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5월 10일 취임 후 처음으로 정식 기자회견을 가진 윤 대통령은 이날 작심한 듯 윤석열 정부 100일간의 성과를 쏟아냈다. 하지만 지지율이 떨어진 현 상황에 대한 구체적 진단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또 기나긴 모두발언 후 질의응답을 이어갔지만, 질문과 답변 역시 두루뭉술했을 뿐이다. 
                                                                       
◇ 모두발언 21분… 100일간 성과 강조

이날 오전 10시쯤 브리핑룸에 입장한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당초 정해진 기자회견 시간은 40분이었다. 그런데 모두발언이 약 21분이었다. 윤 대통령은 100일 간 윤석열 정부가 거뒀던 성과를 주로 나열했다. 21분은 지난 5월 10일 윤 대통령의 취임사(16분)보다도 긴 시간이다. 

윤 대통령은 크게 △경제기조 변화 △외교·안보 △부동산 안정 △서민 물가 안정 △1조원 규모의 긴급생활안정지원금 △탈원전 폐기 △대통령실 이전 등을 들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폭등한 집값과 전세값을 안정시켰다”,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을 폐기했다”, “역대 최악의 일본과의 관계 역시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약화된 한미 동맹을 다시 강화하고 정상화했다” 등 이전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면서 자신의 성과를 나열했다. 

윤 대통령이 당초 정해진 회견 시간의 절반 이상을 모두발언에 할애한 것은 최근 하락세를 보였던 지지율과 무관하지 않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6·1 지방선거 당시 최고점을 기록하고, 그 이후로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사적 채용 논란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윤리위 결과, ‘내부총질’ 문자 파동 등 안팎으로 악재가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통령실은 이번 기자회견을 윤석열 정부의 성과를 강조해 지지율 하락 국면을 전환시키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은 ‘자화자찬’이라는 비아냥을 불러왔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통해 “빈 수레만 요란했다”며 “윤 대통령은 100일 간의 성과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으나 낯부끄러운 자화자찬에 그쳤고 정작 내용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자신의 성과는 강조했고, ‘국민’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며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정작 현 상황에 대한 진단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이은 인사 실패, 사적 채용 논란, ‘내부총질 문자 파동’, ‘만 5세 입학’ 등 논란이 됐던 이슈에 대한 사과 메시지가 전무했다. 그리고 향후 이런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지에 대한 메시지도 없었다. 

◇ 지지율·이준석 질문엔 두루뭉술한 답변

모두발언을 끝낸 윤 대통령은 취재진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당초 정해진 기자회견 시간이 40분이었기 때문에 질문에 할애된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약속된 시간보다 13분 더 머물렀다. 길어진 모두발언 탓에 20분가량으로 예상된 질문 시간은 약 30분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80분간 각 분야에 대한 질문을 받았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떠올리면 이날 회견의 질의응답은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또 악화된 여론에 대한 질문이 가장 먼저 이어졌음에도 윤 대통령은 “여러 가지 지적된 문제들에 대해서 국민의 관점에서 세밀하게, 꼼꼼하게 한번 따져보겠다”, 혹은 “지금부터 다시 다 되돌아보면서 철저하게 다시 챙기고 검증하겠다” 등의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취임 초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에서 너무나 ‘솔직한’ 답변으로 논란을 일으킨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아울러 여전히 문제에 대한 진단을 못 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국민은 여론조사에서 부정 평가의 가장 큰 이유로 인사 문제를 꼽았다. 왜 인사가 가장 문제라는 평가를 받는지, 개선 방안은 있나’라는 질문에 “그동안 대통령실부터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지금 짚어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는 현 상황에서 어떤 것이 문제인지 모른다는 뜻으로 들렸다.

게다가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대통령으로서 민생 안정과 국민의 안전에 매진을 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이 어떠한 정치적 발언을 하셨는지 제가 제대로 챙길 기회도 없다”며 “저는 작년 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다른 정치인들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 어떠한 논평이나 제 입장을 표시해 본 적이 없다는 점을 좀 생각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내부총질 문자 파동’ 이후 관련 질문을 처음 받은 셈인데,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았다. 

 아쉬움 남긴 질의응답

한편 이날 모두발언이 길어지자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이전보다 짧은 기자회견이지만,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취재진은 지목을 받기 위해 열심히 손을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한정된 만큼 윤 대통령은 질문을 12개 받고 회견을 마쳤다. 그리고 시간이 짧았기에 다양한 분야로 시간을 나눠 질문을 받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질문이 다양한 현안을 담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남겼다. 

또 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국민이 궁금해 할 만 한 사안에 대한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로 ‘내부총질 문자 파동’과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질문, 그리고 지지율 하락에 일조했던 사적 채용 등에 대한 질문이 없었다. 또 지역 균형 발전과 관련된 질문도 나오지 않았다. 중앙 정치 현안에만 집중됐다는 의미다.

질문자 선정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기자를 지목하지 않고 강인선 대변인이 기자를 지목해서다. 이에 일부 취재진 사이에서는 “기자들의 얼굴을 모르는 윤 대통령이 질문자를 지목하면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지만, 강 대변인이 기자를 지목하면 ‘사고’를 막을 수 있어서 그랬던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왔다. 아울러 협소한 기자회견장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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