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일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일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법무부가 수사 개시 규정 개정안(시행령)을 통해 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무력화 시킨 것에 대해 민주당이 격렬하게 반발했다. 행정부에서 시행령 통치로 3권 분립을 무시하고 입법부의 권한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너무 설친다는 여론이 많다”며 “급기야 본인이 직접 기존의 법을 넘어선 시행령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직격했다.

그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주로 한동훈 장관과 김건희 여사를 꼽는다”며 “그것은 그만큼 검찰공화국이 될 가능성, 그리고 소통령으로서 검찰독재를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한동훈 장관에게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겸손한 자세로 이러한 국민 여론을 받아야 할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만든 법을 무력화시키면서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무리수를 범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1일 법무부는 국회가 개정한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수사개시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검수완박 이후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위가 ‘부패 범죄, 경제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제한되자, 개정안을 통해 부패·경제 범죄의 범위를 대폭 늘려 해석한 것이다.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에서 ‘등(等)’ 조항을 폭넓게 해석하면서 추가된 부분은 직권남용·직무유기·허위공문서작성 등 기존 공직자범죄와 선거범죄 일부(매수 및 이해유도, 기부행위 등) 등이다. 또한 방위산업기술보호법 위반이나 마약류 유통 관련 범죄 등도 경제 범죄로 재분류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곧장 “국회와의 전면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 장관은 12일 설명자료를 통해 “정부는 정확히 국회에서 만든 법률에 정해진 대로 시행하겠다는 것”이라며 “시행령은 국회에서 만든 법률의 위임범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시행령 정치’나 ‘국회 무시’ 같은 감정적인 정치 구호 말고, 시행령의 어느 부분이 그 법률의 위임에서 벗어난 것인지 구체적으로 지적해주시면 좋겠다”며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려 할 때 ‘중요 범죄 수사를 못 하게 하려는 의도와 속마음’이었다는 것은 국민들께서 잘 알고 있다. 그 ‘의도와 속마음’을 따라달라는 것은 상식에도, 법에도 맞지 않다. 정부가 범죄 대응에 손을 놓고 있으면 오히려 직무유기”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 개정에 대해 법조계에서도 검찰 수사권을 축소시킨 입법 취지에 반하는 개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역행하지 말라”며 “법무부는 경찰국 신설에 이어 또 다시 위헌적인 시행령을 통하여 국회의 입법권을 무력화하고 검찰공화국을 완성하려 한다. 개정안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법무부의 법률 해석을 두고 “부패범죄와 경제범죄를 중요범죄의 예시로 해석한다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언제든지 중요범죄에 기타 모든 다른 범죄를 포섭시켜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무한히 확장할 수 있다”며 “논리적 정합성도 없는 자의적 법률 해석으로 상위법의 위임범위를 넘어서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직자 범죄, 마약 범죄가 부패범죄와 경제범죄에 포함된다는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범죄유형 분류법’을 제시했다”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20년 1차 수사권 조정 때도 법무부는 시행령을 통해 마약범죄를 ‘불법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대표적·전형적 경제범죄’라고 규정해 경찰로부터 반발을 산 바 있다.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과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대폭 제한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행을 한 달 앞두고 법무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찰의 수사권을 일부 복원하기로 했다. /뉴시스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과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대폭 제한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행을 한 달 앞두고 법무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찰의 수사권을 일부 복원하기로 했다. /뉴시스

◇ 민주당 당 대표 후보 일제히 비난

민주당이 당권주자들도 저마다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후보는 “입법 취지를 훼손하고, 국회 입법권을 부정하는 것이다.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며 “또 다시 '시행령 꼼수'로 검찰 권력을 스스로 확장하고 있다. 검찰을 이용해 정권의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생각이라면 당장 그만 두라. 법무부는 검찰 권력 사수만을 위한 부당한 시행령 개정 시도를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용진 후보는 “법 개정 취지가 분명한데도 모법을 시행령으로 개정하거나 훼손하려는 행위는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특히나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 법무장관은 근본적으로 법조인들이다. 법조인이 입법 의도와 취지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음에도 행정부에서 시행령을 통해 뒤집는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 일이다. 3권 분립을 향한 중대한 침탈 시도다”고 경고했다.

이어 “행정부 권력으로, 시행령으로 국민을 대의하는 국회의 입법권을 무력화하는 정치, 꼼수가 난무하는 정치는 이제 그만할 때도 되었다”며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없는 게 정치라는 점을 윤석열 대통령이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강훈식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법에 근거도 없이 경찰국을 대통령령으로 부활시키더니, 이제는 국회가 만든 법을 무위로 만든다”며 “국정운영에 있어서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급기야 법 위에 군림하려 한다. ‘대통령령 국정운영’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시정을 촉구했다.

민주당에서는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12일 긴급기자회견을 연 법사위는 “윤석열 대통령의 ‘시행령 정부’가 또다시 국회의 입법권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중요 범죄’에 독립된 범죄 유형이 아닌 ‘사법질서 저해범죄’, ‘검사에게 고발‧수사 의뢰하도록 한 범죄’ 등과 같이 불특정 다수의 범죄를 포섭할 수 있는 유형을 포함해 검찰이 언제라도 입맛대로 수사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 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시행령 개정이 전 정권에 대한 ‘합법적 정치보복’을 위해 법무부가 검찰 수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동민 법사위 간사는 “왜 이시기에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이 이런 정치적 도발을 자행했는지 봐야한다. 민생은 힘들고 국민 민심은 떠나가는데, 이분들이 잘 할 수 있는 것은 정적을 탄압하는 것 뿐”이라며 “본인들이 활약 할 수 있는 그라운드를 국회로 옮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국민만 바라보고 민생을 챙기는 것이다. 장관도 고유의 역할에 충실해야한다”고 했다.

또한 “한동훈은 전공이 법이 아닌 정쟁 유발인 것 같다. 오늘부터 정쟁 유발자로 분류하겠다”면서 “제발 법무부 장관 본연의 업무에 충실했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직전 법무부 장관이었던 박범계 의원도 “무슨 부패 대응 역량을 위해 (시행령 개정을) 하려 하겠는가. 제 식구 감싸기나 전 정권 털기를 위한 개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임시국회와 정기국회에서 이 부분에 대한 지적과 공방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다”며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시행령 정치를 하고 있는 한동훈 장관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을 하고 부당함에 대해서 말씀드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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