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에서 최고위원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친이준석계인 정 최고위원과 더불어 이날 이준석 대표가 임명한 한기호 사무총장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친(親)이준석계’ 지도부가 8일 줄줄이 사퇴했다.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이라는 ‘큰 흐름’에 올라탄 만큼, 더 이상 이를 저지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이다. 당이 더 큰 혼란에 빠지는 것을 우려하는 기류도 역력하다. 그간 이 대표의 ‘우군’을 자처했던 이들이 사실상 손을 거두면서 이 대표의 상황은 더욱 난처해진 모양새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더 이상 거대한 정치적 흐름을 피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섰다”며 “어떻게든 당의 혼란을 막아보고자 했으나 부족했다. 송구한 마음”이라고 운을 뗐다. 

정 최고위원은 그간 비대위 전환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내 온 대표적 인사였다. 그는 지난 1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당의 비대위 전환 움직임과 관련해 “지금 와서 보니 이 대표를 내쫓으려 하는 거였구나 그게 다 드러났다”고 반발했다. 이 대표의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도 한결같았다.

하지만 비대위 전환에 대해 당내 의견이 강한데다, 상임전국위에서 당내 현 상황을 ‘비상’으로 규정하며 비대위 초읽기에 들어가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시비를 떠나서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는 것이 당내 분란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가 “지금은 무엇보다 당의 혼란과 분열 상황을 빨리 수습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이날 사퇴는 정 최고위원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이 대표가 직접 임명한 한기호 사무총장은 이날 홍철호 당 전략기획부총장, 강대식 조직부총장 등과 함께 사퇴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비대위원장이 임명되면 새로운 지도부를 꾸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당 운영을 시작하는 만큼 전임 대표체제 하의 지도부였던 저희가 당직을 내려놓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이준석 측 ′반격′ 예고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은 이준석 대표에게 뼈 있는 조언도 건넸다. 이 대표의 법적 대응이 당의 혼란을 부채질하는 만큼 이를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찌 됐건 (이 대표) 본인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이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당원의 고통과 우리 당 상황이 여기서 더 나가면 혼란스럽고 위험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든 아니든 이긴 게 이긴 게 아니고 지는 게 지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 사무총장도 “당내 갈등과 분열로 민생과 개혁을 뒷전으로 미뤄놓는다면 민심이 떠나고 국정 동력도 사라질 것”이라며 같은 분위기를 내비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의 생각은 확고하다. 당장 이 대표는 전날(7일) 페이스북에 오는 13일 기자회견을 예고하면서 사실상 이번 사태를 ‘전면전’으로 이끌고 가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비단 이 대표만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는 아니다. 당내서도 이번 비대위 전환을 반대하는 이들이 세력화에 나서면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힘 바로세우기(국바세)’는 여의도 한 카페에서 토론회를 열고 이번 당 비대위 전환에 대한 공개 비판을 이어갔다. 아울러 이들 차원의 가처분 신청과 집단 소송탄원서도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지도부에서 유일하게 남은 친이준석계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 역시 “(가처분 신청은) 이 대표가 낼 수 있고 제가 낼 수 있고 당원이 낼 수 있고 세 주체가 있다”며 “가처분을 내는 것과 비대위의 결과에 수용하고 사퇴 당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당의 혼란을 수습하는 데 있어서 더 좋은 것인가에 대해 내일 중으로 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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