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1 21:37
야당, 정유사 상대 고통 분담 ‘기금출연’ 추진… 정치권 vs 정유사 대립 본격화
야당, 정유사 상대 고통 분담 ‘기금출연’ 추진… 정치권 vs 정유사 대립 본격화
  • 김필주 기자
  • 승인 2022.08.05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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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정유사, 상반기 영업이익 총 10조원… 고유가에 따른 국민 고통 분담 필요”
정유사 “지난 2년 간 저유가로 손실 발생… 역대급 실적 이통사와 비교해 형평성 어긋나”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은 정유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고통 분담을 위한 '기금출연'을 논의했다. /뉴시스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유사들은 고통 분담을 위한 ‘기금출연’을 논의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정치권이 최근 정유사들을 상대로 고유가에 따른 국민 고통 분담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정치권이 기업 경영활동으로 번 수익에 간섭하는 것은 시장자유주의 원칙에 위반되고 타 업종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고유가로 인한 국민 고통 분담 이슈를 두고 정치권과 정유사간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고유가 지속… 해외, ‘횡재세’ 도입 속속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고유가가 지속되자 해외 여러 국가들은 이른바 ‘횡재세(초과이윤세)’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횡재세’는 초과이윤이 발생한 정유사를 상대로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뜻한다.

실제 영국의 경우 정유사 등에 물리던 초과이윤세를 기존 40%에서 65%로 대폭 늘렸고 미국은 초과이윤이 10%를 넘는 석유기업을 대상으로 세금 21%를 추가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정치권에서 정유사 등 기업을 상대로 고통 분담을 호소했지만 아직까지 구체화된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달 초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내 정유사들을 상대로 ‘횡대세’ 대신 ‘기금출연’을 권고하면서 기업 대상 이익 환수 방안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은 국회에서 ‘고유가 국민 고통 분담을 위한 정유업계 간담회’를 열고 정유 4개사 임직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야 한다며 정유 4개사를 상대로 자발적인 ‘기금출연’을 권고했다.

당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유업계가 역대 상황과 비교해 올해 막대한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안다”며 “경제가 비상 상황인 만큼 정유업계가 고통을 분담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당 소속 김성환 정책위원회 의장은 “정유사들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총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운을 뗀 뒤 “국내의 경우 현행 석유사업법 18조에 정유업계를 상대로 부과금을 걷을 수 있는 규정이 마련돼 있다”며 기금출연을 거론했다.

거대야당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당시 간담회에 참석했던 정유사 관계자들은 난색을 표하면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열린 간담회에는 김평길 에쓰오일(S-OIL) 전무, 김창수 GS칼텍스 전무, 유필동 현대오일뱅크 전무, 구창용 SK에너지 부사장 등 정유 4개사 임원과 정동창 대한석유협회 부회장이 참석했다.

고유가로 인해 서민들과 운송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유류세 인하 정책을 실시하고 있으나, 국내 기름값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인 개별소비세의 인하에 대해서는 수년째 검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 픽사베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고유가가 지속되자 해외 여러 국가들은 이른바 ‘횡재세(초과이윤세)’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횡재세’는 초과이윤이 발생한 정유사를 상대로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뜻한다. / 픽사베이

◇ 정유사 “해외. 국내 정유사와 사업구조 상이”

정치권의 ‘기금출연 요구’에 정유사들은 다소 터무니 없다는 입장이다.

정유업체 한 관계자는 “간담회 때 야당은 미국‧유럽과 같이 ‘횡재세’ 도입을 거론하다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는지 ‘기금출연’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면서 “정유사 입장에서는 기업이 번 수익을 이런 식으로 접근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당혹스러워 했다.

뒤이어 “정치권이 국내 정유사와 글로벌 메이저 정유사 간 사업구조가 다른 점을 고려하지 않는 듯 하다”며 “글로벌 메이저 정유사는 석유 시추와 정유를 병행하고 있는데 시추는 고정비용만 발생하며 정유는 석유가격이 오른 만큼 이익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글로벌 메이저 정유사는 실제 고유가 여파로 정유 부문에서 수익이 급증한 상황”이라며 “이에 반해 국내 정유사는 원료인 원유를 수입한 뒤 이를 제품화해 판매하는 구조이기에 고유가로 원유가격이 오르면 제품가격도 덩달아 오른다”라고 부연했다.

정유사들의 호실적도 상당 부분 부풀려졌다는게 업계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국내법상 비상시를 대비해 석유 재고를 반드시 보유해야 한다”며 “고유가로 인해 현재 재고보유분의 평가가치도 함께 급등한 상태다. 이렇게 가치가 오른 재고보유분이 장부상 이익으로 잡혀 실적에 반영됐는데 이는 현금화가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 2020년과 2021년 유가가 폭락하면서 정유사들은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면서 “따라서 올 상반기 발생한 수익은 2년치 손실분을 메꾸는데 사용하면 사실상 남는 것도 없다”며 억울해 했다.

