양한 관계자 여러분들의 헌신적 노력 덕분에 극적으로 사태가 마무리됐다”며 “애써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번 일을 교훈 삼아 근본적 개선방안과 새로운 원하청 상생 협력모델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제도 개선을 위해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와 제안에 겸허한 마음으로 귀 기울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모든 구성원들이 합심해 공정 지연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내부 구성원 간 소통을 통해 갈등 해소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힌 이들은 “끝으로, 저희 경영진은 분골쇄신의 각오로 당면 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위기를 조속히 극복하고 모든 경영진은 거취를 포함해 책임을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대국민 사과문은 지난달 초부터 최근까지 벌어진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 및 점거 농성 사태에 따른 것이다. 임금 등 열악한 여건에 반발한 하청 노동자들이 1도크를 30일 넘게 점거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은 큰 혼란을 겪었다. 이러한 사태는 지난 22일 극적으로 마무리됐으나, 대우조선해양은 물론 협력사와 지역경제 전반이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태다.

이번 사과문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끝부분에 ‘거취’가 언급됐다는 점이다. 이는 경영진을 대표하는 박두선 사장을 둘러싼 논란과 맞물려 눈길을 잡아끈다.

박두선 사장은 대선 직전인 지난 3월 초 대우조선해양 신임 대표로 내정됐으며, 같은 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선임됐다. 하지만 내정 단계에서부터 상당한 잡음이 일었다. 그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동생 친구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 ‘정권 말 알박기 인사’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이는 정권교체기 구권력과 신권력의 충돌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더욱 뜨거운 화두가 된 바 있다.

이후에도 새롭게 출범한 정부·여당은 전 정권 시기 선임된 공공기관 수장들에 대한 압박을 이어나가고 있다. 민간기업이긴 하지만, 오랜 기간 산업은행 품에 안겨있는 대우조선해양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엔 아예 여당 차원의 저격이 나오기도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론을 꺼내들며 박두선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우조선해양이 경영진 일동 명의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권성동 직무대행의 발언이 나온 다음날이다. 제기된 책임론과 사퇴 요구에 대한 응답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위기를 조속히 극복하고 모든 경영진은 거취를 포함해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만큼, 사과문 속 ‘거취’ 언급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할 수 있다. 당장의 혼란만 수습한 뒤 물러나겠다는 의미일 수도, 회사가 경영 전반의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소임을 다하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다만, 박두선 사장이 자리보전을 고집하며 버티기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여러모로 중대 현안이 산적하고 산업은행 품에 안겨있는 특성상,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 및 모양새가 큰 부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사태를 두고 산업은행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파산까지 거론된 바 있다.

취임 4개월여 만에 온갖 풍파를 겪고 있는 박두선 사장이 어떤 결단을 내리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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