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경원 전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2동 주민센터앞에서 수해 복구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경원 전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2동 주민센터앞에서 수해 복구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한 국민의힘이 수해 복구 및 피해 대책 등 민생 챙기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당내 혼란의 ‘큰불’을 잡은 만큼 이제는 하락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속내로 보인다. 하지만 비대위 구성까지 남은 불씨가 잔존하고 있는 데다 수해 복구 봉사에서 ‘실언’까지 새어 나오며 효과는 반감된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11일 사당2동 주민센터 앞에서 집결해 인근 지역 수해 복구 봉사활동에 나섰다. 이날 봉사활동에는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비롯해 소속 의원 40여 명과 당원‧보좌진 등 1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번 봉사활동은 집중 호우로 피해가 극심한 지역의 피해 복구를 돕고 수해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수해 복구를 위한 국민의힘의 노력은 전날(10일)에도 있었다. 국민의힘은 긴급 당정 협의회를 열고 수해 대책 점검에 나선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선 피해 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 검토 및 배수시설 설치 예산 확보 등을 논의했다. 아울러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상 긴급 생활안정 자금 지원과 대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등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연일 ‘민생 챙기기’에 골몰하는 것은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적 여론을 환기하겠다는 속내다. 최근까지 당내 갈등으로 인해 민생 안정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며 여권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수해 피해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안일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른 것도 문제다. 야권에서 ‘무정부 상태’라는 비판까지 나오자 이를 끊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주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 국민의힘이 어려움을 당한 국민과 함께 한다는 마음으로 국민의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비대위 잔불’에 ‘실언’까지

하지만 이러한 의지와는 달리 국민의힘의 스텝은 자꾸 꼬이는 모습이다. 특히 전날 이준석 대표가 ‘비대위 효력 무효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여전히 당내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점은 대표적 난제다. 당내 일각의 반발도 여전하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이번 상황을 ‘회사’에 비유하며 “사장 휴가 중 부사장이 이사회를 소집해 해임하는 것을 일반 사원이 법적이나 정서적으로 이해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와의 갈등 국면 해소를 위한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는 주 위원장은 ‘접촉 중’이라는 메시지 외엔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이날 오전 수해 복구 현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도 “이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지마라”, “장소에 맞는 것만 물으라”고 날을 세웠다.

이런 와중에 수해 복구 현장에선 실언이 나오며 민생 안정 각오도 빛이 바랬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수해 봉사 활동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한 게 화근이 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엄중한 시기에 경솔하고 사려 깊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봉사활동에 앞서 주 위원장이 “장난치거나 농담하거나 심지어 사진 찍는 일은 안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한 이후였다는 점에서 비판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후 주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이 장난기가 있다”, “큰 줄기를 봐 달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을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야권에선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수학여행을 간 것이냐”라고 쏘아붙였고, 예윤혜 정의당 부대변인은 “한심하다”고 꼬집었다.

두 사안이 맞물리면서 비대위에 대한 신뢰감도 흔들리고 있다. 당장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멀쩡한 당을 비상 상황이라고 호도하더니 비대위 구성 후 첫 공개행보에서 상상 못했던 비상상황을 스스로 만들어 버린다”고 힐난했다. 그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데 국민 염장 지르는 발언이나 하려고 비대위 만들었나”라며 “그야말로 당이 비상”이라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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