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자 PCR 검사 폐지 발표에 해외여행 예약자, 전주 대비 1.5∼2배↑
韓·日 비자 문제, 4분기 완화 가능성 솔솔… 무비자 시행 시 수요 급증 예상

/ 뉴시스
우리 정부가 국내 입국자들에 대해 ‘입국 전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확인서 제출’을 오는 3일부터 폐지한다고 밝힌 직후 해외여행 예약자 수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정부가 귀국자 및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요구하던 ‘입국 전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확인서 제출’ 의무를 오는 3일부터 폐지한다고 발표하자 해외여행 시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이러한 발표 직후 해외여행 예약자 수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얼어붙은 해외여행 수요가 올해 4분기에는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한·일 간 여행자에 대한 비자 문제가 해결된다면 여행 수요 회복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질병관리청의 ‘입국자 사전 PCR 검사 폐지’ 발표 직후 해외여행 예약자 수는 전주 대비 최소 50%쯤부터 많게는 100%(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하나투어는 질병청 발표 직후인 지난달 31일 일본·베트남을 중심으로 해외여행 예약률이 전주에 비해 2배 정도 늘었다고 밝혔고, 같은 날 모두투어는 패키지여행 예약률이 직전일에 비해 77.3% 증가했다고 전했다. 노랑풍선은 전날 하루 패키지여행과 항공권 총예약률이 전주 대비 120%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교원투어 여행 전문 브랜드 여행이지도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해외여행 예약자 수가 전주 같은 기간 대비 5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해외여행 수요 증가가 나타난 이유는 해외여행을 고민하는 여행객들 입장에서 걸림돌 하나가 사라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간 소비자들이 해외여행을 고민한 이유는 해외여행 간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게 되면 귀국행 항공기 탑승이 거부돼 결국 현지에서 격리 생활을 해야 해 심적 부담과 비용 부담이 컸기 때문인데, 이러한 걱정이 사라진 것이다. 입국 후에는 PCR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부담을 조금은 덜었다는 얘기다.

여행이지 측은 “9월 추석 연휴, 10월 개천절, 한글날 연휴 기간 여행 문의가 많았다”며 “일본·동남아 등 근거리 여행 상품은 물론 터키·두바이와 같은 유럽, 중동 지역 등 장거리 예약도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참좋은여행을 이용한 소비자들도 지난달 31일 하루 예약자가 일주일 전 같은 요일과 비교해 40% 늘어난 2,23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월 마지막주 수요일(2,200명)보다도 많은 인원이다. 지역별로는 △동남아시아(645명) △유럽(619명) △일본(280명) 순으로 집계됐는데, 동남아 및 유럽은 여러 국가를 한꺼번에 취합한 수치임을 감안하면 일본 여행 예약자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일본은 아직까지 단체 패키지 여행만 가능함에도 이 정도 수요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향후 한일 간 사증(비자) 문제가 해결돼 ‘무비자 개인 여행’이 가능해진다면 해외여행 수요는 급증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지난 7월 이후 일부 한국인들 사이에서 보이콧 재팬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지만 일본 관광산업에는 큰 타격을 주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픽사베이
한일 간 무비자 관광이 가능해지면 일본 여행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픽사베이

특히 일본은 다른 국가에 비해 접근성이 높고 항공료 등 비용부담이 덜한데다 즐길 거리가 많아 한국인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이전 및 한일 간 무비자 여행이 가능했던 시기 도쿄와 오사카가 인기 해외여행지에 연이어 선정된 바 있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와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2019년 한국에서 일본을 찾은 여행객은 558만명으로 전체 해외여행시장(약 2,800만명)의 20%를 차지한다. 2019년 하반기 한일 갈등이 빚어지면서 노재팬 현상이 반영된 수치임에도 수요가 상당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엔저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비자 문제만 해결된다면 코로나19 이후 최적의 해외여행지로 다시 한 번 떠오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한일 정부는 양국의 관광 수요 회복을 위해 여행 규제 완화를 긴밀히 검토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진다. 지난 7월말 박진 외교부 장관은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코로나19로 중단된 한일 간 비자면제 복원 추진에 대해 ‘한국이 선제적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 정부는 비자 문제 해결에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 현지에서도 한국인 관광객을 받기 위한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어 업계에서는 올 4분기 중순쯤 한일 간 무비자 관광객 입국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일본은 여행객들 사이에서 가장 관심이 높았던 지역인데 수요가 꺾이고 주춤해진 이유는 관광비자 때문으로 보인다”며 “(한일 간) 무비자 여행이 가능해지는 시점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현재로써는 그 시점이 10월말∼11월초쯤 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지사 측에 따르면 일본의 각 현이라든지 지역별 호텔에서는 한국인 여행객들을 받을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는 현상이 보인다면서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며 “다만 코로나19 재유행이 조금 잠잠해지고 일본 정부의 스탠스가 바뀌어야 하는 게 선행돼야 해 약간의 온도차는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의 저비용항공사(LCC) 피치항공은 인천∼간사이(오사카) 노선도 지난달 28일부터 주 6회 왕복 운항을 재개했으며, 오는 10월 30일부터는 주 14회로 증편 운항할 계획이다. 인천∼하네다(도쿄) 노선도 10월 30일부터 주 7회 운항을 재개한다.

10월말은 항공업계의 동계 스케줄이 시작되는 시기다. 피치항공이 이 시점에 맞춰 한일 간 항공편을 확대 운항하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피치항공이 한국 노선 재운항 및 증편을 하는 이유가 일본 현지의 분위기가 일부 반영된 게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일본 현지의 호텔들도 그동안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할인율을 크게 적용해 저렴하게 운영하던 객단가(투숙요금)를 조금씩 인상하면서 관광 수요 급증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우리 정부와 일본 현지 분위기가 조금씩 완화되고 있어 항공·여행업계에서는 한일 간 관광 수요 급증 가능성을 열어두고 양국 정부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근거자료 및 출처

- ‘입국자 사전 PCR 검사 폐지’ 발표 / 백경란 질병관리청장 정례 기자회견, 2022년 8월 31일
- 각 여행사 예약률 데이터 
- 모두투어 관계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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