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규 회장이 이끄는 에넥스가 올해 상반기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박진규 회장이 이끄는 에넥스가 올해 상반기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실적 부진의 깊은 수렁에 빠진 에넥스가 올해도 적자행진을 끊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적자규모가 더욱 증가한 가운데, 하반기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신년사를 통해 환골탈태의 각오로 흑자전환에 성공하자고 강조했던 오너일가 2세 박진규 회장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 상반기 적자만 100억원 안팎… 하반기 전망도 ‘먹구름’

최근 공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에넥스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992억원의 매출액과 98억원의 영업손실, 10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더욱 악화된 실적이다. 매출액은 14.65% 줄어든 반면, 영업손실 및 당기순손실은 각각 181.78%, 295.95% 급증했다.

에넥스의 실적 악화는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9년을 기점으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 4,456억원이었던 에넥스의 연간 매출액은 △2019년 3,636억원 △2020년 2,336억원 △2021년 2,017억원으로 줄어들며 불과 3년여 사이에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2018년까지 꾸준히 유지해온 흑자기조도 2019년 2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하더니 △2020년 85억원 △2021년 123억원으로 그 규모가 확대됐다. 당기순손익 역시 2019년 33억원, 2020년 8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00억원의 당기순이익 남기며 흑자전환했으나 이마저도 자산 매각에 따른 것이었다.

에넥스의 이러한 실적은 공교롭게도 오너일가 2세 박진규 회장의 행보와 맞물리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에넥스는 2019년 창업주 박유재 명예회장이 공동 대표 및 등기임원에서 물러나고, 박진규 회장이 단독 대표를 체제를 구축하며 승진까지 하면서 본격적인 2세 시대에 접어든 바 있다. 앞서 살펴봤듯, 에넥스의 실적이 추락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때부터다.

이에 박진규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흑자전환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수익 중심의 내실경영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하자”며 “환골탈태의 각오로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부서별 판매 목표를 철저히 관리해 이익 목표를 달성하는데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아울러 이를 위한 중점과제로 △수익 중심의 내실경영 △마케팅 전략 강화로 고도의 성과 창출 △강력한 원가 및 비용 절감 △도전과 혁신의 일상화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일성과 달리 올해 실적은 더욱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연간 매출액이 2,000억원대마저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있고, 상반기에만 10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 및 당기순손실이 쌓인 모습이다.

이에 대해 에넥스 측은 “주택경기 위축,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의 여파로 인해 매출이 줄고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꽁꽁 얼어붙은 주택경기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 18일 발표한 전국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49.3으로 지난달(60.4)보다 11.1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이며, 지난 4월 이후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수익성에 부담을 주는 원자재 가격 문제도 당장 해소되기 어려운 사안이다.

에넥스 관계자 역시 “사업 특성상 주택경기나 원자재 가격 같은 외부 요인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데, 여러모로 여건이 좋지 않아 실적에 대한 전망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체험형 매장 증설과 오프라인 유통망 재정비, 프리미엄 라인 등 신제품 출시 및 온·오프라인 연계 프로모션 등을 통해 적극 대응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2세 시대를 열어젖힌 후 줄곧 실적 부진의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박진규 회장이 연초 강조한대로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지 하반기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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