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화천기계가 경영권 분쟁 양상에 휩싸였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중견기업 화천기계가 경영권 분쟁 양상에 휩싸였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화천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화천기계가 최근 예사롭지 않은 상황을 맞고 있다. 경영권 분쟁 양상에 휩싸이면서 주가가 들썩이고 있는 모습이다. 잔뼈 굵은 ‘슈퍼개미’가 칼을 빼든 가운데, 3세 시대로의 전환이 한창인 화천그룹 오너일가 입장에서도 결코 빼앗겨선 안 될 계열사란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 슈퍼개미가 칼 빼든 화천기계, 뺏길 수 없는 오너일가

중견 코스피 상장사 화천기계가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불씨를 당긴 것은 보아스에셋이다. 보아스에셋은 지난 4월 보유 중인 화천기계 지분이 5%를 넘겨 공시의무가 발생했으며, 보유목적과 관련해 경영참여 의사를 명시했다. 이후 지분을 추가 확대한 보아스에셋은 현재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10.43%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보아스에셋은 이어 지난달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했다. 화천기계의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임시주주총회의 안건은 기존 이사진 및 감사 해임과 신규 선임으로 이뤄졌다. 이에 대해 화천기계 측은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보아스에셋은 ‘원조 슈퍼개미’로 널리 알려진 김성진 대표가 이끌고 있다. 김성진 대표는 주로 부실기업이나 저평가기업에 투자해 차익을 남겨왔으며, 대표적인 사례로는 극동건설과 충남방적(현 SG글로벌), 고려산업, 한국폴리우레탄(현 진양폴리우레탄) 등이 있다.

김성진 대표는 지난해 자신이 이끌고 있던 보아스를 끄렘드라끄와 역합병하며 ‘보아스에셋’을 출범시켰다. 끄렘드라끄는 한국장외주식시장(K-OTC) 등록기업이었는데, 역합병을 통해 그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이어 이번엔 코스피 상장사를 정조준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김성진 대표가 화천기계를 품을 경우 보아스에셋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화천그룹 오너일가의 대응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화천그룹은 ‘기계를 만드는 기계’라 할 수 있는 공작기계 부문에서 주물부터 부품, 제조, 판매에 이르기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화천기계는 공작기계를 제조·판매하는 핵심적인 위치에 있다. 단순히 계열사 하나를 잃는 것이 아니라, 그룹의 근간이 휘청거릴 수 있는 셈이다.

더욱이 화천그룹은 최근 2세에서 3세로의 세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오너일가 2세 삼형제가 각각의 계열사를 맡아왔던 구도가 3세 시대로도 이어지는 흐름이다. 

이처럼 양측이 팽팽하게 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인 가운데, 치열한 표대결이 예고된다. 화천그룹 오너일가는 현재 화천기계 지분을 34.54% 보유 중이다. 보아스에셋과의 지분 차이가 뚜렷하지만, 안정적인 지배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투자시장에서 잔뼈 굵은 김성진 대표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화천기계 경영권 분쟁의 향방은 소액주주에 의해 갈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화천기계 소액주주들은 총 지난 1분기 말 기준 총 53.8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측면은 화천그룹 오너일가에게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오랜 기간 실적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그동안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도 아쉬움을 남겨왔기 때문이다. 화천기계는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3년 만에 현금 배당을 재개했는데 배당금 총액은 1억9,800만원에 그쳤다. 반면 권영열 회장과 그의 아들인 권형석 대표는 지난 3년간 최소 25억원 이상을 보수로 챙겼다.

경영권을 둘러싼 전쟁의 서막이 오른 화천기계가 어떤 미래를 마주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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