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헌 개정에 대해 논의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헌 개정에 대해 논의했다. (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꾸준히 논란이 된 ‘당헌 80조’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같은 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와 관련해 반대 의견이 상당히 나온 만큼 향후 비상대책위원회, 당무위원회, 중앙위원회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개정이 승인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 전준위는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0차 전준위회의에서 당헌 80조 1항의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하급심에서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직무를 정지한다’는 내용으로 수정하기로 했다.

전용기 의원은 이에 대해 “하급심이란 1심을 가리킨다”며 “(1심에서 유죄나 나오더라도) 2심이나 최종심 등 상급심에서 무죄나 금고 이상의 형이 아닌 판결이 나올 경우에는 직무 정지의 효력을 상실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당직자에 대한 기소가 이뤄질 경우 윤리심판원에서 조사하도록 하는 규정은 유지해 금고 이상의 유죄가 나더라도 부당한 정치 탄압이라고 판단이 되면 기존의 구제 조항에 따라 최고위원회나 비대위 의결로 직무 정지 처분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안규백 전준위원장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개정 추진 배경에 대해 “기소(되면 직무정지)라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고 기소되더라도 1심·2심에서 무죄가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지 않느냐”며 “하급심 법원의 판단까지 받아본 경우에는 누구도 이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수위를 그 정도로 조정하는 게 국민 상식에 맞겠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당초 이 항목이 논란이 된 것은 같은 조항을 두고 유력 당대표 후보인 이재명 의원이 “검찰권 남용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여당과 정부의 야당 침탈 루트가 될 수 있다”고 개정 찬성의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박용진 의원은 이에 대해 “개인의 사법 리스크가 당 전체의 리스크로 번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라며 “개정 논란은 당 근간을 흔드는 자충수다”고 반대했다.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의 충돌이 본격화되면서 논란도 커졌다.

전 의원은 전준위의 개정안 통과 의의를 설명하며 “누구 하나를 위해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것이 아니다. 야당의 입장에서 많은 의혹이나 다양한 사안을 정부·여당에서 제기할 텐데, 그 과정에서 정치 탄압을 위해 무작위로 기소될 위협도 충분하다고 본다. 기소만으로 당직이 정지되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이재명 의원을 위한 ‘방탄용 개정’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80조 개정안의 전준위 통과 사실이 전해지면서 반대하는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박용진 의원은 의원총회 자유발언에서 “당헌 80조 개정 논의가 괜한 정치적 자충수가 되고 당의 도덕적 기준에 대한 논란을 가져온다”고 우려했고, 조응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현 개정이) 창피하다고 말했다”며 “전대에서 바로잡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친 문재인 계 전해철 의원은 '특정인을 위한 개정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해 섣부른 개정안 승인에 아쉬움을 표했고, 친 이낙연 계 설훈 의원도 “당헌 80조 고치지 말라고 얘기했다”고 했다. 윤영찬 최고위원후보 또한 본인의 SNS를 통해 “비대위는 전준위의 졸속 의결을 수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반면, 친명으로 분류되는 양이원영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가 성직자를 뽑는 게 아니지 않냐. 너무 도덕주의 정치하지 말자는 말을 했다”고 답했고, 임종성 의원은 “실제 범죄가 없는데도 프레임에 의해 기소됐다면 억울하지 않겠냐. 나중에 무죄 판결이 나더라도 일단 내려놓으면 끝나기에 그런 부분은 국민 눈높이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민주당 3선 의원들은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고 당헌 개정에 대해 논의했고, 남인순‧도종환‧민홍철‧이원욱‧전해철‧한정애 의원 등이 참석해 공통적으로 ‘시기적절하지 않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이원욱 의원은 기자들에게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참외밭에서 신을 고쳐 신으면 도둑질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음)라고 했다”며 “일부 개정 필요성이 있다고 해도 지금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보편적 의견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초선과 재선 의원들도 당헌 80조 관련 의견을 모아 비대위에 전달하기로 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 역시 사견으로서는 당헌 개정에 긍정적 입장을 밝혀왔으나, 의총 중 갑작스런 전준위의 결정에 당황했다고 전했다. 이수진 민주당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전준위가 (당헌 80조 개정에 대해) 의원총회 의견을 수렴해서 하는 게 좋지 않았나. 아쉽다. 비대위에서 심도 깊게 논의하겠다'라는 우 비대위원장의 의원총회 마무리 발언을 전달했다.

오는 17일 예정된 비대위 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어느 정도 진행될 지가 주목된다. 우 위원장은 “회의를 열어봐야 알 수 있다”고 일축했고, 이수진 대변인 역시 “내일 길게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 같다. 논의해봐야 안다”고 말을 아꼈다.

특히 우 위원장이 16일 오전 라디오에서 당헌 80조 개정과 관련해 “일각에선 ‘이재명 지키기’라고 하는데 기소될 가능성이 있는 의원들은 친문 성향의 의원이 더 많다”고 개정 의지를 밝힌 직후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 직전 이번 결정을 ‘우상호 비대위’의 막바지 시험대로 보고 있다.

이번 논란에서 가장 중점이 되는 부분은 사실상 ‘국민의 눈높이’다. 한 초선 의원은 “의원들의 생각, 당원들의 생각, 국민들의 생각이 다 다르다”며 “지금 우리 당원들은 개정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지만, 국민들 중에는 이번 개정을 ‘방탄용’으로 생각하는 분도 계시다.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당헌 개정을 강행하는 이유를 국민 눈높이에서 설득시킬 자신이 있는가 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앞서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역시 당헌 개정의 시기를 두고 “오얏나무 밑에서 갓 끈도 매지말라고 했는데 왜 지금 하느냐. 개정할 필요는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민주당이 망한 짓거리, 천벌 받을 짓을 한 것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성정당 만든 것과 2021년 보궐선거 당헌 고친 건데, 전부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당원 투표가) 지금 당원들의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작은 이익 때문에 큰 걸 못 보는 우도 범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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