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우리은행의 700억원대 횡령 사건과 관련해 은행의 내부통제 미흡을 주요 원인으로 결론 내리면서 제재 수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우리은행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금융당국이 우리은행의 700억원대 횡령 사건과 관련해 은행의 내부통제 미흡을 주요 원인으로 결론 내리면서 제재 수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관 및 관련 임직원은 물론, 경영진에 대해서도 제재 칼날이 향할지 주목된다. 
 
◇ 금감원 “내부통제 기능 제대로 작용 안 해”

금융감독원은 26일 우리은행 횡령사건에 대한 현장 검사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지난 4월 27일 우리은행으로부터 횡령사고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은 뒤 지난 6월 30일까지 검사를 진행한 바 있다.

검사 결과,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소속 직원이던 A씨는 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B사 출자전환주식과 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이하 대우일렉) 매각 계약금 등을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총 8회에 걸쳐 약 697억3,0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A씨는 2012년 6월 우리은행이 보유하던 B사의 출자전환 42만9,493주(당시 시가 23억5,000만원)를 팀장이 공석일 때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를 도용해 무단 결재한 뒤 인출하는 방식으로 23억5,000만원을 횡령했다. 

또한 대우일렉 지분 매각 진행과정에서 몰취한 계약금을 관리하던 중 직인을 도용해 출금하거나 관련 공·사문서를 위조해 출금결재를 받는 방식으로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3차례에 걸쳐 약 614억5,000만원을 가로챘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4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 중이던 대우일렉 인천공장 매각 계약금 등 59억3,000만원을 4회에 걸쳐 횡령했다. 그는 인천공장 매각 추진 과정에서 몰취한 계약금 및 각종 환급금을 예치기관에 출금요청 허위공문을 발송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렸다.  

횡령 금액은 당초 알려진 것보다 불어났다. 당초 횡령금액은 614억원으로 추산됐으나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도 이보다 늘어났다. 횡령 금액은 700억원에 상당한다.

금감원은 이번 횡령사건의 원인으로 내부통제 미흡을 제시했다. 금감원 측은 “사고자 개인의 일탈이 주된 원인이지만, 대형 시중은행의 본부부서에서 8년이라는 오랜 기간에 걸쳐 7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의 횡령이 발생한 데에는 사고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직원에 대한 인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공문·통장·직인·문서·직인날인·출자전환주식 관리에 있어 부실이 발견되는 등 광범위한 문제가 포착됐다.

조사 결과, A씨는 10년 이상 동일 부서에서 동일 업체를 담당하고, 이 기간 중 명령휴가 대상에 한 번도 선정되지 않았다. 또한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파견 허위보고 후 무단결근했음에도 은행이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금감원은 “은행의 대외 수‧발신공문에 대한 내부공람과 전산등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은폐 또는 위조가 가능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또 통장·직인 관리자가 분리되어 있지 않아 A씨가 통장과 직인을 모두 관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정식결재 없이 직인을 도용해 예금 횡령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서관리 시스템에도 구멍이 있었다. A씨는 8차례 횡령 중 4번은 결재를 받았으나, 모두 전자결재가 아닌 수기결재문서였다. 이에 전산등록도 하지 않아 결재내용의 진위여부에 대한 결재 전 사전확인이나 사후점검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대우일렉 매각 몰취계약금이 예치된 은행 자행명의 통장 잔액의 변동 상황이나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출자전환주식의 실재 여부에 대한 부서 내 자점감사도 실시되지 않았다. 또한 본부부서 자행명의 통장의 거액 입출금 거래가 이상거래 발견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조기적발이 되지 않았다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확인된 사실관계 등을 기초로 법률검토를 거쳐 사고자 및 관련 임직원 등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해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제재 대상 및 수위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광범위한 내부통제 부실이 드러난 만큼 고강도 제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관리자급 임직원 뿐 아니라 경영진 수뇌부도 제재 대상이 될 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서도 제재가 가능할지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7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업권 협회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CEO 제재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제재 절차는 금감원부터 시작된다. 이후 제재안은 금감원 제재심을 거쳐 금융위로 올라온 뒤 오랫동안 논의를 거쳐 결정된다”며 “그전에 어떻게 한다고 구조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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