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유상증자 추진을 발표했다. /제주항공
제주항공이 유상증자 추진을 발표했다. /제주항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제주항공이 또 다시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2020년 이후 세 번째이자, 3년 연속 유상증자 추진이다. 앞선 유상증자와 달리 미래 경쟁력 확보 차원에 무게가 실리지만, 주주들의 불만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지난 26일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2,723만여주를 발행해 3,200억원을 확보한다는 것이 골자다. 신주 발행 예정가는 우선 1만1,750원으로 제시됐으며, 오는 10월 31일 확정될 예정이다.

이로써 제주항공은 2020년 이후 세 번째이자 3년 연속으로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게 됐다. 제주항공은 2020년 1,506억원, 2021년 2,06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유상증자는 앞선 두 차례와 성격이 다소 다르다. 앞선 두 차례 유상증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정상적인 영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운영자금 및 채무상환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반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되는 자금은 모두 시설자금으로 쓰인다. 즉, 앞선 두 차례 유상증자가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은 미래를 위한 투자 차원으로 볼 수 있다.

통상 운영자금 또는 채무상환자금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는 그만큼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악재로 여겨진다. 이와 달리 시설자금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는 미래 기업 가치를 향상시킬 신규투자라는 점에서 호재로 해석되곤 한다.

하지만 제주항공의 이번 유상증자를 향한 시선은 엇갈린다. 보다 본격적인 영업 정상화 시기를 대비한 준비이자 투자 기회로 보는 긍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비관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신규투자 차원이라고 하더라도 코로나19 재확산, 유가 및 환율 등 국제정세, 국내 경기 등 현재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항공업계 전반의 정상화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거듭된 유상증자에 따른 피로감도 쌓이고 있다. 유상증자는 그 목적과 무관하게 기존 주주들의 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 물론 유상증자에 참여해 이를 보전하고, 더 큰 수익을 노리는 것이 가능하지만 이 역시 추가적인 자금 부담이 발생한다.

제주항공은 유상증자 추진 발표 이후 주가가 10% 이상 급락했다. 또한 증권가에서는 이를 단기적 악재로 판단하며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이는 제주항공의 유상증자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욱이 제주항공은 지난 6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이배 대표가 유상증자 추진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은 바 있기도 하다.

한편, 제주항공의 유상증자 추진은 애경그룹에게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최대주주 AK홀딩스의 유상증자 참여 여부 및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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