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들이 제주 MBC에서 열린 지역순회 방송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훈식, 이재명, 박용진 후보 모습./뉴시스
3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들이 제주 MBC에서 열린 지역순회 방송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훈식, 이재명, 박용진 후보 모습./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당권 경쟁에서 97세대(90년대 학번, 70년대생) 도전자 박용진 후보와 강훈식 후보 간의 단일화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단일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단일화 방식 등을 두고 좀처럼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두 후보는 지난 28일에 치러진 예비경선(컷오프) 이후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박 후보의 속도전에 강 후보가 난색을 보이면서 조금씩 엇갈린 입장이 드러났다.

박 후보는 예비경선 다음 날 오전 라디오 방송에서 곧장 강원 지역 투표가 시작되는 8월 3일 이전 단일화가 성사되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반면 강 후보는 첫 후보 초청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시간에 대해선 더 논의해 봐야 할 문제”라며 “지금 민주당 전당대회에 필요한 것은 각자 비전과 반성을 내는 것이다. 난 지금도 내 비전과 반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그 비전과 비전이 만날 때 단일화 시너지가 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소위 ‘반명(反이재명) 단일화’만으로 민주당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재명-박용진) 두분 다 대통령 후보였는데 내게 여론조사를 얘기하는 건 어제 (컷오프서) 당선돼 아직 국민에게 내 비전과 내용을 설명하지도 못했는데 좀 가혹한 거 아니냐”면서 8월 3일이라는 시한은 너무 촉박하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의 제안을 거절한 셈이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비전은 반(反)명이고 캠페인은 단일화로 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왜 단일화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한 단일화인지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면 단일화의 문은 닫힐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박 후보는 재차 단일화 시한을 당겨야 한다며 “(단일화는) 강훈식 후보 선택의 시간이다. 저는 다 말씀드렸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그건 당원들에 대한 예의다. 우리가 단일화를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당원들 투표가 진행된다. 그러면 사표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단일화로 다른 후보의 손을 들어준 후보의 표는 다 사표 처리돼버린다. 저는 이렇게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의 온도 차는 단일화 시기와 방법 뿐 아니라 이재명 후보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박 후보는 단일화가 되지 않더라도 앞으로 10일 안에 이 후보와 일 대 일 구도를 만들겠다며 각을 세우고 있다.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구도를 확고히 하는 이 후보에 맞서 ‘어대명 오대박’(어제까지 대세는 이재명, 오늘부터 대세는 박용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그는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 등도 겨냥하고 있다.

박 후보와 강 후보 모두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 때문에 여론의 관심과 동정표가 오히려 집중 될 수 있다는 점을 견제하고 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이 의원의 사법리스크가 민주당의 리스크로 전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할 정도로 직접 겨냥하는 모양새다. 반면 강 후보는 가능한 사법리스크와 거리를 두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열린 첫 TV토론에서 박 후보와 강 후보 모두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설화리스크’로 이 후보를 협공했다. 최근 이 후보가 ‘저소득층의 국민의힘 지지’ 발언, ‘국회의원 비난을 위한 플랫폼’ 아이디어를 언급하면서 일어난 논란을 꼬집은 것이다.

박 후보는 “언론 환경 때문에 저소득자, 저학력자 유권자가 나를 찍지 않았다고 한다면 지금보다 더 환경이 좋지 않았던 김대중, 문재인 대통령은 어떻게 승리했느냐”고 공격했고, 강 후보 또한 “‘의원 비난 플랫폼’이 의원과 당원 간 간극을 더 넓힐 것”이라고 거들었다.

함께 이 후보에 대한 공세를 펼쳤음에도 두 후보 모두 단일화에는 거리를 뒀다. 박 후보의 일방적 제안에 거듭 강 후보가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사실상 단일화가 무산된 것으로 보는 기류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단일화에 대해 “단일화는 아마 안될 것이다. 단일화가 필요한지도 의문이고, 같은 당 동지가 당 대표를 하러 나왔는데 중간에 그만두려면 왜 나왔나, 열심히 경쟁해야지”라며 “두 후보가 저녁 식사를 한 뒤 강 후보가 ‘단일화가 불가능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 또한 “이재명 의원이 주류인 분위기에서 2위 3위 후보들이 단일화 논의를 하는 것은 어쩌면 일반적인 수순일 수 있다”며 “하지만 정치 공학적으로 단일화를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지도 않고, 아마 그러시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당대회는 전쟁이 아니라 축제다. 우리 당 안에서 민주적으로 당대표를 뽑는 과정이다”며 “이재명만 안되면 된다는 슬로건 말고 우리 민주당을 부흥시킬 많은 정책을 듣기 원한다”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