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0년 간 재건축 연한 30년 이상 노후 주택 재개발해 문제 해결”
시민단체 “30년 넘어도 문제 없는 주택 많아… 이번에도 공급대책 확대 등 빠져”
전문가 “신규 건축 불허 후 재건축 등으로 기존 반지하 자연 소멸시켜야”

오세훈 서울시장(가운데)이 침수피해 주택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가운데)이 침수피해 주택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반지하주택 건축 전면 금지’를 선언한 서울시가 지난 16일 반지하주택 대책을 추가 발표했다. 이에 발맞춰 정부도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국민주거 안정 실현방안’에 반지하주택 거주자 지원 방안 등을 담았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서울시의 대책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서울시 정책에 수긍은 하면서도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 차원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서울시는 향후 20년 이내에 재건축 연한이 30년이 넘는 노후 공공임대주택 258개 단지, 약 11만8,000호를 재건축 후 용적률 상향을 통해 약 23만호 이상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반지하주택을 점차 줄여나가기로 했다. 서울시는 현재 진행 중이거나 향후 추진 예정인 공공재개발, 모아타운 선정시 반지하주택 밀집 지역을 우선 선정할 방침이다.

또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추진시 정비사업 후보지 공모 과정에서 상습 침수 또는 침수 우려 구역에 가점을 주는 방식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서울시는 현재 반지하주택에 살고 있는 시내 20만 가구가 지상층으로 이전할 경우 매월 20만원씩 최대 2년간 지급하는 ‘특정 바우처’를 신설하고 기존에 실시 중인 ‘주거급여’ 대상 및 금액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다.

◇ 시민단체 “서울시 대책 현실성 제로”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여전히 현실성이 없다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서울시는 30년 넘은 노후 공공임대주택을 재개발해 23만호 이상 물량을 확보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현실성이 없는 대책”이라고 운을 뗀 뒤 “서울시가 언급한 재건축 대상 11만8,000호 중 SH(서울주택도시공사) 소유분이 3만9,000호, LH(한국토지주택공사) 소유 2만3,000호, 분양‧공공임대 혼합단지가 5만5,000호인데 해당 주택들 중 대다수는 서울시 마음대로 재건축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는 30년 도래한 공공임대주택들을 재건축 대상으로 삼았는데 현장에서 30년이 넘어도 안전진단상 전혀 문제 없는 주택들도 상당수”라며 “또 30년 이상 된 주택에 살고 있는 기존 거주자들을 재건축하겠다고 내쫓는 것도 말이 안된다”라고 문제삼았다.

참여연대는 매월 20만원씩 2년 간 지원하는 특정 바우처 신설도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월 20만원씩 그것도 최대 2년간 준다고 하는데 그 돈으로 서울에서 과연 월세 방을 구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면서 “설령 이주를 했더라도 2년이 지난 뒤에는 월세가 오른다. 이 때 지원이 끊기면 대부분 사회취약계층인 이주자들은 어떻게 살라는 것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폭우로 인한 반지하주택 피해가 이슈화되니 시급하게 대책을 마련한 듯하다”며 “이번 대책에도 공공임대주택 추가 공급 등 현실적인 부분은 빠져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 연합도 서울시 대책에 공급 관련 부분이 없다고 꼬집었다.

경실련 관계자는 “서울시가 반지하주택을 대상으로 실태조사 등에 나서겠다고 한 점은 공감이 된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대책도 공급과 관련해 디테일한 내용이 없는 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그는 “서울시의 경우 과거에도 폭우 피해가 발생하자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았으나 결국 반지하주택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현재까지 이어졌다”며 “이번에 최대 2년 동안 월 20만원씩 지원한다는데 사실 그 돈으로 서울에서 월세를 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경실련은 반지하주택을 비롯한 주거취약계층 전반에 대한 대책을 향후 정부 및 서울시 등 지자체에 건의할 예정”이라며 “다만 전반적인 내용을 모두 들여다 봐야 해 좀 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반지하주택 등의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반지하주택 등의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 서울시 “반지하주택 거주자, 지상층 이주 위해 공공임대주택 적극 확보”

서울시는 반지하주택과 관련해 시민단체들의 이같은 우려에 대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30년 이상 노후 임대주택단지 재정비시 진행하는 안전진단은 민간 재건축 절차로 이뤄지는 안전진단과 다르다”면서 “서울시는 시민의 주거복지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공공이 소유한 노후 공공주택단지를 정비할 수 있는데 구조 안전을 위한 안전진단은 2~4년마다 진행한다”고 해명했다.
 
노후 임대주택 재건축시 기존 입주자들의 이주 대책에 대해선 “노후 임대주택단지 재정비 과정에서 이주 대책도 함께 마련한다”면서 “기존 입주민과 사전협의를 거쳐 사업을 추진하는데 서울시는 기존 입주민들이 재건축 기간 동안 살던 곳 인근에서 거주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정 바우처 금액 부족 논란에는 “공공임대주택 입주가 아니더라도 지상층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반지하주택 거주자에게 특정 바우처를 지급하려 한다”며 “특정 바우처를 받는 기간 동안 공공임대주택을 충분히 확보한 뒤 특정 바우처 대상자들을 상대로 공공임대주택 이주 상담 및 입주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끝으로 그는 “서울시는 반지하주택 거주자가 지상층으로 이주할 수 있는 주거 사다리를 만들기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적극 확보해 이주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 전문가들 “신규 건축 제한 상태서 재건축·재개발 등 장기적 접근해야” 

이에 반해 전문가들은 서울시 대책에 일부 수긍하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에 존재하는 반지하주택은 여러 단점이 있어 임대료가 상당히 저렴하다”며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싸다는 가치를 무시하기 어렵기에 기존 반지하주택을 당장 비주거용으로 바꾼다는 식의 접근은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반지하주택은 한 번에 없애겠다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신규 건축을 불허하고 기존 반지하주택 건물의 재건축, 그 지역의 재개발 사업 등을 통해서 차츰 자연소멸되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진단했다.

뒤이어 “반지하주택 문제는 개별 주택 및 건축물단위에서 다룰 사안, 배수시설 구축처럼 시‧정부차원에서 다룰 사안 등이 있으므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시민단체의 공공임대주택 확대 주장에 대해선 “서울 내 반지하주택이 20만호로 집계되는데 이를 전부 공공임대로 이주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반지하주택 거주자 중에는 일부 자가소유 중인 자들도 있다. 이들을 상대로 임대주택으로 가라는 얘기”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편 서울시는 국토부와 반지하주택 등 재해취약주택 해소를 위한 협력을 보다 강화하기로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반지하주택 신축 인허가는 서울시와 국토부 모두 억제해야한다는 데 동일한 입장을 보였다.

서울시·국토부는 향후 공동으로 반지하주택 등 재해취약주택에 대해 실태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후 이번에 서울시가 발표한 방안을 포함해 공공·민간임대 확대, 재해취약주택 해소를 위한 정비사업, 주거상향 이동 지원 등의 종합대책을 올 연말까지 함께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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