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2018년 4월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자리로 다가가고 있다. /뉴시스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에 대한 반응을 내놓았다. 사진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왼)와 김 부부장.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북한의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또 광복절 경축사에서 윤 대통령이 제시한 ‘담대한 구상’에 대해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비꼬았다. 

조선중앙통신은 19일 김 부부장이 전날 낸 담화를 보도했다. 김 부부장은 담대한 구상에 대해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며 “할 말이 없었거나 또 하나마나한 헛소리를 했을 바엔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는 편이 체면 유지에 더 이로웠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역스러운 건 우리더러 격에 맞지도 않고 주제넘게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무슨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과감하고 포괄적인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단 황당무계한 말을 줄줄 읽어댄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 5월 취임사에서 북남 관계를 개선할 그 무슨 구상이라도 품고 있는 듯 냄새를 피운데 이어 미국과 주변국들에 설명해가며 이해와 지지를 청탁하는 등 나름대로 숱한 품을 들인 것 같은데 이번에 내놓은 구상이란 것이 참 허망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이어 “검푸른 대양을 말려 뽕밭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만큼이나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검푸른 대양을 말려 뽕밭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만큼이나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역사의 오물통에 처박힌 대북정책을 옮겨 베껴 놓은 것도 가관이지만 거기에 제 식대로 담대하다는 표현까지 붙여놓은 것을 보면 진짜 바보스럽기 짝이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래도 소위 대통령이란 자가 나서서 한다는 마디마디의 그 엉망 같은 말을 듣고 앉아 있자니 참으로 그쪽 동네 세상이 신기해 보일 따름”이라며 “정녕 대통령으로 당선시킬 인물이 저 윤 아무개 밖에 없었는가”라고 비난했다. 

특히 “북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란 가정부터가 잘못된 전제라는 걸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우리의 국체인 핵을 경제 협력 같은 물건 짝과 바꿔보겠단 발상이 윤석열의 꿈이고 희망이고 구상이라 생각하니 천진스럽고 아직 어리긴 어리구나하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더불어 “어느 누가 자기 운명을 강낭떡 따위와 바꾸자고 하겠나”라며 “아직 판돈을 더 내면 우리 핵을 어째볼 수 있지 않겠는가 부질없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자들에게 보내줄 건 쓰거운 경멸뿐”이라고 꼬집었다. 

김 부부장은 "오늘은 담대한 구상을 운운하고 내일은 북침 전쟁 연습을 강행하는 파렴치한이 다름 아닌 윤석열 그 위인"이라며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게 간절한 소원"이라고도 했다.

이어 “북남 문제를 꺼내들고 집적거리지 말고 시간 있으면 제 집안이나 돌보고 걱정하라”며 “어느 시각에 쫓겨날지도 모를 불안 속에 살겠는데 언제 그 누구의 경제, 민생 개선을 운운할 겨를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또 “남조선(한국) 당국의 대북정책 평가에 앞서 우린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며 “담대한 구상으로도 안 된다고 앞으로 또 무슨 요란한 구상으로 문을 두드리겠는지 모르겠으나 우린 절대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못박았다. 

아울러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17일 북한이 발사한 순항미사일에 대한 언급도 했다. 앞서 우리 군은 같은날 새벽 북한이 평남 온천군 일대에서 발사한 순항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부부장은 “참으로 안됐지만 하루 전 진행한 우리의 무기 시험 발사 지점은 남조선 당국이 서투르고 입빠르게 발표한 온천 일대가 아니라 평남 안주시 금성다리였음을 밝힌다”고 말했다.

이어 “늘상 한미 사이 긴밀한 공조 하 추적 감시와 확고한 대비태세란 말을 입버릇처럼 외우던 사람들이 어째서 발사 시간과 지점 하나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지, 무기 체계 제원은 왜 공개 못하는지 참으로 궁금해진다”고 비꼬았다. 

이 성명은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이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하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한반도 평화 로드맵이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의 경제와 민생에서 △대규모 식량 공급 △발전 인프라 지원 △항만과 공항 현대화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지 △병원·의료 인프라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금융 지원 이렇게 6개 분야다. 

하지만 북한은 윤 대통령이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 지 이틀 만인 지난 17일에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했고, 김 부부장은 윤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지지율 20~30%대인 윤 대통령을 상대로 ‘어느 시각에 쫓겨날지도 모를’, ‘인간 자체가 싫다’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또 ‘우리 핵을 어째볼 수 있지 않겠는가 부질없는 망상’이라는 표현은 핵 포기 거부를 선언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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