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적자, 매출 하락세… 노조, ‘손실폭 축소’ 근거로 임금인상·성과급 요구
지난해 매출↓, 급여·손실액↑… 매출 대비 급여 비율, 전년보다 2배↑
노조 “지난 4년간 임금인상 미미, 물가인상률 및 성과급 축소 일부 회복 반영한 요구안”
노사, 추석 전 임단협 합의 목표… 노조 “사측이 합리적인 대안 제시해야”

한국지엠 창원공장 및 부평2공장이 부품 협력사의 납품 거부로 인해 가동을 중단했다. /뉴시스
한국지엠 노사는 임단협 17차 협상 테이블에서까지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한국지엠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사측에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노조는 최근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까지 확보해 파업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는데, 노사는 여전히 대립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해 한국지엠 사측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지엠은 최근 8년간 연이은 적자 실적을 기록했다. 가장 최근 흑자 실적을 기록한 해는 지난 2013년이다. 당시 실적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18조3,783억원 △영업이익 9,262억원 △순이익 556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4년 적자로 돌아선 후 지난해까지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2014년 한국지엠은 연결기준 14조2,797억원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영업손실 1,193억원, 순손실 3,332억원 등 적자로 전환했다. 이후 매년 매출은 하락세를 기록했고, 영업손실 및 순손실은 증감을 거듭하며 연이은 부진에 빠졌다. 2017년에는 8,386억원의 영업손실과 1조6,266억원에 이르는 순손실 등 손실폭이 치솟은 후 지난해까지 조금씩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지엠 노조 측은 이러한 손실폭 감소를 ‘수익성 개선’의 근거로 내세우며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4만2,300원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400% 성과급(1,694만원 상당)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수익성 개선’이라는 점은 지난 2020년 순손실이 2,968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1,752억원 순손실을 기록해 약 1,216억원 수준의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사측은 이러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순손실 규모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다. 회사 측에 따르면 영업손실은 2020년 3,093억원에서 2021년 3,766억원으로 손실폭이 약 670억원 늘어났다. 동 기간 매출도 2020년 8조5,061억원에서 2021년 6조9,73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거듭된 적자로 인해 한국지엠의 지난 8년간 누적된 적자 규모는 영업손실 3조8,178억원, 순손실 5조2,238억원 수준까지 불어났다. 그럼에도 지난해 한국지엠 노사는 △기본급 3만원 인상 △일시·격려금 450만원 △정비 쿠폰 및 전통 시장 상품권 50만원 등 지급을 골자로 한 임단협을 타결했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한국지엠이 근로자들에게 지급한 총 급여는 2,782억원으로 전년 1,536억원 대비 1,000억원 이상 늘어났고, 매출 대비 급여 비율은 2020년 1.81%에서 2021년 3.99% 수준으로 2배 이상 확대됐다. 결국 지난해 근로자 임금인상이 영업손실 증대로 이어진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지엠의 판매대리점 계약서에 대해 시정권고 조치를 내렸다. /뉴시스
한국지엠 노조는 사측에 제시한 임단협 제시안에 대해 그간 미미했던 임금인상과 높은 물가 인상률 등을 전반적으로 반영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뉴시스

한국지엠 노조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음에도 △기본급 14만2,300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 성과급 지급 △국내 전기차 생산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또한 일각에서는 노조가 사측에 ‘직원의 차량 할인율을 기존 17∼23%에서 21∼27%로 인상’하고, ‘직원들이 차량 구매 시 계약일 기준 가격으로 출고를 해줄 것’을 추가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소비자들이 차량 구매 시 지불하는 총액을 ‘출고 시’에서 ‘계약 당시 가격’으로 바꾸자는 것이 아닌 ‘한국지엠 근로자들만’ 차량 계약일 기준 가격을 적용해달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자사 차량 구매 시 신차 할인율도 확대해달라는 것.

하지만 노조 측은 이러한 임단협 요구안은 그간 물가인상률을 반영하고 지난 2018년부터 임금인상을 최소화해 온 근로자들의 노고를 반영한 적정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또 한국지엠 사측의 부장(팀장) 직급의 성과급은 큰 폭으로 지급하면서 노조원들에게는 성과급을 최소한으로 지급하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한국지엠 노조 관계자는 “이번에 노조가 요구하는 기본급 14만원 정도 인상과 성과급 400% 요청은 최근 물가상승률이 높은 점과 지난 2018년 이후 실질적으로 기본급 등 임금 인상폭이 미미했던 것을 반영한 것”이라며 “그러나 사측에서는 지난주(8월 25일)에 진행된 17차 교섭에서 월 기본급 4만1,000원 인상 및 성과급 성격의 일시 격려금 400만원에 100만원을 더해 일괄 지급하는 안을 제시해 교섭이 결렬됐다”고 말했다.

지난 4년 동안 한국지엠의 노사 간 임단협 합의 내용은 2018년과 2020년 각각 호봉 승급분을 반영한 기본급 1만1,000원 정도 인상 후 2021년에 기본급 3만원 인상 등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간 기본급 인상이 5만원 정도 수준이 전부라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또 성과급 400% 요청은 지난 2018년 상여금 등이 삭감된 것도 일부 회복하는 것을 소급적용 한 부분이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지난해에는 지엠의 글로벌 성과가 좋아서 사측 팀장급은 성과급으로 연간 급여 총액의 40%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받았는데 이 성과급은 글로벌 지엠의 성과라고 하면서 비용 처리는 지엠 글로벌 본사가 아닌 한국지엠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했다”며 “한국지엠의 적자가 지속된다고 하면서도 그들의 성과급은 한국지엠에서 지급하고, 조합원들에게는 회사가 어렵다면서 (임금인상이나 성과급) 지불 여력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노조 측은 현재 물러설 곳이 없다면서 17차 교섭 결렬 후 사측이 추가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지켜보고 그에 따라 교섭에 응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노사 모두 임단협을 길게 이어가다보면 부담스러운 면이 있어서 추석 전에는 해결하고 싶어 하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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