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 “언제까지 안고 갈 수 없어… LTV 등 여러 요소 종합 고려 후 논의해야”
이은형 대한정책건설연구원 책임연구원 “규제 완화 긍정적… 전체 금액 LTV 적용 논의시점”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 센터 팀장 “거래량에 큰 영향 없을 것… 가계부채 소폭 증가 예상”

정부가 15억원 초과 주담대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뉴시스
정부가 15억원 초과 주담대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정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15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 완화가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변화시키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5억원 초과 주담대 규제는 지난 2019년 12월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12‧16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내용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는 폭등하는 집값을 잡겠다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초고가 아파트(시가 15억원 초과)를 담보로 한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다.

이와 함께 시가 9억원 기준 담보대출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차등 적용해 9억원 이하분까지는 40%를, 9억원 초과분부터는 20%를 각각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 시기 집값이 무서운 기세로 오르자 2030세대 등을 중심으로 이른바 ‘영끌(대출 등으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입)’족이 등장 했고 이 여파로 당시 주택 구매 수요는 폭증했다.

하지만 이같은 시장 분위기는 올해 들어 거래 급감 및 가격 하락세로 반전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지속된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매수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매매시장의 활성화 정도를 나타내는 거래회전율은 지난달 11일 기준 0.41%를 기록하면서 2013년 1월 0.32%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이 ‘거래절벽’ 상태까지 이르자 일각에서는 정부가 보다 강력한 규제 완화를 통해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최근 정부는 15억원 초과 주담대 금지를 해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기재부‧국토부 “주담대 규제 완화 관련 결정된 것 없어”… 금융위 “언젠간 없애야 할 규제”

부동산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주요 기관인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는 “아직까지 관계부처간 정책 과제 및 정책 발표 일정 등을 협의하거나 구체적으로 결정한 사안은 없다”며 항간에 나돌고 있는 규제 완화설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에 반해 금융위원회는 15억원 초과 주담대 규제를 언젠가는 없애야 한다며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지난 5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금융 현안 관련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 간담회’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주담대 규제 완화 여부를 묻는 질문에 “언젠가는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이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주담대 규제를 안고) 갈 수는 없다”며 “다만 어느 시점에 어떤 방향으로 논의할지는 LTV 등 여러 요소를 종합 고려해 논의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기재부·국토부·금융위 등 정부 관계부처는 이달 말경 부동산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현재의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시사위크>는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에게 15억원 초과 주담대 규제완화가 향후 시장에 미칠 여파와 가계부채에 끼치는 영향 등에 대해 문의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최근 15억 초과 주담대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뉴시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최근 15억 초과 주담대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뉴시스

