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오는 17일에 취임 100일을 맞이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성적표가 나왔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한국갤럽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25%이고,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6%였어.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한 명만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야. 3명 중 2명은 부정적이고.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100일 무렵 직무 수행 긍정률은 제13대 노태우 57%, 제14대 김영삼 83%, 제15대 김대중 62%, 제16대 노무현 40%, 제17대 이명박 21%, 제18대 박근혜 53%, 제19대 문재인 78%였네. 그러니 윤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긍정률을 기록한 거지.

우리나라 주류 언론에서는 제대로 보도하고 있지 않지만, 미국에서 매주 발표되는 한 여론조사 결과는 더 부정적이야. 전 세계 주요 국가 지도자의 지지율을 정기적으로 조사 발표하고 있는 미국의 여론조사 및 컨설팅 업체 모닝컨설트가 8월 3일부터 9일까지 조사해 11일 발표한 22개국 지도자의 ‘현재 지지율(Current Approval Ratings)’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9%였고 조사 대상 국가 지도자 가운데 22위로 꼴찌였네. 직전 조사에서는 24%로 21위였어. 각종 추문으로 이미 사퇴를 선언한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보다 국민들에게 인기가 없는 대통령이라니… 나라 망신 아닌가?

혹시 중구삭금(衆口鑠金)이라는 좀 어려운 사자성어를 아는가? 사마천의 『사기』「장의열전(張儀列傳)」에서 장의와 위나라 애왕(哀王) 사이의 대화에 나오는 말로 여러 사람의 말은 무쇠도 녹인다는 뜻이야. “가벼운 깃도 쌓이고 쌓이면 배를 가라앉게 하고, 가벼운 물건이라도 모아 실으면 수레 축이 무너진다. 많은 사람이 입을 모아 말하면 금도 녹이고, 비난이 쌓이고 쌓이면 뼈도 녹인다.” 등골이 오싹한 사람들도 많겠지만 옳은 말 아닌가? 한 사람 한 사람의 불만은 무시해도 좋지만 그것이 모여 여론이 되면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가지게 된다는 말이야. 그러니 현명한 권력자라면 시민들의 불만이 임계점을 넘기 전에 어떤 방식으로든 응답을 해야 하는 걸세.

누구나 자기가 틀렸다는 걸 기꺼이 인정하는 건 쉽지 않네. 운이 좋아 갑자기 출세하거나 부자가 된 사람일수록 자신의 얕은 경험과 좁은 소견만 믿고 자기주장만 앞세우는 경향이 있지. 그러다가 가기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괜히 남 탓하거나 화를 내고. 망하는 지름길이지. 공자(孔子)와 동시대에 살았던 거백옥(蘧伯玉)이란 사람은 나이 오십에 지난 49년의 잘못을 깨닫고, 환갑이 될 때까지 해마다 자기 자신의 잘못을 고쳤다네. 그래서 공자마저 존경하는 사람이 되었지. 궁즉변(窮則變), 궁즉통(窮則通)이라 했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는 뜻이야. 앞으로 4년 9개월, 5년 임기 대통령에게는 매우 긴 시간이야. 대통령 자신의 안녕과 국민 모두가 나라다운 나라에서 살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먼저 변해야 하네. 크게 변해야만 지금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어. 무조건 잘못했다고 국민들에게 진심이 담긴 사과도 해야 하고.

“알아서 배우는 사람은 왕 노릇을 하고, 내가 남보다 낫다고 여기는 사람은 망한다.” 『서경』「중훼지고(仲虺之誥)」편에 나오는 말일세. 윤 대통령이 5년 임기를 제대로 마치기 위해서는 무조건 겸손해져야 하고, 늦었지만 정치에 관해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하네. 서울 법대 출신의 검찰총장이었다고 정치를 잘 하는 것 아니야. 윤 대통령이가 며칠 전 여름휴가에서 돌아와 말했던 ‘국민의 목소리, 숨소리까지도 놓치지 않고 잘 살피고 국민과 소통’을 잘 하기 위해서는 더 낮은 자세로 국정에 임할 수밖에 없어. 그러면서 불치하문(不恥下問), 아랫사람들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해. “천하에는 나라마다 뛰어난 선비가 있고 시대마다 어진 사람이 있다. 길을 잃은 사람은 길을 묻지 않고,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은 얕은 곳을 묻지 않으며, 망하는 사람은 혼자 하기를 좋아한다.” 순자(荀子)의 말이야.

마지막으로 아직도 자신이 왜 인기가 없는지, 왜 자기 자신이 가장 큰 문제인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대통령에게 시 하나 소개하고 싶네. 정현종 시인의 <바보 만복이>일세.

“거창 학동 마을에는/ 바보 만복이가 사는데요/ 글쎄 그 동네 시내나 웅덩이에 사는/ 물고기들은 그 바보한테는/ 꼼짝도 못 해서/ 그 사람이 물가에 가면 모두/ 그 앞에 모여든대요/ 모여들어서/ 잡아도 가만있고/ 또 잡아도 가만있고/ 만복이 하는 대로 그냥/ 가만히 있다지 뭡니까./ 올 가을에는 거기 가서 만복이 하고/ 물가에서 하루 종일 놀아볼까 합니다/ 놀다가 나는 그냥 물고기가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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