끝으로 그는 “정치권이 기업 경영 활동으로 얻은 수익을 고통 분담 비용 차원에서 접근한 것은 반시장주의 정책이며 포퓰리즘에 영합한 조치”라며 “대다수 국민이 이용하는 이동통신 분야의 경우 엄청난 영업이익이 발생했음에도 고통 분담 얘기는 꺼내지도 않고 있다. 정유사만 상대로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 있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김대일 산업통상자원부 석유산업과장이 지난 7월 6일 서울 홍제역 근처 주유소에서 현장합동점검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함 / 산업통상자원부, 뉴시스
사진은 김대일 산업통상자원부 석유산업과장이 지난 7월 6일 서울 홍제역 근처 주유소에서 현장합동점검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함 / 산업통상자원부, 뉴시스

◇ 민주당 “결론 안날 시 향후 국회서 여야간 논의할 예정”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당시 고유가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을 분담하자는 차원에서 정유사들에 기금출연을 제안했다”며 “다만 기금출연 규모·일정 등 구체적인 사안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현행 석유사업법 제18조에 따라 정유사를 상대로 부과금을 징수할 수 있지만 강제가 아닌 자발적인 기금출연을 권고했다”며 “실제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에도 총 3.5조원 규모의 실적을 거둔 정유사들이 자발적으로 1,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출연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기반으로 당시 이명박 정부는 기금을 운영할 한국에너지재단을 설립했고 재단은 정유사들로부터 받은 기금 전액을 저소득층 에너지 지원 등에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의원실 관계자는 국민 고통 분담에 소극적인 정유사들의 행태도 비판했다.

그는 “정유사들은 현재 발생한 수익이 향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 사업포트폴리오 등의 투자비용으로 쓰일 수 있다며 ‘기금출연’ 논의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정유사들의 분기별 공시자료를 살펴보면 이들은 올 상반기(1‧2분기)에만 총 10조원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고통 분담 권유에는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영국 등 시장자유국가들은 정유사를 상대로 ‘횡재세’ 등을 통해 ‘법인세+α(알파)’의 추가 부담을 지우려 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금출연'을 반시장주의 정책으로 본다면 이는 국민 정서에도 어긋난다”라고 꼬집었다.

정유사들의 실적이 부풀려졌다는 주장에 대해선 “정제마진을 정유사들의 실제이익으로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동아시아 지역 기준지표로 사용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고유가 영향으로 최근 급등한 상태다. 물론 국내 정유 4개사도 정제마진이 올랐을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 기밀이기에 공개 요구를 안했다”고 반박했다.

이외에도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앞서 유류세를 37%로 낮춘데 이어 여야 합의로 지난 3일 유류세를 50%까지 낮춘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며 “그러나 정유사들은 재고에 즉각 반영이 어렵다며 휘발유‧경유 등의 가격을 적극적으로 낮추지 않았다”고 문제삼았다. 

또한 그는 정유사들을 겨냥해 “2020년 저유가 사태에서 문재인 정부는 수입부담료 납부유예 등 정유사를 상대로 혜택을 준 바 있다”면서 “이같은 혜택을 받았던 정유사들이 국민들의 고통을 덜기 위한 ‘기금출연’에 미적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뒤이어 “지난 6월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시중은행‧정유사 등 기업들이 민생고통 분담에 동참해야 한다’고 발언한 적 있다”며 “친기업 성향인 여당도 고유가에 따른 국민 고통을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금출연’ 등 고통 분담과 관련해 제대로 된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향후 국회에서 여야가 이 문제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고유가 국민고통 분담을 위한 정유업계 간담회 모습  /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사진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고유가 국민고통 분담을 위한 정유업계 간담회 모습 / 뉴시스,공동취재사진

◇ 협회 “회원사로부터 ‘기금출연’ 의견 전달 받지 못해… 시일 걸릴 듯”

SK에너지‧현대오일뱅크‧GS칼텍스‧에쓰오일 등 정유 4개사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대한석유협회는 ‘기금출연’ 논의에 시일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협회 관계자는 “‘기금출연’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현재까지 각 회원사로부터 ‘기금출연’에 대해 어떠한 내용도 일체 전달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회원사 중 최대주주가 외국회사인 곳이 있는 등 각 회원사별 내부사정이 제각각이라 ‘기금출연’ 의견을 조율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여기에 IMF(국제통화기금) 등 주요 기관들이 올 하반기 경제성장률, 석유 수요 등을 하향 조정함에 따라 유가도 하반기에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 이런 부분까지 감안하면 회원사들도 ‘기금출연’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부의 유류세 인하에도 시장에서 인하 효과를 제대로 느낄 수 없었던 것에 대해선 “휘발유 기준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은 2주 전 국제가격이 반영된다”면서 “아울러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자영 주유소는 유류세 인하 반영 전 사둔 재고 휘발유부터 소진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직영 주유소의 경우 유류세 인하를 즉각 반영할 수 있으나 전체 주유소의 7%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며 “대부분은 자영 주유소인데 이들의 경우 운영 상황, 재고분 등 여러 여건으로 인해 유류세 인하가 즉각 반영되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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