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침묵은 금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격언은 너무나도 유명해져 인용하기에 식상한 문구가 됐다. 이 말은 영국의 비평가인 토머스 칼라일이 했다고 하는데, 그가 한 말의 절반만 유명해진 상태다. 사실 칼라일은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Speech is silver, silence is gold)라고 말했고, 이 명언은 성서에서 유래한 기독교 격언을 각색한 것이라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고 공언했고, 도어스테핑에서 활발한 질답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침묵은 금’이라는 말을 떠올린 것일까. 정무적으로 위험 부담이 있다는 지적이 나와서일까.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 한결 간결해졌다. 그리고 '내부총질' 문자메시지가 언론사의 카메라에 포착된 이후 윤 대통령의 즉문즉답은 사흘째 멈춘 상태다. 

그 문자메시지는 윤 대통령이 발신했다. 그러니 진짜 속뜻도 대통령이 알고 있다. 그렇기에 취재진은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혀주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실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일일이 다 말을 하면 국정과제를 수행하는데 대단히 지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의 입장은 정무적으로 옳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대통령이 모든 일에 발언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가이드라인이 된다. 국무총리, 장관 그리고 그 이하 공무원들은 대통령의 입만 바라봐야 한다. 대통령의 만기친람이 문제라는 인식이 있는 만큼, 대통령의 메시지는 필요한 자리, 필요한 시점에 발신돼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민변이 도배’ ‘전 정권과 비교하라’ ‘음주운전도 언제 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등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모두 취재진이 현안에 대해 질문했을 때 나온 발언들이다. 취재진이 묻는 현안마다 정제되지 않고 날 것의 발언을 하던 윤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실에서 갑자기 ‘대통령이 현안마다 발언하면 국정수행에 지장을 받는다’고 하니 생경할 수밖에 없다. 

위에 인용된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의 원전은 구약성서의 ‘잠언’에 있다. 바로 “미련한 자라도 잠잠하면 지혜로운 자로 여기우고 그 입술을 닫히면 슬기로운 자로 여기우느니라”다. 대통령의 침묵을 바라보는 국민도 그렇게 생각할까. 29일 발표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국민의 마음이 그렇지 않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침묵이 길어지면, 금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민심의 신호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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