◇ 전문가 “15억원 초과 주담대 규제 완화로 주택거래 늘지 않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정부의 15억원 초과 주담대 규제 완화 검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거래절벽’ 상태인 현 부동산 시장 상황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 위원은 “정부가 규제 완화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지만 15억원 초과 주담대 규제 완화로 인해 부동산 거래의 숨통이 트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현재 부동산 거래 감소는 대출이 안나와서 그런 게 아니다”라며 “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이자부담 문제, 추가 하락 기대심리가 부동산 거래 감소를 불러온 가장 큰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여경희 부동산 R114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 규제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던 부분도 분명히 있다”며 “따라서 이번 규제 완화가 시행되면 일부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그러나 주택 매수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거래절벽의 가장 큰 원인은 금리인상, 경기침체 가능성, 집값 하락 심리 등이다. 때문에 대출을 받아 매수에 나설 층은 상당히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출 과정에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제동장치로 작용해 실수요자는 좀더 가격이 떨어지기를 관망할테고 (집을) 갈아타려는 층은 일단 내 집이 팔려야 하는데 팔리는 시간이 오래 걸려 거래절벽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점은 올해 하반기 추가 금리인상 이슈가 남아있는데 이로 인해 내년 상반기에는 급매물 거래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정부가 대대적인 규제완화에 나서긴 힘들 것이라는 견해를 보인 전문가도 있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언급되고 있는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는 일단 긍정적”이라며 “애초부터 9억원, 15억원이란 기준이 별다른 근거가 없는 것이었기에 시장정상화의 내용으로 볼 수 있다”고 호평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9억원은 당시의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공시가격 기준)이었으니 그렇게 갖다붙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15억원 기준은 아무 근거가 없다”며 “그렇다면 9억원, 15억원기준으로 대출규제를 강화한 조치가 정책효과가 있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당시 15억원 초과 주담대 규제를 만들고 나서도 집값은 크게 올랐다”고 비판했다.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대출 규제 완화에 앞서 현 정부가 세부적으로 넓은 범위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그는 “DSR 차주규제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고가구간의 LTV만 완화한다면 그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번 고가주택 LTV 완화 혜택을 받는 층은 15억원이 넘는 집을 구매하는 사람들인데 분명 엇비슷한 구간대에서 좀더 비싼 집으로 갈아타는 경우 도움이 되겠지만 이것이 전체 매매시장을 활성화할 것이라고는 예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과거 DSR 차주규제 시행 이후 가장 많이 나왔던 세간의 지적은 ‘청년층은 2~3억원도 빌리기 어려운거 아니냐’, ‘일반 직장인은 몇 억원 대출도 안되는거냐’ 등인데 이런 세부적인 부분을 현 정부가 떠올릴 필요가 있다”며 “고가구간의 LTV 완화도 얼마나 많이 해주는지가 관건인데 찔끔찔끔 완화하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끝으로 그는 “새 정부가 출범한지 반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지금까지 행보를 보더라도 당장 전격적인 규제완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단 종전처럼 전체 거래금액에 대해서 LTV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회귀하는 것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대출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증가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가 거래량 뿐만아니라 가계부채 증가에도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 센터 부동산 팀장은 “제도 시행 후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 매수심리가 위축된 상황이고 금리완화 기대도 어려워 거래량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도 “단 서울 강북‧강남 등 15억원 초과 고가주택이 소재한 일부 지역의 거래량은 소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가계부채 부분은 정부가 계속 모니터링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가계부채 총량은 소폭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규제가 완화되도 DSR‧DTI(총부채상환비율) 등의 규제가 병행되면 일정 수준 내 고소득자에게만 대출 규제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이같은 점을 종합해보면 가계부채 관련 불안정 요소는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앞으로도 주택거래량 감소세가 지속된다면 정부가 향후 규제지역 추가 해제, 다주택자 취득세 완화 등의 조치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문재인 정부가 시행한 15억원 초과 주담대 규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말이 안되는 비정상적인 조치였다”며 “윤석열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정책을 정상화하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반면 그는 “규제를 완화해도 현재 DSR이 40% 적용됨에 따라 실수요층은 은행으로부터 돈을 많이 못빌린다”며 “예를 들어 연소득이 총 1억5,000만원인 부부는 DSR로 인해 1년에 6,000만원만 대출 받을 수 있는데 이를 10년으로 환산하면 대출금액은 총 6억원 밖에 안된다. 이 정도로는 강남 등에서 고가주택을 살 수 없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처럼 DSR 등의 규제가 있기에 가계부채는 큰 영향이 없을 듯 하다”며 “단 규제당국이 관리를 잘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전세대출 등 DSR 적용 예외 사례가 많아 이를 얼마나 엄격히 조율할 지가 관건이다”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여파에 대해선 “은행이 돈을 빌려 준다고 주택 거래가 느는 것은 아니다”라며 “살집을 마련해야겠다는 욕구가 클 때, 집값이 오를 때, 집값 상승 기대감 등이 있을 때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는데 지금처럼 안정 하향세가 장기화된 경우 단순 대출이 늘었다고 거래가 많아지진 않는다”고 꼬집었다.
 

근거자료 및 출처 

-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12‧16 부동산 대책’) 발표내용 / 국토교통부, 2019년 12월 16일 
- 박원갑 KB부동산 수석 위원
- 여경희 부동산 R114 수석연구원
-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 센터 부동산 팀장
-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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