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서울·인천 등 수도권에 8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자택에서 ‘전화 지시’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대통령의 자택 인근이 침수가 돼 재난안전상황실에 가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자택에서 충분히 상황을 보고 받고 지시를 내렸다고 반박했다. 현장 대응 역량을 위해 대통령이 이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9일 오전 집중호우 대처 긴급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침수피해지역 현장 점검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현장 행보를 보였다. 

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새벽까지 자택에서 비 피해 상황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전날 저녁부터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과 통화를 하며 침수 피해 상황을 보고 받고 대응을 지시했다고 한다. 

심야에 현장으로 이동하지 않은 것은 의전 등의 문제로 현장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또 자택 주변 도로가 침수돼 이동하기 위해서는 헬기를 타야 하는데, 이럴 경우 심야에 소음이 발생해 주민들에게 불편을 줄 가능성이 높아서 자택에서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 야권 “해도 해도 너무한다” “고집이 부른 참사” 맹비난

하지만 이같은 사실이 전해지면서 야권에서는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다”는 맹비난이 나왔다. 또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면서, 이같은 상황 역시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윤 대통령의 재난 대응 태도에 대한 비판으로 볼 수 있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주택 주변이 침수되어 출입이 어려워 자택에서 통화로 정부의 재난 대응을 점검했다고 밝혔다”며 “자택에 고립된 대통령이 도대체 전화 통화로 무엇을 점검할 수 있다는 말인가. 대통령이 사실상 이재민이 되어버린 상황을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고 꼬집었다.

조 대변인은 “더욱이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이 집에 갇혀 아무것도 못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며 “취임 전 무조건 대통령실과 관저를 옮기겠다는 대통령의 고집이 부른 참사”라고 규정했다. 

대통령실 청사와 관저 이전 문제를 언급하는 인사도 있었다. 같은 당 고민정 의원은 “이런 긴급한 상황을 우려해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 집무실이 가깝게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던 것”이라며 “폭우로 고립된 자택에서 전화 통화로 총리에게 지시했다고 할 일을 했다 생각하시는 건 아니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큰 비 피해가 우려되면 퇴근하지 말았어야지. 국정 운영의 의지는 있는 것인가”라며 “폭우에 출근도 제대로 못 하는 대통령에게 국민의 삶을 어떻게 맡길 수 있을까. 너무 한심하다”고 했다. 

당권 주자인 강훈식 의원은 “일분일초를 다투는 국가 재난 상황 앞에, 재난의 총책임자, 재난관리자여야 할 대통령이 비가 와서 출근을 못했다고 한다. 용산 집무실로 옮길 때, 국가안보에 전혀 문제없다고 자신했던 것이 불과 3개월 전”이라며 “비판 좀 받고 지지율이 떨어지고 마는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사안임을 이제 깨달으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윤 대통령, 피해 현장 방문… 대통령실은 ‘자택지시 적절성’ 강조

이같은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재난안전상황실을 방문해 긴급점검회의를 열었고, 이후 일가족 사망자가 나온 서울 관악구 신림동을 찾아 현장 상황을 살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어제 여기가 밤부터 수위가 많이 올라왔구나”, “여기 계신 분들은 어떻게 대피가 안 됐나 보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 “행정안전부와 지자체는 노약자, 장애인 등의 지하주택을 비롯한 주거 안전 문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해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라”며 이재민의 피해 지원을 지시했다. 

대통령실 역시 윤 대통령의 자택 지휘가 적절했음을 강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이날 새벽 3시까지 실시간 보고를 받고, 새벽 6시부터 보고를 받으며 긴급대책회의 개최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자택에 머무른 이유에 대해 “기록적인 폭우로 현장 인력이 대처에 매진해야 할 상황이었다”면서 “대통령이 이동하면 대처 인력들이 보고나 의전에 신경 쓸 수밖에 없고 대처 역량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어서 집에서 전화로 보고받고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현장을 지휘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방문하면 현장 대응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자택 주변이 침수돼 나오지 못한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주변에 침수가 있었지만 대통령이 나와야겠다고 했다면 나오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며 “피해가 발생하는데 경호·의전을 받으면서 나가는 게 적절치 않다는 판단은 이후에도 똑같이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택 주변이 침수돼 현장에 나가지 못한 게 아니라, 현장 대응 인력을 배려한 차원이라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취재진과 만나 “희생자 수습도 중요 업무다. 과도한 의전이나 이런 것들이 시민들에게 상처를 준 적이 많다”며 “국가 운영 책임을 맡은 대통령의 고민은 지난 정부나 지금이나 똑같다. ‘방해되는 거 아닐까. 공무원들 일에 지장 있는거 아닐까’하고 고민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재난 상황에 대비해 우리 정부도 점검 계획을 세워놨다. 어제(8일) 같은 상황은 사전에 준비하고 예비해뒀던 계획에 의해 대처된 것”이라며 “마치 우리가 굉장히 소홀함이 있었던 것처럼 오해를 하는 부분이 있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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