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정기휴무 안내문./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제1차 규제심판회의 등 본격적인 쟁점 분석이 시작된 가운데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앞으로 정부의 행보가 주목될 전망이다.

◇ ‘대형마트 영업규제 폐지’ 찬반 논란 ‘왜’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2012년 신설된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에 의거하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준대규모점포는 오전 12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할 수 없고, 월 2회 의무휴업을 해야 한다. 위반 시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이에 대해 대형마트 측은 영업규제를 폐지 혹은 완화해달라는 입장이다. 영업제한 완화에는 △대형마트‧준대규모점포에 대한 의무휴업일 및 영업제한 시간에 온라인 배송 허용 △준대규모점포 중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규제대상에서 제외 등이 포함된다.

대형마트 영업규제 개선에 찬성하는 측은 △대형마트를 시간적 제약 없이 이용하고 싶은 소비자의 선택권‧편익 침해 △대형마트에 입점한 소상공인의 영업권 침해 △온라인영업 규제는 급성장하는 온라인 유통과의 공정한 경쟁을 어렵게 하는 역차별 등의 근거를 제시한다.

반면 전통시장‧소상공인‧대형마트노동조합 등은 영업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업규제 폐지에 반대하는 측은 △현행 규제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 △대형마트 종사자의 주말 휴식권‧건강권 보장 필요 △현행법으로도 지자체가 자체적 유통규제 완화 가능하므로 개선 불필요 등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 ‘어뷰징 문제’ ‘국민제안 철회’… 불거지는 논란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한 건 지난달 진행됐던 우수국민제안 투표부터다.

지난 6월 대통령실은 전 정부의 국민청원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제안 플랫폼인 ‘국민제안’을 설치했다. 다양한 국민제안들 중 자체 선별과 심사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우수제안 10개가 선별됐다. 이어 열흘간 온라인투표가 진행됐다. 최다득표 세 안건을 국정운영에 반영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었다.

투표가 진행되면서 논란은 불거졌다. 투표 진행과정에서 다수의 어뷰징(중복전송)이 나타나 우수제안 3건 선정을 철회하겠다고 지난 1일 정부가 돌연 발표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해외 IP를 통해 다수의 어뷰징 시도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제안은 실명 인증을 해야 올릴 수 있지만 투표는 로그인 절차 없이도 가능했던 것이 단초가 됐다.

이후 정부는 민간주도 규제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번 달부터 규제심판회의에 시동을 걸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일 국무조정실은 제1차 규제심판회의를 개최해 첫 번째 안건으로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회의에서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보호 육성 △의무휴업 규제 효과성 △온라인 배송 허용 필요성 △지역 특성을 고려한 의무휴업 규제의 필요성 등이 논의됐다. 심판위원과 참석자들은 주장의 근거가 되는 자료 등을 2차 회의 전에 공유하고 향후 온라인 토론 결과도 참고해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2차 회의는 5일부터 시작되는 2주간(8월 5일~18일)의 온라인 토론을 거쳐 24일에 개최될 예정이다.

5일부터 2주간 규제심판포털에서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토론장이 열린 가운데 의견이 활발히 제시되고 있다. 사진은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 소속 회원들이 4일 오전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규탄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뉴시스

◇ ‘국민제안→철회→규제심판’ 불과 2주… 국민 의견은?

일각에서는 국민제안부터 철회, 규제심판이 열리기까지의 과정이 불과 2주라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약칭 한상총련) 이성원 사무총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이렇게까지 졸속으로 밀어붙이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지난 어떤 정부에서도 유통산업발전법의 정부차원 폐지 여부를 공언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유통산업발전법은 가장 친기업정책을 펼쳤던 이명박정부 때 만들어진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입법부의 권한으로 만들어져 사법부에서도 지속돼야함을 판결 내렸는데, 행정부에서 별도의 규제심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걸 무시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대표공약으로 내세운 이번 정부가 이런 시기에 왜 골목상권을 힘들게 하는가”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국민제안도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무리한 방법을 동원한 것, 이 또한 절차상의 문제로 폐기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한편 규제심판포털에서 진행 중인 온라인 토론장 반응도 뜨겁다. 국민 토론장이 마련된 첫날인 5일 오후 2시 현재, 아직까지는 대형마트 영업규제 폐지 찬성 여론이 우세하다. 찬성하는 측은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이 휴업 날에 전통시장으로 가지는 않는다” “대형마트 종사자의 권리는 고용창출을 통해 순환근무로 해결할 문제” “온라인 유통업 강세 속에서는 대형마트도 골목상권과 같은 위치” 등의 의견을 보이고 있다.

찬반 외 의견도 있다. “2012년에 만들어진 규제이기 때문에 10년이 지난 지금 규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없애자는 건 국민 일부를 고려하지 않는 것” “비교우위에 있는 대형마트의 규제를 풀어주고자 한다면 골목상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도 같이 마련해야 한다” 등의 의견도 제기됐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